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 현황과 쟁점

by 센터 posted Aug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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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비정규 공무원’ 사례를 중심으로


김직수 센터 정책연구위원



일본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국내에서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이에서는 작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 변화 방향에 대한 노동계 및 시민사회의 우려가 크다. 일본의 공공부문 비정규직과 관련해 먼저 일본의 ‘공공부문’ 개념이 한국에 비해 협소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에서는 철도, 전력, 통신, 우정 등 주요 공공서비스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대거 민영화되었고, 지방에서도 민간위탁이 폭넓게 추진되었다. 이러한 민영화는 노사 관계 재편과 더불어 진행되었기에 민영화된 부문의 노동자들은 해당 부문이 제공하는 서비스 성격이 공적이라 하여도 엄격히 민간부문 노동자로 재규정되었다.


물론 일본에도 여전히 중앙 및 지방 공기업이 존재하고, 이들의 고용 관계는 공영기업노동관계법에 의해 규정되나, 소수에 머무르게 되었다. 따라서 일본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는 주로 ‘공무원’을 의미하게 되었고,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은 ‘비정규 공무원’으로 불린다. 더욱이 일본의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산하 비정규직 채용은 기본적으로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의 규정을 받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비정규 공무원들은 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음으로 인해 노동기준법상의 노동권 보호로부터 제외되나, 그간 공무원법상의 애매한 채용 관련 규정 외에 적용 가능한 복무규정이나 급여규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상과 같은 제도적 차별은 비정규 공무원의 지속적인 증가에 의해 심화되어 왔다. 중앙행정기관의 경우 1980년대 이후 정원 감축 계획에 따라 정규 공무원 채용을 줄이며 이를 비정규 공무원으로 대체해 갔고, 지자체 또한 중앙정부의 예산 통제와 지정관리자(민간위탁)제도 하에서 지방 공무원 정원(각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게 되어 있음)을 줄여나가며 비정규 공무원으로 대체해 갔다.


지자체 비정규 공무원 규모와 실태


일본의 지자체들은 열악한 재정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교육 및 복지 등 증가하는 행정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비상근직 지방 공무원 활용 의존도를 높여 왔다. 2005년 지자체 비정규 공무원은 약 46만 명 수준이었으나, 2008년에는 약 50만 명, 2012년에는 약 60만 명, 2016년에는 약 65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6년 현재 특별직 비정규 공무원은 소수의 본래적 의미의 특별직인 전문가 및 관리자를 제외한 사무보조원 등이 약 22만 명에 이르며, 일반직 가운데 임시직 비정규 공무원은 약 26만 명, 일반 비상근직 비정규 공무원은 약 17만 명에 이른다. 직종별로 살펴보면, 사무보조원이 약 10만 명, 교원 및 강사가 약 9만 명, 보육교사가 약 6만 명, 급식조리원이 약 4만 명, 도서관 직원이 약 2만 명 등 폭넓은 분야에서 비정규 공무원이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이들은 대부분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총무성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6년 현재 비정규 공무원 가운데 10년 이상 동일 직무에 계속 근무해 온 노동자들의 비율은 보육교사 41퍼센트, 급식조리원 31퍼센트, 생활상담원 32퍼센트 등으로 나타났다. 오사카부에 속한 44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정규 공무원은 약 11만 명에서 약 7만 4천 명으로 줄어들어 약 3만 7천 명이 감소한 반면, 비정규 공무원은 약 2만 8천 명에서 약 3만 5천 명으로 늘어나 약 7천 명이 증가했다. 나머지 3만여 명의 일자리는 ‘효율화’ 및 ‘간소화’를 통해 사라지거나 대부분 민간위탁되었다. 비정규 공무원 비율 또한 높아 기간인력화 된 양상을 보이는데, 44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절반인 22개 지자체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40퍼센트를 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으로 임시직 최저 시급은 885엔으로 오사카부 민간부문 최저임금인 858엔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주요 직종별 평균 시급은 일반사무직이 912엔, 보육교사가 1,123엔, 도서관 사서가 1,018엔, 생활상담원이 1,666엔 수준이다. 임금뿐만 아니라 각종 수당 및 휴가 등의 적용도 지자체별로 편차가 큰데, 이는 특별직, 임시직, 일반직으로 구분된 비정규 공무원의 채용 방식에 일관된 기준이 없어 채용 구분별 비율이 지자체별로 제각각인 현실과도 관련이 있다. 그밖에도 8개 지자체에서는 파견을 활용하고 있었고, 20개 지자체에서 임기제 단시간 직원제도를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파견은 일시적이고 보조적인 업무 외에 의회 비서 및 접수 업무, 사무보조, 콜센터 상담원, 점검업무, 보육교사, 의료사무, 간호사, 조산원 등 상시지속적 업무에도 활용되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의 법 개정 추진


