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니온 운동’은 끝났는가?

by 센터 posted Feb 28,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프레카리아트유니온의 고민과 새로운 시도


김직수 센터 정책연구위원



지난해 3월, 도쿄 모처에서 일본 수도권에 거점을 둔 프레카리아트유니온의 시미즈 나오코 위원장을 만났다. 이름도 생소한 COJ (Community Or-ganizing Japan)라는 이름의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하는 워크숍이 열린 그곳은, 더욱 거리감 느껴지는 일본재단의 한 회의실이었다. 시미즈 위원장은 한편으로는 무거운,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결의에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도 청년유니온과 노년유니온 등이 설립되어 활동하면서 ‘유니온’이라는 명칭이 그리 낯설지 않게 되었고, 그러한 명칭과 그 의미를 일본의 ‘유니온 운동’에서 빌려온 것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지난 1년간의 도쿄 체류를 마무리하면서, 이번 호에서는 프레카리아트유니온의 사례를 중심으로 최근 십수 년간 일본 내에서 노동조합 운동의 새로운 흐름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아 온 유니온 운동의 현황과 전망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프레카리아트유니온과 ‘프레카리아트’


프레카리아트유니온은 2012년 4월 ‘프리터’ 유니온 활동을 하며 문제의식을 같이 하던 몇몇 활동가가 모여 결성한 이후 2016년 현재 조합원 250여 명을 두고 있다. 위원장을 포함해 9인의 집행위원(대의원)에 사무국 집행 체계를 갖추고 지역·업종·기업별 15개 지부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가입비 3천 엔에 매월 조합비는 연수입 360만 엔 이상의 경우 3천 엔, 140만 엔 이상의 경우 2천 엔, 140만 엔 미만의 경우 1천 엔을 받고 있어 재정적으로 여유롭지는 못한 편이다. 상급단체로는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산하의 전국커뮤니티유니온연합회(전국유니온)에 가맹되어 있다. 2012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2015년부터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시미즈 씨는 1970년대 초반 출생으로, 일본에서는 ‘단카이 주니어 세대’로 일컬어지는 세대에 속한다. 대학 졸업 후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이른바 ‘취업빙하기’였다. 졸업 후 자유기고가로서 청년 세대 노동 현장을 취재해 오다가, 2000년대 중후반 IT분야에서 일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것이 큰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모 유니온에서 조합원과 지도부의 관계가 ‘오야붕-꼬붕’ 모습을 띠어 가는 것을 보고 직접 유니온을 설립하여 다른 형태의 조직과 운동을 실험해보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프레카리아트유니온의 주요 조직 대상은 프레카리아트이다. 일본에서 ‘프레카리아트’라는 용어는 이른바 ‘신좌파’ 문화 운동 차원에서 제기된 측면이 강하지만, 프레카리아트유니온은 비정규직과 중소영세기업 노동자, 나아가 비공식 부문 노동자 등 불안정 노동자들을 폭넓게 포괄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이들은 일자리 및 생활의 불안정과 더불어 ‘정신적 불안정’을 프레카리아트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당장 생활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더라도 ‘함께’ 함으로써 심리적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유니온의 중요한 기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불안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자괴감 또한 존재한다. 짧은 기간 동안 단순한 업무를 하고 적은 보수를 받는 일을 반복하는 악순환 속에 ‘숙련’ 형성은커녕 건강한 자아의 성장조차 방해받는 것이다. 인간불신에 빠진 채 어느덧 중년이 되어버린 프리터들이 사회로부터 버려지고 있는 것 또한 오늘날 일본 사회의 한 풍경이다. 더욱이 부당해고나 임금 및 각종 수당 미지급 등의 사건 해결에 성공하더라도, 일자리 자체가 소규모에 불안정하고 열악하다 보니 일을 계속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해당 조합원이 다음 일자리를 찾는 것도 큰일이고, 다음 일자리를 찾더라도 저임금에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열악하고 불안정한 노동을 특징짓는 것이 이른바 블랙기업, 블랙아르바이트 문제다. 블랙아르바이트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고용계약서를 작성·교부하지 않는 반면,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들이 담긴 취업규칙 ‘서약서’에 서명하게 한다든가, 애초 계약과는 다른 근무 일정을 강요하거나 부득이한 상황에서도 근무 일정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것, 적절한 휴식 없이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며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 등이 있다.


