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히 푸르러질 젊음을 기대해도 될까요

by 센터 posted Nov 02,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강경희 센터 자원활동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7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2.9퍼센트에 불과하다. 15~64세 경제활동인구 전체의 고용률이 66.5퍼센트인 것을 고려하면 차이가 상당히 크다.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더라도 한국의 청년층 고용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자리 사정 역시 좋지 않다. 20185월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의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15.9개월로 계약 기간이 1년 이하인 경우도 21.2퍼센트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시간제 노동자 비중 역시 201212퍼센트에서 매년 상승해 201816.9퍼센트를 기록하였다


청년 일자리 중 비정규직·저임금·단기 일자리가 증가하는 등 청년들의 고용 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취업이 아닌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청년들이 창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버스를 타고 정거장 두어 개를 지나면 금방 도착하는 문래동 예술촌. 철공소 특유의 냄새가 풍겨오는 문래동 골목길은 철공소와 예술인들의 작업 공간이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 골목 사이사이에 들어선 카페와 음식점들도 눈에 띄었다. 그곳에서 마끼 음식점을 운영하는 청년, 장원준 씨를 만나 창업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끼마끼.jpg

서울 문래동 예술촌에 있는 마끼 음식점 〈한끼마끼〉


깔끔한 디자인의 음식점에 들어가자마자 마끼로 신선하고 건강한 한 끼를 약속한다는 브랜드 미션이 눈에 들어왔다. 당찬 포부만큼이나 창업을 오래 꿈꾸고 준비했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이에게도 창업은 계획에 없던 선택지였다. 미술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이는 여느 동기들처럼 자신도 디자이너로 회사에 취직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러다 다른 세상을 경험해보자는 생각에 워킹홀리데이로 가게 된 호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됐다. 그곳에서 처음 가진 일자리가 바로 창업 아이디어를 얻게 된 마끼(핸드롤) 음식점이었다. 든든히 배를 채울 수 있으면서 간편하게 사먹을 수 있는 마끼의 특징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남은 6개월은 다른 일식점에서 일하며 요리를 좀 더 배웠지만 그때까지도 요리로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마끼 요리로 창업을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건 학교 축제에서 부스를 열어 제가 만든 마끼를 팔았던 게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생각보다 호응이 좋았어요.”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후 창업 교과목을 들으면서 조금씩 생각을 키워가던 중 축제에서 얻은 괜찮은 반응이 창업에 대한 진지한 구상으로 이어졌다. 창업을 결심하고 나서부터 판매할 마끼 종류나 요리법 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호주에서 사용했던 재료 중에 한국에 없는 것들을 대체할 다른 재료들을 찾아보고 우리나라 입맛에 맞게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자신만의 요리법으로 정리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졸업 전시 역시 마끼 요리를 테마로 진행했다. 가게 한편에 졸업 전시회 작품으로 전시했던 마끼 모형들이 놓여 있다

저는 마끼 요리 자체를 작품으로 내놓은 격이죠. 실제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이 직접 먹어보도록 제공하기도 하고요.”


그이가 문래동에 자리를 잡게 된 것도 졸업 전시회 영향이 컸다. 많은 돈을 주고 홍대나 혜화의 큰 갤러리를 대관해 진행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문래동 예술촌이 그해 졸업 전시 장소로 정해진 게 인연이 되었다. 전시회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잘 몰랐던 곳이지만, 처음 일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저렴한 임대료는 큰 장점이었다. 그이는 전공을 살려 가게 인테리어를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했다. 가게에 놓일 식탁과 의자도 시장에서 원목을 구해와 손수 만들었다. 브랜드 이름과 미션을 정하고 터를 잡아 가게를 열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자신의 생각과 손길이 담겨있는 것이다


올해 1월 가게를 연 그이는 추석 연휴에야 첫 휴가를 보냈다. 휴일 없이 매일 아침 9시에 일을 시작해 저녁 9시에 가게를 정리하는 만만치 않은 일과지만 만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혼자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쉬는 날 없이 일을 해 힘들기는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가게를 찾았던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창업을 선택한 소감, 창업을 하며 느낀 점을 물었다.

사람들에게 저만의 것을 보여준다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회사 들어가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주변 친구들도 많거든요. 그들보다 더 힘든 면도 있지만 제가 만든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데에서 오는 뿌듯함이 있죠.”

사람들에게 제품을 내놓았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는 말아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는 그 역시 손쉽게 창업의 길을 택한 것은 아니었다

삼수해서 대학에 들어왔고, 나이에 관한 압박감이 없었다고 할 수 없죠. 그런데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그러던 차에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던 거거든요. 거기서 만난 마끼 요리로 가게를 차릴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요.” 

조금씩 꾸준히 구상을 넓히고 차근히 준비를 해온 덕분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창업 9개월 차, 성실하게 기반을 다지고 있는 그이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을 넘어 문화를 만드는 것을 꿈꾼다

지금은 (마끼)롤을 김밥처럼 잘라서 내놓고 있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형태로요. 나중에는 테이크아웃 가게로 운영을 해서 사람들이 한 손에 쥐고 먹는 문화가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요.”

그이는 청년 창업에 필요한 것으로 자신만의 차별화된 개성을 꼽았다

사람들이 쉽게 자신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조금 더 진지하게, 한편으로는 좀 더 냉정하게 차별화 지점을 고민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만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취업이 힘들지만, 한국의 창업 환경 역시 열악하다. 한 번 세를 얻은 자리에서 가게를 유지하는 기간이 1.7년에 불과한 도시 서울에서, 가진 것 없는 청년들이라면 현실은 더 혹독하다. 목이 좋은 곳은 꿈꾸기 힘들고 제품이나 브랜드를 알릴 마케팅 비용도 부족하다. 단순히 한번 해볼 심산이나 경험 삼아 해본다는 자세로는 문턱도 넘지 못한다. ‘청년창업’. 언제부턴가 짝이 되어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두 낱말이 공유하는 또 다른 낱말은 불확실성이다. 청년들의 현재는 불안정하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불안한 위치 속 누구나 한번쯤 창업을 꿈꾸지만, 그 불확실성에 쉽게 생각이 꺾이고 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듯 불확실성은 가능성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쉽지 않은 길에서 자신의 꿈을 차근히 실행해나가는 청년들의 존재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듯 말이다


청년靑年.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푸른 나이라는 뜻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청년은 언제부턴가 푸르지 못한 젊음의 역설로 존재해왔다. 취업과 창업, 어떤 길이든 우리의 젊음이 완연히 푸르러지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각자의 소망을 이뤄나갈 나날에 대한 기대는 아직 저버리지 않고 싶다. 언젠가 완연히 푸르러질 젊음을 기대해도 될까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