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바로 지금 청년의 현실과 마주하자_청년노동 착취 없는 그 날을 위해

by 센터 posted Feb 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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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오세연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새해 들어 청년유니온 사무실에 오는 전화가 급증했다. 일상적으로 오는 노동 상담 전화에, 당사자를 찾아달라는 언론사들의 요청, 취재 요청 등 사무실에 있으면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전화를 받은 것 같다. 청년노동의 문제가 ‘갑질 논란’, ‘열정 페이’로 호명되면서 많은 관심과 조명을 받고 있음을 청년유니온 사무실에만 있어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상봉과 위메프


몰려드는 전화의 시작은 지난 1월 7일 ‘2014 패션업계 청년착취대상’으로 이상봉 디자이너를 선정해 시상한 기자회견 덕분이었다. 이상봉 디자이너가 한글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은 만큼 시상식은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진행됐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시상식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강남의 이상봉 디자이너 사무실까지 축하 화환과 상장을 배달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우리나라 대표 디자이너이며, 한국 패션 디자이너 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다. 〈무한도전〉 출연으로 청년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니 패션, 디자인으로 전망을 고민하는 청년들은 이상봉 디자인실에서 일하게 되는 것을 꿈꿨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봉 디자인실은 야근수당을 포함해 견습은 10만 원, 인턴은 30만 원, 최저임금 이하의 정규직 채용과 같은 방식으로 패션계에 갓 진입한 청년들의 열정과 노동을 착취하고 있었다.

청년의 열정을 가지고 놀았다는 논란이 달구어 지고 있던 다음날인 1월 8일,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정직원 채용을 빌미로 수습 직원에게 2주간 정직원 수준의 영업을 시킨 뒤 전원 해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하루 14시간가량 일한 수습 직원들에게 해고 뒤 시급 3,000원 꼴인 일당 5 만원을 지급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수습 기간 동안 신입사원들은 서울 강남·강북·강동 등 각 지역에서 새로운 음식점과 계약을 체결하고, 위메프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정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각 지역을 배정받은 신입사원은 하루에 50여 개 음식점에 방문해 위메프 할인 티켓 계약을 따내야만 했고, 자정이 다 돼서야 퇴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분노한 청년들에게 그들은 “저희가 달을 가리켰지만 많은 사람들이 손을 본다면 그것은 저희가 말을 잘못 전한 게 맞다”며 사과 아닌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사과문을 발표해 분노에 기름을 더했다. ‘을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항의를 하겠다’며 위메프 앱 삭제, 위메프 탈퇴 항의가 이어졌고 수습사원 ‘먹튀해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갑질 논란’ 위메프는 이후 3대 소셜커머스 중 꼴찌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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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7일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2014 패션업계 청년착취대상'으로 이상봉 디자이너를 선정해 시상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청년은 어떻게 착취당하고 있는가


대학생과 같은 고급 인력을 모셔가던 80~90년대와는 달리, 기업들은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고 교육비용이 적게 드는 경력직과 스펙이 높은 사람을 골라가는 ‘갑’이 되었고, 통일보다 정규직이 소원인 시대에 청년 세대의 절박함을 악용해 청년들을 대놓고 착취하고 있다.

인턴, 수습,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확산되는 청년층 과도기 노동이 이를 대표한다. 기업들은 스펙과 역량을 쌓을 수 있고, 경력을 쳐준다는 빌미로 청년들의 노동을 착취하고 있으며 정당한 대가 없이 청년의 노동과 열정을 착취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자르기 어려우므로 인턴과 수습이란 이름으로 ‘쓰고 버리고’ 있으며 인건비 절감을 위해 근로기준법에 교묘하게 벗어나 있는 인턴, 수습을 악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청년에 대한 착취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교묘하다. 롯데호텔 뷔페식당에서 파견일용직으로 일하던 청년유니온 김영 조합원은 약 3개월(2013년 12월 10일 ~ 2014년 3월 29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근무했다. 말이 일용직이지 사실상 정직원과 다를 바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남자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고 재심 끝에 지난겨울 중노위는 지난달 “부당해고가 맞다”며 원직 복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롯데호텔 측은 아직도 복직 처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대형 로펌을 끼고 본격적인 소송에 들어갔다. 그가 복직하면 그와 비슷한 환경에서, 그와 같은 계약을 맺고 일하던 수많은 청년들이 ‘권리 찾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청년은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도 일하는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기업과 대형 로펌을 상대하게 됐다.

‘열정 페이’에 대한 논란, 법을 악용하고 갖은 방법으로 청년을 착취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인식하는 ‘노동의 대가’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러한 관행과 구조는 청년이 일한 만큼의 합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며 노동의 소중함과 가치를 평가절하 하고 사회적 불평등의 구도를 악화하는 주범이다. 방송인 유병재 씨의 “젊음은 돈 주고 살 수 없어도 젊은이는 헐값에 살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라는 말은 청년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한다. 그런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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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6일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부당해고 당한 청년 노동자 김영 씨의 원직복직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절망의 나라에서 꿈을 키우길 바라다니


새해를 맞이해 볼 수 있는 글들 중 올해도 어김없이 ‘청년들이여! 꿈을 크게 가져라’(1월 9일자 〈한국경제신문〉)라는 칼럼이 눈에 띄었다. 불결함과 불친절, 지루한 공원을 경험한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랜드를 세운 일화와 월트 디즈니의 웅대한 비전에 대해 소개하며 결국 결론은 청년들의 꿈은 클수록 좋으니 꿈을 크게 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청년이 접하는 현실은 월트 디즈니의 꿈과 비전이 실현된 ‘꿈과 환상의 디즈니랜드’가 아니라 디즈니 왕국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온갖 잡다한 업무에 종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턴 왕국이라는 사실이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검표원, 모노레일을 모는 기관사와 놀이기구 직원, 미키마우스 귀 모자와 솜사탕을 파는 행상, 핫도그 스낵바 직원, 땀을 뻘뻘 흘리며 디즈니 주인공 가면을 쓰고 있는 배우 모두 인턴이라고 한다.

적어도 청년에게 꿈을 언급하려면 청년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언급과 공감부터 시작해야 한다. 차라리 ‘청년들아, 너희들은 위한 나라는 없다’(1월 29일자 〈경향신문〉)라는 말이 따뜻하게 들리는 건 청년들이 접하고 있는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마주해 주었다는 공감 때문일 것이다.

새해는 밝았고 선거가 없는 올해(보궐선거가 생겼지만)에는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 노동의 이슈들이 많이 떠오르지 않을까 한다. 비정규직에게 좋아지는 점은 막연하고 허망하며 정규직의 피해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브레이크를 거는 일, ‘열정 페이’를 뿌리 뽑고 청년에게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역할 등 새해에도 할 일이 많다. 새해의 바람을 쓰려다가 바래봐야 소용없을 것 같아 결심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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