일본의 유니온 운동


일본에서 ‘유니온’은 ‘개인가맹유니온’, 즉 한 명이라도 직장 혹은 피고용 여부와 관계없이 가입해 활동이 가능한 일반노조로서, 대부분 주된 조직대상으로 특정 지역, 직종, 혹은 세대 등을 설정하고 있으나, 사실상 가입에 장벽이 없는 형태를 띤다. 하나의 ‘운동’으로서 개인가맹유니온의 역사는 1990년대 혹은 그 이전으로도 거슬러 올라가나(상당수의 유니온들이 파트타이머 등을 중심으로 1980년대에 일본 전국 각지에서 설립되었다), ‘프리터’로 대표되는 청년 불안정 노동자를 주요 타깃으로 한 유니온 운동이 일본 내에서 전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이다.


문제는, 유니온이 조합원 개개인들의 사건 해결에 머무르며 집단적 노사 관계 구축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선 노동조합에 가입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이 개별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유니온을 찾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면 조합을 탈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욱이 대부분의 경우 한두 명의 리더가 온갖 일을 도맡아해야 하는 조건에다, 부족한 자원으로 끊이지 않는 사건들에 대응해야 하다 보니,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조직들은 대개 카리스마적 리더의 ‘희생’에 기대어 온 경우이고, 그러다보니 소규모의 조직임에도 조합원, 현장간부, 지도부 사이에 수직적 관계가 자리 잡게 된다.


1980년대 유니온 운동을 주도했던 이들이 30년째 리더를 맡고 있는 모습이 대표적인데, 기존에 설립된 개인가맹유니온 운동은 주도적 활동가들이 고령화되어 후계자가 없다는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 이들은 활동가 부족 상황(특히 지방의 경우)에 놓이게 되었고, 이는 활동력(교섭과 투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도적 활동가들의 축적된 지식이 공유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보스’(시미즈 위원장의 표현)들이 2000년대에 접어들며 심화된 청년실업, 청년비정규직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특히 기성세대의 감수성과 활동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한계를 맞았다. 그러던 중 새롭게 등장해 주목을 받은 것이 수도권청년유니온, 노동NPO 폿세 등의 조직이었다. 물론 기존 노조 조직과의 갈등도 없지는 않다. 1980년대까지 운동을 주도했던 세대 이후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활동가 층의 공백, 중간세대 부재라는 조건 하에서 경험, 시대적 배경, 사고방식, 문화면에서 세대차가 존재하며, 일부 청년층 중심의 유니온은 세대 갈등 속에 사라지기도 한다.


새로운 유니온 운동 역시 기업별, 직종별, 산업별 등의 집단적 노사 관계 구축에는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 그러나 이들은 청년층 불안정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의 밑바닥에 놓인 구조적 문제들에 주목하고, 그 문제점을 사회적으로 호소하는 캠페인 활동들을 통해 원자화된 불안정노동자들의 노사 관계 틀을 규정하는 제도 개혁이라는 성과를 거두어왔다. 주로 서비스업 부문에서 특정 타깃을 대상으로 벌여 온 캠페인 가운데, 일본 수도권 지역의 대표적인 개인가맹일반노동조합인 수도권청년유니온이 벌인 유니클로의 ‘이름뿐인 점장’ 제도를 배경으로 한 장시간 과중노동 고발, 규동 체인점 ‘스키야’에 대한 임금 미지급 규탄 캠페인이나 편의점 체인 ‘로손’을 대상으로 한 오뎅 판매 목표할당에 대한 문제제기 등은 잘 알려져 있다. 프레카리아트유니온 역시 이러한 활동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최근 수년 간 집중하고 있는 것이 ‘개미표 이삿짐센터’의 저임금 및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전략적으로 타깃을 정해 벌이는 캠페인은 꾸준히 관심을 모으기 좋고, 구체적인 대상(특정 기업)과 문제제기와 답변을 반복하다 보면 개입의 여지도 생기게 된다. 영향력 있고 의미 있는 대상의 경우 업종이나 지역 전반으로 그 성과가 파급되기도 쉽다. 그렇다고 유니온 운동이 협의든 광의든 ‘노사관계’에 국한된 활동 목표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레카리아트유니온 또한 설립 당시부터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는 물론, 빈곤과 격차 심화에 따른 민주주의 약화를 견제한다는 목표를 명시하고 있다. 반빈곤네트워크와의 연대를 통한 각종 활동 및 조합원 교육 등이 대표적인 실천이다.