일본 정부는 총무성 산하에 임시·비상근직 및 임기제 지방 공무원의 임용 등의 방향에 관한 검토기구를 구성해 2016년 7월부터 제도 개혁을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가 12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자체 비정규 공무원은 우선 크게 지방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특별직과 동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직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문제는 특별직이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직은 본래 전문성을 지니며 수비의무를 지니는 등 공공의 이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업무에 대해 제한적으로 채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나, 실제로는 사무보조원 등이 대규모로 활용되고 있다. 더욱이 특별직 및 임시직은 채용 절차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물론 일반직 비정규 공무원도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한 공개채용 절차가 있을 뿐 채용 절차가 명확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다보니 최근 10여 년간 지자체들은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특별직 비정규 공무원으로 채용해 온 것이다. 이에 더해 일관된 관리 체계가 없다 보니 비정규 공무원 대다수가 강한 노동자성을 지님에도 각종 수당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앙행정기관 산하의 비정규 공무원이 일부 수당을 적용받고 있음을 고려하면 차별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상의 문제들에 관한 정부 측 대응은 지자체 비정규 공무원 가운데 특별직과 임시직을 일반직으로 일원화하고, 특별직 채용은 각종 위원회 위원이나 고문 역할 등 전문성을 지닌 사례로 제한하며, 임시직 채용은 정규 공무원의 육아 휴직 등 대체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일반직 비정규 공무원의 채용 방법, 복무규정 등을 마련하고 일부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개정 지방공무원법의 문제점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가 발의한 입법안이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했고,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9년 4월 1일부터 시행된다. 그런데 이에 대해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로부터 실제로는 비정규 공무원에 대한 차별은 해소하지 않은 채, 지자체 구조조정 및 시장화를 촉진하고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법 개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해온, 비정규 공무원 채용을 규정하고 있는 지방공무원법 17조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동법 22조에 ‘회계연도임용직원’에 관한 항이 신설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의 특별직 및 임시직 대부분이 일반직 비정규 공무원으로 강제이행 되는데, 새로운 ‘일반직 비상근 직원’(일반직 비정규 공무원)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들과 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특별직과 임시직을 일반직으로 강제이행하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다. 특별직 비정규 공무원은 지방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따라서 노동법의 적용을 받았다. 따라서 임시직 및 일반직에 비해 노동조합 조직률도 높은 편이었고, 노동 조건도 비교적 나은 편이었으나, 이제껏 보장받았던 최소한의 노동권(노동위원회 제소를 통한 분쟁 해결 등)마저 상실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더해 개정 노동계약법에 따르면 5년 근무 시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이 되나, 이를 적용받지 못하게 되었다. 비정규 공무원을 조직하고 있는 노동조합들은 법 개정 직후인 지난 5월 국제노동기구(ILO)에 일본이 비준하고 있는 87호 조약(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관련) 및 98호 조약(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관련)을 침해하였다며 일본 정부를 제소한 상태다.


둘째, 일반직 비정규 공무원도 고용불안정성이 커지게 되었다. 기존 임용 기간이 ‘원칙 1년’이었음에 반해, 개정법은 회계연도 임용 직원 임기를 ‘최장 1년’으로 규정하였으며, 객관적인 능력 검증을 거쳐 재임용이 가능하나 1개월간의 ‘시용(試用) 기간’을 두도록 했다. 호봉제나 정기승급을 적용받지는 못했지만, 매년 재임용(재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관행적으로 계약을 갱신해 오던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1년 근무 후에는 1개월간의 공백 기간을 갖도록 되어 고용불안은 물론 소득불안정성마저 커지게 되었다.


