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줄게! 알바 권리_서울시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

by 센터 posted Aug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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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센터 청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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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열린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 발대식(@서울노동권익센터)


청년, 사회에 첫발을 내딛다


19세, 수능이 끝나고 ‘이제 우리는 자유다’라는 착각과 막연한 두려움을 지니고 학교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그렇게 나도 노동력을 팔아 돈을 벌고 싶어 ‘○○고등학교 졸업 예정’ 단 한 줄의 이력서만을 가지고 셀 수 없이 많은 사업장을 돌아다녔지만, 학생 티를 벗지 못한 청년은 사회에 첫발조차 딛기 힘들었다. 우연히 친구의 도움으로 그해 12월 백화점 내 커피전문점에서 나의 첫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그저 열심히, 정직하게 일하면 사회의 일원으로 제 몫을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교육, 칭찬, 용돈, 받는 것에만 익숙했던 내가 누군가의 주머니 안에 있는 돈을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근로계약서 상의 갑과 을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주인과 하인의 관계로 쉽게 이해하게 되었다. 일이 서툴기에 직원들의 눈치를 봐야했고, 손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언제나 미소를 장전하고 무슨 일이든 시키면 하는 약자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최저 시급이라도 받는다는 것, 밥을 준다는 것, 그저 일을 시켜준다는 것,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내가 가진 노동 권리의 기준은 이 정도라고 애써 만족했다. 그렇게 순수했던 청년은 아메리카노처럼 쓴맛이 풍기는 어른들의 사회를 알아가고 있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의 알바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학업을 병행하는 청년(만 15~29세) 알바는 60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제주도 인구가 64만 명이라고 하니 결코 적은 숫자라고 할 수 없다. 알바 인구가 여느 때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요즘, 이들의 노동 권리는 어느 정도 뒷받침 되고 있을까.


2015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89만 알바생 중 ‘임금 관련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가 55퍼센트, ‘근로 여건 불만족으로 일을 그만둔 경험이 있다’가 50퍼센트에 달한다. 반면 ‘노동 인권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가 17.5퍼센트로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제대로 된 노동 인권 교육을 받았다면 알바생으로 살았던 나의 20대가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적어도 급여명세서를 요구하기 위해 영문 모를 두려움으로 하루 종일 고민했던 나의 경험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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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 활동 시작


이러한 청년들의 문제를 직시하고 서울시와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청년을 위해 활동할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 44명을 1차 선발하였고, 2016년 5월 30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 청년부터 시민활동가, 노무사, 직업상담사, 직장인, 알바의 달인 등 다양하고 넓은 스펙트럼의 사람들이 모였고, 이들은 서울 각지의 민간협력 사업장, 자치구로 배치되어 지역에 직면해 있는 아르바이트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고, 더 나아가 각 지역에서 축척된 정보를 모아 서울시 전체의 건강한 아르바이트 생태계 구축을 위해 일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첫째, 아르바이트 노동 환경 방문 모니터링이다. 영세사업장과 노동 환경이 열악한 음식점·편의점·지하상가 등을 중심으로 청년 아르바이트 밀집 지역을 직접 방문한다. 지킴이들은 업주와 아르바이트 청년들을 만나 면담 등을 통해 사업장의 노동 환경을 파악하고 표준근로계약서를 배포하며 아르바이트 노동 권리에 대해 설명한다. 알바 현장을 직접 찾아가 부딪치는 일이 어색하고 힘들지만, 알바생의 현실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기회가 된다. 현재 8월부터 석 달 동안 지하철 역사 내 입점한 사업장 위주로 찾아가는 실태조사가 진행 중이다.


둘째, 청년 아르바이트 권리 찾기 캠페인이다. 홍대입구역에서 열린 발대식과 함께 ‘지켜줄게! 알바 권리’ 캠페인을 통해 아르바이트 권리지킴이 활동 시작을 알렸고 모니터링 조사와 청년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9월 2일 신촌역과 강남역 인근에서 열릴 이번 캠페인은 노동 상담과 더불어 눈높이에 맞춘 각종 행사를 기획하여 청년들이 노동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 캠페인을 통해 기본적인 아르바이트 노동권을 알려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셋째, 청년·청소년 노동 인권 교육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확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알바지킴이들은 체계적인 노동법 강의, 노동 인권 강사 양성 과정을 이수하고 청소년 노동 인권 강사로 활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알바생들은 자신의 노동 권리를 낮춰보며 부당행위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한다. 따라서 노동법 교육을 통해 문제의식을 키워나가 자신의 노동 권리를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곧 무시무시한 사회생활에 마주하게 될, 내가 겪었던 문제를 직면하게 될 청소년에게 가장 말해주고 싶고, 알았으면 하는 권리이기도 하다. 권리 위에 당당한 청소년의 목소리는 노동 현장 변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위 세 가지 활동을 유기적으로 엮어 아르바이트 노동 환경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려고 한다. 다시 한 번 요약하자면 실제 청년들이 일하는 노동 환경을 찾아가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장 밀집지역에서 대대적인 캠페인을 열어 청년 노동 문제를 적극적으로 의제화하고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더 나아가 알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알바지킴이의 역량을 강화하고, 눈높이에 맞춘 청년·청소년 노동 인권 교육을 직접 만들어갈 예정이다.


청년의 목소리가 변화를 만든다


어느덧 청년과 아르바이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더 이상 경험적인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생존의 수단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더욱이 우리의 노동 권리를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똑바로 마주봐야 한다. 아닌 것을 맞다고 하거나, 비난 받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침묵해서는 안 된다. 청년, 우리 친구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쟁취하려고 노력한다면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는 그 변화의 촉매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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