YOU는 어찌하여 COJ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년층 주도의 유니온 운동은 기존 기업별노조 중심 운동은 물론, 1980년대 이후의 유니온 운동 전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새로운 운동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에도 운동 방식 등이 체계화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횡적 관계’를 강조하며 체계적인 방법론을 제공하는 COJ의 활동은 시미즈 위원장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시미즈 위원장은 어찌하여 COJ라는 단체와 연을 맺게 된 것일까? 수년 전 설립된 COJ는 대표인 카마타 카노코(鎌田華乃子) 씨가 하버드대학 마셜 갠즈(Marshall Ganz) 교수로부터 전수받은 공동체 조직화 방법론(Com-munity Organizing, CO)을 일본 내에 확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역이나 직종은 물론 특정한 정체성을 공유하는 공동체, 나아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커뮤니티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그 이행 과정에 지속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시민사회단체이다. 공동체 조직화 방법론은 일종의 리더십 실천으로서, 우선 내러티브(이야기) 공유에서 시작한다. 이로부터 관계 형성, 구조(조직) 구성, 창조적 전략 수립, 목적의식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관계’인데, 바로 이것이 내러티브와 전략을 이어주며 프로젝트를 움직이게 하는 구동축이기 때문이다.


공동체 조직화 방법론을 체계화한 갠즈 교수는 사울 알린스키(Saul D. Alinsky)의 제자이자 1960년대 이래 미국 내 흑인민권운동을 비롯해 주변적 위치 노동자들의 조직화 등에 깊이 관여해 온 사람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시미즈 위원장은 지난 2013년 상급단체인 렌고 기관지에 실린 갠즈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미국 노동 총연맹 산업별 조합회의(AFL-CIO)가 공동체 조직화 방법론을 도입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접하곤 유니온 조직 강화에 그가 고안한 체계적 방법론을 적용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1년 뒤 카마타 씨를 만나고 갠즈 교수의 초청강연에 참석하면서 COJ와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 공동체 조직 강화의 핵심은 ‘리더십’ 강화이다. 소규모에 열악한 환경에 처한 유니온이 대부분 당사자들의 현장간부 양성에 성공하지 못하고 위원장 등 소수 조직 활동가의 ‘초인적’ 노력과 리더십에 의존하면서 나타나는 조직 내 민주주의 약화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조직 내 민주주의 강화와 현장간부 양성은 직접행동 강화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미즈 위원장은 COJ의 문제의식이 개인가맹유니온의 애초 기본적인 문제의식과 일치한다고 보고, 조합원들 간의 횡적 연대 강화를 통해 ‘노조 몰입’을 강화하고자 하는 기본 전략을 수립하고 활동 중이다. 1차 목표는 조합원 수 증대이다. 물론 유니온 운동에 있어 조합원 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아니다. 생존 가능하고 또 유니온이 끌어안고 있는 사건들과 문제들에 대응 가능한 수준이면 된다. 그래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유니온들은 100에서 300명 수준의 규모를 지니며, 프레카리아트유니온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조직 내 민주주의와 조직의 지속가능성, 운동의 효과와 파급력 확대를 위해서는 현장간부를 중심으로 한 중간간부 양성이 필수적이다. 프레카리아트유니온 역시 시미즈 위원장 없이도 최소한 3개월 동안은 조직 유지가 가능한 수준의 현장간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동체 조직화 방법론 적용, 과연 그 성과는?


프레카리아트유니온은 2015년 9월 중순 정기대회를 열고 이전과는 달리 상당히 체계화된 활동계획을 공식 방침으로 채택한다. 활동목표로서 블랙기업, 블랙아르바이트 문제 대응을 설정하고 내용적으로는 장시간 노동, 잔업수당 미지급, 변상 강제, 저임금, 유급휴가 미제공, 노동재해 은폐,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성별 및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등의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였다. 중점 분야는 운송업, 이삿짐센터, 사회복지, 서비스업이다. 조직운영 방식과 관련해서는 민주적 의사결정, 전략전술 수립 및 교섭과 직접행동 등에 조합원 참여 증진을 목표로 했고, 조직 확대 목표로는 2016년 9월까지 조합원 300인, 2018년까지 조합원 1천 명, 2020년까지 조합원 2천 명을 달성하는 것으로 하였다. 이에 더불어 2016년 8월까지 간부 활동가 20명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였다. 이를 위해 매월 조합 가입 권유 선전 활동을 벌이고, 매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조합원 확대 전략 관련 강좌를 개최하기로 했다. 특히 프레카리아트유니온의 중점 분야인 운송 및 복지서비스 분야와 관련해서는 업종 차원의 각종 이벤트회장에서 선전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미디어 관련 활동계획으로는 2015년 연내에 블랙기업 관련 서적을 출판하고 유튜브에 활동 관련 동영상을 12회 이상 게시할 것, 연 4회 노동조합 설명회 개최, 매월 소식지 발행이 수립되었다. 그밖에 진행 중인 투쟁과 재판을 잘 마무리할 것 또한 중요한 과제로서 재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되었을까? 무엇보다 조합원 수를 보면, 2015년 9월 기준 168명에서 2016년 동월 243명으로 증가하였다(순증가 75명). 이른바 ‘300인의 벽’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한편, 프레카리아트유니온은 매년 수십 건의 개별분쟁을 해결해 오고 있는데, 공동체 조직화 방법론을 ‘문제해결’에 적용하면서 사건 해결 또한 한층 수월해졌다고 한다. 파손 물품에 대한 배상액을 담당 직원 월급에서 제해 온 것으로 악명 높은 개미표 이삿짐센터를 타깃으로 한 캠페인은 수도권지역에 머물지 않고, 간사이 지역까지 확장해 선전 활동 등을 벌였다. 모금 활동을 통해 비용을 마련해 개미표 이삿짐센터 문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제작했다. 일상적인 노동 상담과 전략적 캠페인 외에도 최저임금, 계약직 노동자의 무기계약직 전환, 단시간 노동자의 사회보험 혜택 등 개별 비정규 노동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관련 법제도 홍보 활동(제도상의 문제점, 장단점, 주의할 점 등)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시즈오카 지역 사회복지시설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지역지부를 설립했다. 한 명으로 시작해 현재 약 30명의 조합원에 이르렀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월급에서 제해 온 운송회사를 대상으로 한 미지급 임금 청구 투쟁도 지난해 이후 계속 진행 중이다.


