한밤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 활동

by 센터 posted Oct 0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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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경진 아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 부센터장



돌이켜 보면 우습게도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활동이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의 전·현직 동지들과 소통하고 5월부터 첫 출근했다. 센터 상근자는 나와 사무국장이 있고, 센터장은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의 부본부장님이시다. 우리 센터의 태생은 아산시의회에서 비정규직 조례를 제정하고, 민간위탁 협약으로 민주노총 아산시위원회가 수탁기관이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이제 갓 돌 지난 아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다. 전화 한 통으로 시작했으니 무슨 깊은 고민이 있었겠는가!


다만 아산지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전전하며, 눈치 보는 남편으로, 학부모로 살다가 가끔 이주 노동자들과 축구하고, 농활하고, 술 먹던 것이 외국인노동자센터장님 눈에 찍혀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민주노총과의 인연이 다시금 이어졌다. 센터 전임 동지들에게 미안하지만 소개할 만한 구체화된 사업이 아직은 별로 없음을 선언하고, 변명의 여지를 만들어 고민과 문제의식만이라도 전하려고 한다. 또한 지난 석 달 간의 활동 내지는 센터의 전망과 계획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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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지역대책위는 천안검찰청 앞에서 직접고용을 주장하며 일인시위를 했다.(@아산비정규직지원센터)


자, 이제 뭘 해야 되겠슈!


2015년 5월 이후, 아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의 사업계획은 이미 예산과 함께 결정되어진 상태였고, 집행되어진 성과에 기초한 내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을 고민하는 시기가 벌써 되어 버렸다. 업무 시작과 함께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시기에 유성지회, 갑을 오토텍 동지들의 투쟁이 지속되고 있었다. 또한 최저 임금 1만 원 요구 투쟁과 장그래 대행진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땅에서 민주노조를 만들어 싸우고 사수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여정인지를 다시금 환기시키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재 상황과 다르지 않다.

“무슨 꼴을 보자고 또 운동이냐”는 마누라의 말처럼 현실은 10년 전보다도 더 어려운 것만 같은데 부모의 언성 높은 큰소리에 이젠 놀라지도 않는 큰아들 녀석의 지나가는 듯이 던진 한마디에 힘을 내야하는 건지.

“아! 그냥 아빠 하고 싶은 거 하게 해여.”

이 말을 듣는 순간 큰아들 녀석의 대견함도 아니고,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희망도 아니고, 그냥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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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청소년 노동 인권 교육(@아산비정규직지원센터)


‘청소년 노동 인권’ 이건 정말 아!


청소년 노동 인권의 의미와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이것을 실체화하는 사업을 직접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직사업과는 또 다른 세대적, 문화적 고민을 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섰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역에서 충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구성되어 특성화고 3학년들의 2학기 현장실습을 앞두고 노동 인권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센터 또한 이 사업의 주체로 강사단 모집 및 양성 교육 과정을 공동 주관하게 되었다. 내친 김에 아산시의 학교 중 아르바이트 문제가 심각한 3개 학교의 아르바이트 설문조사와 노동 인권 교육을 전교조 선생님들과 협력하여 진행했다. 아르바이트와 관련한 다양한 채널의 제보로 대형 의류 할인몰, 배달 대행업체 등 사례를 근거로 한 청소년 노동의 제도적 보호를 위한 공감대 확장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배달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도 확인되었다. 이제는 청소년 노동 인권 사업의 하나인 학교 수업 방식에 대한 고민과 함께 예비 노동자인 청소년 사업을 넓은 의미로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전교조 선생님들과 지역 아빠모임의 제안으로 중학교의 노동 인권 시범 사업을 필두로 아산시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확대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또한 충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발전적인 전망과 계획을 도교육청에 정책 제안을 통해 충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를 제안하고 교육감과의 공감대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센터에서는 청소년 노동 인권 수업과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활동을 준비, 모색하고 있다. 여름방학 중에 청소년 캠프를 준비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광복 70주년을 맞아 근현대사 청소년 역사탐방을 기획, 준비 중에 있다. 나아가 청소년 노동 인권 동아리 활동, 청소년 아르바이트 캠페인 등을 기성세대의 관점이 아닌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권리와 아르바이트 친구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엄호하는 활동으로 바라보는 지역사회 기여 봉사활동 유형을 만들고자 준비하고 있다. 모든 실무가 그러하듯이 처음이거나 생소하거나 낯설기만 하다. 다만 청소년의 문제는 내 아이, 우리 모든 아이들의 문제이기에 강사 선생님들과, 센터, 학교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역 사회가 함께 악순환의 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하고자 한다.       


