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노동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자!_감추어져 있는 청년 노동자들의 현실

by 센터 posted Oct 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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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오세연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낯선 연휴

이번 추석 연휴엔 할아버지가 계시는 대전에 3일이나 있었고 올라와서도 가족과 하루를 온전히 보냈다. 명절을 명절같이 보낸 느낌. 이게 명절 연휴구나 싶으면서도 이렇게 보내는 게 왜 이렇게 낯설까 생각했더니 지난 2년간 명절을 온전히 쉬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지난 2년간 방송국 인터넷뉴스부 SNS 업무를 했는데 주말과 공휴일엔 재택근무를 해야 했다. 재택근무라는 게 편하게 일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10시간씩 모니터 앞을 거의 지켜야 했으므로 사실상 다른 일을 하거나 약속을 잡는 일은 불가능했다. 또 교대근무여서 연휴가 되면 꼭 하루, 이틀은 일하는 날이 잡혔기 때문에 지난 2년간은 명절을 쇠러 내려가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그 2년 전에는 야간 모바일 뉴스 근무를 하느라 명절, 공휴일 상관없이 밤에 컴퓨터로 작업을 해야 했으므로 명절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2년 전에는 N 포털사이트 뉴스편집 일을 했는데 주말과 공휴일에만 일을 하는 형태였으므로 당연히 명절과 공휴일 없이 1년여를 보냈다.

우리가 쉴 때, 좀 더 편해질 때 일을 하는 사람들은 늘어난다는 생각을 그래서 하게 되었다. 버스가 연장 근무를 하면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겠구나, 연휴에도 뉴스와 인터넷 사이트는 운영되어야 하니 연휴에도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겠구나, 방송이 24시간 돌아가면 누군가는 일을 하고 있겠구나, 연휴여서 더 가게 되는 마트·백화점에는 많아진 사람들로 정신이 없겠구나···.

세상이 좋아진다고, 편해진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게끔 만드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특히 요즘은 일주일을 온전히 일해야 하는 직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규직들이 쉬어야 할 틈(주말 혹은 공휴일)에 일을 하는 형태의 근무도 많아지고 있다. 업종 또한 서비스, 언론, 인터넷 관련 일이 많으니 쉬는 날에 일하는 청년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노동의 문제가 점점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고 손을 내밀고 연대를 만들어가야 할 현장과 사람들, 청년들은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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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청년들의 심각한 감정노동

청년유니온은 지난 924아르바이트 청년 감정노동 실태조사 결과발표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822일부터 912일까지 전국 15~29세 서비스업 종사자 2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2(85.4%)기분과 상관없이 항상 웃거나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답했다. ‘(일하면서) 감정적으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177·79.0%), ‘솔직한 내 감정을 숨기고 일해야 한다’(174·77.3%)고 답한 이들도 많았다. ‘무리한 요구나 신체적·언어적·성적 폭력을 한 번 이상 경험했다고 밝힌 응답자도 165(73.3%)이었다. 153(68%)아르바이트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에 더 자주 노출된다고 느낀다고 답했다.그동안 콜센터, 여성의 노동으로 표현되었던 감정노동이 청년도 해당 사항임을, 청년도 감정노동과 직무 스트레스, 언어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이 세상 밖으로 알려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딸 같다더니 나중엔 작업을 걸더라.”, “X, X아 이런 욕설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당이 떨어져서 피곤할 때라는 이유로 한 40분간 계속 욕을 하시던 분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너 딸 같은데 내 볼에 뽀뽀 좀 해 봐라고 했다.”, “반말을 비롯해 언어 폭력은 기본이다.” 등 청년이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구체적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통계와 분석이 주는 결과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과 공감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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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노동, 끄집어내야 하는 이야기

노동조합도 제대로 가질 수 없는 아르바이트 청년들의 이야기, 누구나 쉰다고 생각할 때 일을 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 상황 탓·자기 탓을 하며 일을 하면 할수록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야 한다. 당사자들의 이야기와 사례가 많이 알려지고 있지만 당사자의 목소리조차 끄집어내지 못하는 현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자지위소송에서 전원 불법파견임을 법원에서 선고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지인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남겼다. “쌍용자동차도 현대자동차도 콜트콜텍도 억울한 수많은 노동자들도. 끝까지 결사항전 해야 법원 판결이 잘 나오는 건지. 아니면 그 시간을 견뎌내기 위한 서로의 애절함인지···.”

노동조합이 끈질기게 투쟁하고, 누군가 철탑에 오르고, 1년 넘게 농성을 하고, 죽기 직전까지 단식을 해야만 세상 밖으로 겨우 나오는 노동의 문제. 노동조합조차 없어 문제들을 자기 탓으로 치부해 버리거나, ‘원래 돈 버는 게 어렵지하며 속앓이 하고 있는 수많은 청년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끄집어내야 할까. 어제도 야근을 했지만, 세상은 넓고 청년유니온이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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