신자유주의적 방식 혹은 새로운 돌파구


교토의 건설업 부문 노동조합(조합원 1만 5천여 명)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카지마 아키라 씨도 시미즈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2년여 전부터 공동체 조직화 방법론을 실천하면서 COJ와도 관계를 갖고 있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방법론 적용은 조직 확대와 활성화 그리고 제도개선 등의 성과에 큰 영향이 있었다고 한다. 유연한 사고와 전략적 구상은 물론, 무엇보다 ‘조합원의 목소리 듣기’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게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나카지마 씨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것은 ‘횡적 관계’ 강화에 기반한 조직 내 민주주의 심화다. 조합원들은 직장이나 지역별 지부에 속해 있어 조직 차원의 직접행동 등에 있어 모든 구성원이 적극적이기 어렵다. 그리하여 나카지마 씨는 특정 이슈 혹은 분야나 직종 등 조합원들의 관심사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 활동하도록 하여 참여도와 관심도를 끌어올리고자 한다. 최근엔 사업자 측의 사회보험료 납부 촉구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조합원들의 참여가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향상되었다고 한다. 시미즈 위원장도 현재까지 프레카리아트유니온에서 공동체 조직화 방법론 도입을 통해 변화한 것으로 핵심 활동가들이 명확한 목표를 공유하면서 활동하게 되었다는 점, 활동가 양성을 위한 코칭 등의 구체적인 기술을 습득하고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꼽는다.


일본 내에서는 공동체 조직화 방법론과 COJ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동체 조직화 방법론이란 노동조합보다는 선거 캠페인에나 적당하다는 비판부터, 노동조합 조직화와 조직 관리를 ‘외주화’라는 신자유주의적 방식에 의존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공동체 조직화 방법론과 COJ 활동을    ‘위로부터의’ 활동방식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COJ의 컨설팅 역시 핵심주체만을 대상으로 한다기보다는 조직화 및 조직 강화 과정 속에서 생성되는 주체들을 지속적으로 참여시키고 그 참여 수준을 높여가는 상향식이다. 더욱이 프레카리아트유니온과의 협력 과정에서 COJ 측 활동가들이 유니온 운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각종 캠페인 등의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은 이들을 단순한 대행기관으로 치부하기 어렵게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공동체 조직화 방법론은 청년층 유니온 운동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가는 추세이다. 올해 2월부터는 지난해 결성된 홋카이도의 삿포로청년유니온도 COJ와 관계를 갖고 체계적인 방법론을 도입하고 있다.


이전 세대가 특정한 시대적 배경 속에 경험한 것을 새로운 세대가 똑같이 경험할 수는 없다. 더욱이 윗세대의 기존 조직과 활동가들은 풍부한 경험의 장을 제공해줄 여력이 없는 것이 노동조합 운동의 현실이다. 공동체 조직화 방법론과 COJ는 이런 청년층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 체계화된 방법론을 제공하며, 전략적 사고와 활동방식을 돕는다. 더구나 달력사업 식의 활동 방식은 청년 및 비정규 노동자 조직엔 잘 맞지도 않는다. 이들에게는 운동의 구체적 방식을 배울 사람이 없거나, 있어도 말 안 통하는 나이든 활동가들이다.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운동으로 등장했던 청년층 중심 유니온 운동 역시 위기와 한계에 봉착해 있다는 이야기가 적잖이 들리는 가운데, 프레카리아트유니온의 시도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