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민하는 은행 탄생_청년연대은행 ‘토닥토닥’ 김진회 이사장을 만나다

by 센터 posted Mar 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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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혜정 기록노동자



돈이 문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빚쟁이로 살아가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우리에게 닥친 문제는 그것이다. 청년 실업, 우울, 고립감, 자살 등은 이로부터 번져 나온 것들이다. 안전망이 없는 사회에선 그저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 2011년 최고은 작가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많은 물음들을 던졌다. 이것이 과연 개인의 문제인가. 최고은 작가의 죽음은 세대 정체성과 빈곤의 문제를 동시에 환기했다. 청년연대은행 ‘토닥토닥’ 역시 이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되었다.

 “최고은 작가가 30대 초반이었잖아요.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현실에 대한 자각이 있었던 거죠. 빚이란 게 단순히 돈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울, 고립감, 무연사로 이어진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랄까. 그러다보니 우리가 일상적으로 함께 돈을 모으고 급할 때 빌려주는 형태의 은행을 만들어보자 생각하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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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정기총회(@토닥토닥)


청년연대은행 ‘토닥토닥’(이하 토닥)의 이사장 김진회 씨는 이런 위기의식이 전반적으로 청년은행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토닥은 지금 절망적인 청년들에게 “괜찮아”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빚을 모두 갚아주진 못하지만, 적어도 나는 혼자가 아니고 기댈 곳이 있다는 작은 위로를 서로에게 건네는 것이다. 토닥토닥, 서로의 등을 두드리는 몸짓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토닥은 지난 몇 년간 유의미한 사업들을 진행했다. 그중 하나가 2013년 서울시 사회적기업 에듀머니와 함께 진행한 ‘청년 부채 실태조사’ 사업이었다. 무작정 지하철 역사나 거리에 가판대를 차리고 설문조사를 받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받은 결과, 채무자 절반이 2회 이상 연체된 상태였고, 가장 많은 대출 용도는 학자금이었다. 실태조사 발표회에서 저임금, 고용안정성이 채무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오자 청년들의 빚 문제가 수면 위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추상적으로만 떠들던 스스로의 실체를 확인하게 되면서였다.


빚 권하는 사회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학자금 대출로 인해 청년들은 너나없이 빚쟁이가 된다.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았을 때 벌어지게 될 상황들에 대해 계속적으로 주입하며 공포를 양산한 사회는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대학 안 나오면 인간 취급 못 받는다’는 공포는 빚을 져서라도 대학을 가도록 청년들에게 강요한다. 하지만 열아홉, 스물에게 그런 큰 짐을 지우고 방치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김진회 이사장은 이야기한다. 몇 년간 빚쟁이로 살면서 그걸 갚아나가는 과정은 그들을 탈진하게 만든다.

“학자금이나 월세 같은 경우는 비싼 게 제일 큰 문제예요. 그런데 그걸 낮출 생각은 않고 빌려주는 형태의 정책을 남발한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 점이죠. 온 국민을 빚쟁이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요. 학자금 대출, 주택 담보 대출 등 모두 대출의 형태로 대안을 찾잖아요. 어차피 개인이 전부 갚아야 하는 건데 말이에요. 부채 탕감 운동에 대해서도 이야기들을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어요. 파산, 회생제도가 있긴 하지만 파산 조건은 까다로워졌어요. 회생은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에 해당하는 금액의 1.5배를 제외한 모든 소득을 5년간 한 달도 빠짐없이 갚으면 회생에 성공하는 제도인데, 5년 동안 회생에 성공한다 해도 이미 그들은 30대, 40대가 되어있겠죠. 그 시간들이 빚 때문에 송두리째 날아가는 거죠.”

빚은 시간을 삭제한다. 청년들의 시간은 그렇게 삭제되고 있었다.

“소액결재가 쉬운 수단이다 보니 거기서 돈을 많이 끌어다 쓰는 거죠. 소액결재로 티머니 상품권을 사거나 티머니를 충전한 다음 환불하면, 취소 수수료 500원을 내고 핸드폰 소액결재 깡을 할 수 있어요. 그런 걸 이용해서 생활비를 충당하다가 핸드폰 정지되고 찾아오는 분들도 많아요.”


