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피도 안 마른 ‘요즘것들’이 말하는 청소년 인권_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by 센터 posted Jun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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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센터 편집부장



난다, 치이즈 씨를 만나다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하는 ‘맹랑한’ 친구들은 뭔가 다른 특별함이 있지 않을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이하 아수나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갓 스무 살이 된 치이즈 씨와 8년째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하고 있는 난다 씨를 만났다. 두 사람의 나이는 달랐지만 우연히도 활동을 시작한 나이는 18세로 똑같았다. 열여덟의 소녀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난다 씨는 고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입학하는 날부터 야간자율학습을 시키는 것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교실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중 ‘미친 학교를 혁명하라’는 노란색 포스터를 보고 집회에 참석했다.

“체벌 금지, 두발 자유, 휴대폰 압수 금지 등 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긴 걸 보고 속이 시원하고 홀가분했어요.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걸 여기서 다 얘기하고 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 아수나로를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생활이 시간 낭비 하는 거 같고, 학교에 하루 종일 갇혀 있는 게 너무 답답했다. 1년만 다녀보고 결정하라는 부모님의 권유와 친구들도 힘든데 나도 버텨보자는 생각에 견뎠다. 그런데 2학년이 되어서는 더 미루게 되면 후회할 거 같아서 자퇴를 했단다.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던 치이즈 씨는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학교 수업 과정 중에 학생인권조례를 조사하는 숙제를 하다가 아수나로를 알게 되고 온라인 카페에 가입했다. 입시 교육에 불만은 있었지만 인권 문제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아수나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단순히 기분 나쁘고 말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걸 느꼈다고 한다. 

아수나로 활동가 중에는 학교생활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 부모님의 반대나 학벌 사회에서 살아가기 막막해서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꼭 청소년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활동가들이 아수나로를 움직이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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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선거운동 금지에 대한 불복종 행동 기자회견(@아수나로)


청소년 인권, 우리가 말한다


아수나로는 2004년 청소년 활동가를 지원하는 성격이 강했던 ‘청소년인권연구포럼 아수나로’로 시작해 2006년부터는 청소년 직접 행동을 추구하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로 단체명을 바꿨다. ‘아수나로’라는 이름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소설 《엑소더스》에 나오는 단체 이름이다. 소설 속 중학생들은 ‘아수나로’라는 이름의 단체를 만들어 거대하고 부패한 사회에서 빠져나와 자신들만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간다.


아수나로는 ‘행동하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청소년 인권에 대한 주제 발굴, 연구, 선전, 그리고 오프라인에서의 다양한 직접 행동을 중요하게 여기고 실제로 실천하고 있다고 밝힌다.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하는 전국 단체로는 거의 유일한 조직인 아수나로는 서울·광주·수원·인천·부산·울산·밀양 등 지역 지부를 두고 있고, 준비 모임들도 있다. 그러나 대표자는 없다. 서울의 경우 사무실도 있지만 딱히 집행을 담당하는 임원도 없고, 활동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사업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활동회원들이 팀을 구성하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평등한 관계 속에서 자유롭게 모인다. 한 명 한 명이 아수나로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회원이 세 명만 돼도 지역모임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공금, 연락모임, 전체 논의 담당을 조직한다. 정형화된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상황에 따라 새로운 모임 담당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1년에 두 번은 전체 지부 총회를 개최해 그동안의 활동 평가와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고 교육한다.


기호 0번 청소년 후보 운동


2008년 촛불집회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아수나로를 알리고, 활동을 시작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난다 씨도 당시 거리에서 자다시피 했다. 촛불집회 초기 촛불소녀들이 대거 참여하며 사회적 여론이 거세지자 교육당국은 학생들을 강하게 규제했다. 집회 참석을 막기 위해 현장 지도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참석 학생들의 인적사항까지 파악하도록 했다. 가정통신문을 보내 자녀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권고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집회 참여 학생들을 처벌하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집회장에서도 청소년들은 위험하니까 밤 열 시 이후로는 집에 가라고 유도했다. 청소년에게도 집회의 자유가 있다, 등교 거부 시위를 해야 한다, 학생들이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래서 청소년행동 집회를 열었다고 한다.