셋째, 복무규정을 적용함에 있어 수비의무 외에도 정치적 행위 제한, 쟁의 행위 금지 등의 사항도 지방 공무원과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하였으며, 비정규 공무원도 인사 평가 대상으로 하되, 구체적인 평가 방법은 유연하게 적용하도록 하였다. 이는 최근 10여 년간 비정규 공무원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문제제기가 이어진 데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노동조합 활동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넷째, 기존의 ‘보수’가 아닌 ‘급여’를 지급한다는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일부 수당을 적용받을 수 있게 하였다. 급여 수준은 구체적인 직무의 내용과 책임 정도를 고려해 설정하도록 하였으나, 이른바 경험가산제도(호봉제)에 대한 규정은 마련하지 않았다. 적용되는 수당은 시간외수당, 통근수당, 퇴직수당(지급요건에 해당되는 경우)이며, 기말수당(근면수당을 제외한 일시금)은 6개월 이상 근무한 자에 한해 지급을 검토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끝으로 휴가 적용에 대해서는 중앙행정기관의 비정규 공무원에 준하여 제도를 정비한다고 규정하였는데, 중앙행정기관 비정규 공무원의 휴가는 현재 대부분 무급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 판례와 민간부문 노동법으로부터도 후퇴


그런데 이상에서 살펴본 문제점들은 일본 법원의 기존 판례들은 물론 일부 민간부문의 노동관계법상 기준들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지난 2007년 도쿄고등법원은 도쿄도 나카노구 비상근 보육사 부당해고 사건에 대해 기대권을 인정한 바 있다. 나아가 ‘공법상의 임용관계 하의 노동자가 민법상의 고용계약에 비해 불리하게 되는 것은 불합리’하며 비상근 임용을 계속 반복하게 되어 있는 현행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기존의 법원에서도 확인된 바 있는 갱신기대권의 발생 자체를 막겠다는 것이다.


한편, 기존 지방자치법은 정규 공무원 근무시간의 4분의 3 이상(원칙상 1주간 기준)을 근무하거나 근무의 내용, 형태, 역할, 처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정규 공무원에게도 각 지자체가 조례 제정을 통해 각종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 왔다. 그런데 개정법의 회계연도 임용직원 규정은 근무시간 4분의 3 기준으로부터 후퇴해 주당 38시간 45분을 근무하는 풀타임(일본 인사원 규칙에 의해 비정규 공무원의 소정 근로 시간은 1일 7시간 45분을 초과할 수 없음)에 대해서만 기말수당 등을 지급할 수 있게 한 데 반해, 그 미만의 파트타임 근무자에 대해서는 수당 적용을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각종 수당 지급에 관한 기존 판례들은 물론 민간부문에 적용되는 노동계약법 및 파트타임노동법 등에도 위배되는 사항들이다.


공공부문 시장화 중간 단계로서 비정규 공무원


개정된 제도 하에서도 기본적으로 비정규 공무원을 정원 외 인력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변함이 없다. 지자체 비정규 공무원의 부분적인 처우 개선(일부 수당 적용 등)을 실시하면서 통합적으로 관리해 필요할 때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방공무원법상 임시·비상근직(비정규 공무원)은 ‘보조적인 업무’에 한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총무성은 이를 ‘조직의 관리 및 운영 자체에 관한 업무, 재산 압류, 인허가 등’의 ‘권한을 필요로 하는 업무’를 제외한 업무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더해 상기 업무를 현재 비정규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는 경우에는 기존의 임기제 직원 제도를 확대 적용할 것을 검토 중이기도 하다. 일본의 지자체 산하 보육시설, 도서관 등 다수의 공공시설은 이미 지정관리자 제도를 통해 민간위탁 되어 있다. 지정관리자 제도란 일본 내 총 8만여 개에 이르는 지자체 산하 공공시설에 민간위탁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제도로서, 입찰이 아닌 공모 방식을 통해 3~5년 단위로 사업자를 선정하며, 사업자 선정은 지자체 산하 의회가 담당한다. 요컨대 비정규 공무원 확대는 지자체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조정된 업무를 민간위탁 및 파견 활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간 단계로서의 성격을 띤다. 일본의 지자체 비정규 공무원 사례는 공공부문의 통일된 인력 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공공서비스의 시장화라는 기조를 유지한 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과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 처우 개선 만큼이나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 노동기본권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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