핸드폰 소액결재로 연명하다가 연체금이 쌓여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이 어려워 찾아온 조합원도 있었다. 핸드폰 금액이 연체되어 있으면 대부업체도 대출을 해주지 않는단다. 4인 가족 생활비를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충당하다가 토닥을 찾은 조합원도 있었다. 주택 담보 대출 이자가 계속 나가는 상황이었다. 부산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한 조합원도 2년 전 대출을 받아갔다. 1년 후 재무상담 요청이 들어왔는데, 이미 사채를 다섯 군데 이상에서 끌어 쓴 상황이었고 총 빚이 천만 원이 넘어 있었다. 거의 매일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30대 초반이었는데,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분이었어요. 나중에는 개인적으로 5만 원만 빌려달라는 카톡이 왔더라고요. 직장을 구하고 회생을 신청하라고 조언해드렸는데, 걱정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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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은 어떻게 채무자가 되는가’라는 주제로 연 2015년 특강(@토닥토닥)


공동체적인 해결방식에 대하여


돈으로 생긴 문제를 토닥이 전부 해결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공동체 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가고 있다고 김 이사장은 말했다. 삶에 필요한 것들이 전부 돈으로 해결된다는 견고한 이데올로기를 넘어서서 우리가 함께 서로 도움을 주고 답을 찾아나갈 수 있다는, 또 다른 방식으로의 해결이다.

“조합원 중 변호사가 있는데 조합원들에게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해준다거나, 소득이 적더라도 어떻게 돈을 쓰고 관리해야 하는지, 보험 상품 등을 고르는 방법, 판단하는 방법들에 대한 교육 사업들을 같이 하고 있어요.”


토닥은 돈에 휘둘리는 인생이 아니라 내가 주도하는 인생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들을 꾸리고 있었다.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반드시 들어야 하는 ‘토닥학 개론’은 우리가 왜 모였는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고 어떤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는지, 나아가 내가 조합의 주인으로서 조합 활동에 참여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또 다른 토닥의 교육 사업으로는 ‘토닥 가계부 쓰기’가 있다. 이것 역시 ‘돈’이 목적이 아니다. 김 이사장은 토닥의 목적은 곧 ‘삶’이라는 사실들을 계속해서 환기시켰다.

“가계부 쓰기 같은 경우에도 먼저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해요. 돈은 단지 수단일 뿐이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이야기하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제일 첫 페이지에 우리는 꿈을 적어요.”

꿈을 적고 나서야 비로소 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온다. 꿈을 위해 어떻게 내가 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같은 또래들이 비슷한 문제들을 겪고 있다는 공동의 의식으로 모이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꿈과 삶을 되찾는 공동체, 그렇게 토닥토닥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 외에도 토닥은 토닥 씨앗을 통한 대안화폐 가능성의 모색 등 여러 가지 경로들을 모색하고 있다.

“사실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필요한 것들을 누군가가 생산하고 그걸 주고받으며  살 수 있는 거잖아요. 돈은 그 ‘주고받음’을 매끄럽게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인데 사실 지금은 주객이 전도된 거죠. 교환 가치가 사용 가치를 뛰어 넘어버린 거죠. 이런 사고를 전복시키는 방법들을 계속적으로 찾아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빚을 지거나 목숨 걸고 취직해서 살지 않아도 공동체 안에서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과정, 토닥토닥은 바로 그러한 과정들을 밟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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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의 날(@토닥토닥)


얼마 전 한양대에는 ‘키다리 은행’이라는 이름의 은행이 생겼다. 토닥토닥을 모델로 만든 은행이었다. 한양대생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고 대출도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네 건의 대출이 있었고, 교육 사업 등의 콘텐츠를 주고받으며 교류하고 있다고 했다. 토닥토닥, 작은 위로들은 이렇게 조금씩 번성 중이다. 작지만 큰, 미약해보이지만 거대한 움직임들은 이렇게 전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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