또한 아수나로는 첫 교육감 직선제에 맞춰 ‘캐발랄 젊은 후보 기호 0번 청소년’ 선거 운동을 했다.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직접 출마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뽑지도 못하고 얘기도 못하는데 그냥 한 번 나와 봤다, 청소년이 후보가 되겠다, 우리가 교육의 당사자다, 우리 빼고 누가 교육을 논하냐며 포스터 만들고 띠 두르고 다녔어요. 재미있었어요.”

아수나로는 규제하고 통제하는 게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어른들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어른들이 대신 청소년의 인권을 보장해준다는 말에도 반대한다. 청소년의 권리는 스스로의 손으로 직접 얻어나가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청소년 스스로 행동하고 저항하고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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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0번 캐발랄 젊은 교육감 후보 운동(@아수나로)


학습시간 줄이기 프로젝트-우리를 가두지 마!


아수나로는 그동안 특정 대학 합격을 알리는 현수막 철거 행동, 강제야자 반대 운동, 국기에 대한 경례 반대 운동뿐만 아니라 제도적 변화를 위해서 일제고사 반대 운동,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년 전부터는 ‘학습시간 줄이기 프로젝트’에 힘을 쏟고 있다. ‘자율’이라는 허명 아래 실시되고 있는 야간자율학습, 방학 보충학습, 학원까지 학생들은 온종일 학교와 학원에 갇혀 있다. 2015년 교육·인권단체가 공개한 학생들의 학습시간 실태조사(전국 초·중·고 재학생 6,261명 대상) 결과를 보면, 일반고 학생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평균 12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갑갑한 현실이다.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공부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장시간 학습이 장시간 노동이 되어버렸다.


아수나로는 학생들의 학습시간과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으로 노동 시간을 규제하는 것처럼 하루 6시간만 공부하자는 취지로 ‘학습시간 줄이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9시에 등교해서 오후 3시 하교. 사실 그리 무리한 요구도 아니지 않나.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이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학습시간 줄이기 캠페인을 하고 전국적으로 온오프라인 서명을 받았다. 그동안 받은 3만 4,100명의 서명지는 20대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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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역 앞에서 진행한 ‘내 시간을 돌려줘! 학습시간 줄이기’ 캠페인(@아수나로)


보호 따위 필요 없다!


“저희는 청소년보호주의를 반대해요. 위험한 것들이 있어. 그것들로부터 너희를 보호할 거야라고 하는데 위험한 게 있으면 없애야 하는 거 아닐까요?”아수나로는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비판한다. 청소년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보호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의식이나 제도, 문화 등을 반대하는 것이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규제하고 인권을 침해하며 억압하고 통제하기 때문이다.


청소년보호법에 유해물, 술과 담배, 성적인 행동, 밤 10시 이후 찜질방 출입 등을 금지하고 있는데 보호라는 이름으로 청소년들에게 억압과 차별을 가한다. 위험하다고 이름 붙여진 것이 누구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그런 문제를 결정할 때 당사자의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들어봤냐고 항변한다. 위험하면 어떻게 덜 위험하게 할 건지,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논의하는 게 아니라 통제하기 쉬운 방법을 택한다.

치이즈 씨는 “나이가 어리면 미성숙하고 책임감 없다고 해요. 그런 인식 때문에 청소년을 유난히 더 통제하고 관리하려고 들죠. 학교 안에만 가둬두고 다른 걸 접해볼 기회도 없기 때문에 사회 이슈에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는데 미성숙하다고 말하는 건 악순환”이라며 근거 없는 청소년 혐오가 있다고 주장한다.


‘청소년 인권을 Want한다면, 아수나로에 후₩on을!’


아수나로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를 출발 기점으로 본다. 그래서 올해 10년 맞이 후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청소년 인권을 Want한다면, 아수나로에 후₩on을!’ 아수나로 사람을 후원하는 ‘십 년 더 일하게 해조 기금’, 아수나로의 목소리를 후원하는 ‘요즘것들 기금’ 방식이다. 활동회원들이 자발적 무임금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기금 마련을 통해 상근활동가를 두는 게 계획 가운데 하나다. 2014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청소년 신문 《요즘것들》도 아름다운재단의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으로 제작하고 있지만, 후원금이 모이면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청소년 인권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 한다. 후원행사는 7월 1일 서울 충정로역 인근에 있는 카페 일므디에서 진행된다. 재기발랄하고 발칙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아수나로 온라인 카페(http://cafe.naver.com/asunaro)

후원계좌 : 국민은행 032902-04-275775 김해솔(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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