 ‘공동 주택 노동자 실태조사’ 후속사업


센터 설립 이후 공식적인 첫 사업이 ‘아산시 공동 주택 청소 노동자 노동 실태조사’ 사업이었다. 모든 사업의 객관적인 지표와 실제적인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실태조사 사업의 중요성은 두 말이 필요 없다. 다만 조사사업 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그 후에 드러난 문제를 파헤치고, 세부적으로 요구되는 사업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조사사업이 완료되고, 보고서 및 발표회 등을 마치고 나서 드러난 문제점을 어떻게 사업화할 지 고민이었다. 실제 조사한 91개 단지의 설문응답자 380여 명을 직접, 모든 분들을 만날 수 없어도 후속사업의 단초를 마련하고, 파견 용역 노동자들의 주체를 발굴하기 위해서라는 심정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 ‘공동 주택 관리 종사자 재해 예방프로그램’이다.   


우선 주공 아파트를 시범사업으로 해서 동수, 세대수 규모가 큰 곳으로 확대 추진 계획을 세웠다. 기초검진과 예방 프로그램 진행은 ‘근로자 건강센터’와 협력하고, 우리 센터는 사전교육을 준비하고 이후 상담, 노동법 교육, 용역고용 문제를 지속적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또한 충남과 함께 아산시가 적극적인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지원 정책을 추진하기에 아파트 직접고용이 가장 좋겠으나, 파견 용역업체를 배제하는 고용 형태에 대한 중장기적인 발전 전망도 그려본다. 


뜨거운 여름 열기와 함께 어느덧 4개월이 지나가고   


2015년 센터 사업계획을 본래대로 다시 세우는 데 4개월째 지나고 있다. 5월부터 시작된 센터 활동에 지역의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에 새로운 얼굴을 알리고, 센터 사업을 선전하고 연대하는 과정은 말 그대로 적응기, 모색기라 해야겠다. 막연하기만 했던 처음의 조급함이 이제는 몇 가지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정리가 되는 듯하다. 상반기 진행해야 할 사업들을 피치 못하게 하반기로 미뤄 이제는 준비된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첫 번째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 사업이다. 대상은 아산시 직접고용 및 민간위탁, 직간접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모든 센터가 진행한 사업이지만 우리는 이제야 걸음마를 시작이다. 늦었지만 그 성과가 구체화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 처음부터 지역일반노조 동지들과 실태조사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성과를 공유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체적인 노력으로 결실이 맺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영역의 실태조사 사업을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진행하려 한다.


두 번째는 업종과 사업장, 사업 형태에 따른 각기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체 형성이다. 센터는 지역 본부와 연계하여 하반기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공동으로 추진한다. 초기 상담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틀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세 번째는 학교 안 학생과 만나는 청소년 노동 인권 수업과 학교 밖 청소년 노동 인권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지를 다루는 정책 토론 및 공청회를 준비하려고 한다. 비정규직의 한 축인 아르바이트 문제는 이제는 청소년 영역에서부터 공고하게 준비되어야 할 것 같다.


네 번째는 장애인 노동권의 사업화를 위한 준비다. 장애인의 척박한 사회 현실에서 각 지자체의 교통 이동에 대한 활동 보조 역할이 이제야 시작되고 있다. 장애인 노동 권리 중에서도 청소년 직업 프로그램 및 청년 장애인 실업 문제는 현실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정책 박람회’다. 어쩌다보니 이런 전국적인 행사를 지역에서 개최할 듯하다. 많은 동지들과 내실 있게 준비해서 충남 아산에서부터 비정규직의 문제가 전국적인 파급력과 영향을 나타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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