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운수업 부문 규제 완화와 노동자·시민 안전_대형 관광버스 사고 사례

by 센터 posted Aug 24,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김직수 센터 정책연구위원



가루이자와 관광버스 사고


일본은 흔히 ‘안전대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각종 규제 개혁과 공공부문 민영화를 상당한 수준으로 실시해 온 국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규제 완화와 민영화는 노동자와 시민들의 안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안전을 중시하는 관행은 규제 완화와 민영화의 영향을 상쇄할 만큼 충분한 것일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층 높아진 안전에 대한 관심 속에서, 이상과 같은 의문들을 다시금 제기하도록 했던 사고가 최근 발생했다. 올해 1월 15일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전복으로 41명 중 15명이 사망하고 생존자도 전원 부상을 입는 대형버스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2013년 기준으로 일본의 운수업 가운데 관광버스를 포함한 전체 버스 사업 규모는 영업 이익 약 1조 4천억 엔, 종업원수 17만여 명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추이를 살펴보면, 관광버스 사업자는 2000년 규제 완화 이후 사업자수가 동년 2천 864개에서 2012년 4천 536개로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운전사 인력 부족이 발생하고, 1인당 주행거리와 노동 시간이 증가한 반면, 업계 내 경쟁 심화로 임금 수준은 악화되었던 것이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운수업의 사고 발생 추이와 재규제 움직임


일본의 도로교통사고 건수는 1970년 약 71만 8천 건에서 2012년 약 66만 5천 건으로 감소하였고, 그로 인한 사망자수는 1만 7천여 명에서 4천 4백여 명으로 감소하였다. 물론 이러한 감소 추세는 운송시장 자체 축소와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철도여객 운송량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정체를 보였고, 버스와 택시 등의 운송량은 1970년대를 정점으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국내선 항공 여객 운송량 역시 2006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참고로 지난해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4천 621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였다. 인구 10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한국의 경우 105명으로 OECD 평균의 1.7배 수준인 반면, 일본은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상당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운수교통 부문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는 것은 화물운송 부문이다. 그러나 화물운송 부문의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000년 795명에서 2013년 376명으로 감소 추세를 보여 왔다. 많은 이들은 속도 제한 장치 부착 의무화 등의 규제 도입에서 사망자수 감소 요인을 찾기도 한다. 이와 같은 재규제 움직임은 철도부문에서도 일어났다.


2005년 철도 탈선으로 107명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를 계기로 2006년 운수안전법이 제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도로운송법 개정으로 동법 1조에서 사업자의 의무 중 하나로 안전 확보를 명시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운수안전관리제도를 도입하게 되었고, 철도업계를 중심으로 인간적 요인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되었다. 과거 많은 안전사고의 원인이 기계 고장이나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현상들에 집중되어 있었던 데 반해, 기술 발전과 안전 대책 등에 대한 이해, 최근 들어서는 인간적 요인(운전자의 실수 등)의 비중이 커진 것이다. 철도업계는 운수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는 개개인의 실수를 ‘결과’로 파악하는 관점을 취하면서 그러한 실수가 일어나게 된 배경과 원인을 중시하게 되었다. 이처럼 2000년대 중반의 제도 개혁은 일본 내에서도 중요한 전환으로 평가된다.


일본 관광버스 사업의 규제 완화와 그 영향


화물 운송이나 철도 운송 부문의 재규제 움직임과 사망사고 감소 추세와 달리, 버스 운송 부문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도 일반버스는 매년 10~20명, 관광버스는 5~10명 수준의 교통사고 사망자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에 이르기까지 규제 체제의 재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제의 규제 완화는 2000년 도로운송법 개정으로 인해 관광버스 사업 진입 장벽이 대폭 허물어진 것이다. 지역별 총 차량대수 규제와 운임 규제 완화로 중소사업자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이후 10여 년간 전체 사업자수 및 차량보유대수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문제는 예상과 달리 관광객 증가 추세는 그리 가파르지 않았던 것이다. 관리 감독에도 문제가 생겨났다. 국토교통성의 관리 감독 담당자수는 2005년 171명에서 2015년 365명으로 증가한 반면, 관광버스 사업자수는 같은 기간 3천 923개사에서 4천 477개사로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현장점검 건수는 494건에서 1천 798건으로 증가하였다. 여전히 사후적 대응에 급급하며, 사전예방은 어려운 수준이다.


무엇보다 큰 영향은 과당경쟁에 따른 비용경쟁 심화였다. 경쟁적 노동 비용 감축으로 저임금이 일반화되었고, 청년층이 버스운전 일자리를 기피하게 되면서 버스운전 노동자의 고령화 현상이 나타났다. 영업용 버스 운전자수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은 2004년 약 10퍼센트에서 2013년 약 16퍼센트로 꾸준히 증가하였고,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전체 산업에서 노동자 평균 연령 역시 42세로 높은 편이나, 영업용 버스 부문에서는 더욱 높은 48.3세를 기록했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배경에는 계속되는 대형면허 신규 취득 인원 감소로 인해 노동력 풀 자체가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트타임이나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 확산됨에도 불구하고 청년층 진입이 되레 감소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고령화의 결과 중 하나는 건강 문제 기인 사고의 증가였다. 도로 운송 부문의 교통사고 가운데 중대사고 건수 중 운전자의 건강 문제에 기인한 사고 건수 비율은 2003년 2.2퍼센트에서 2013년 7.4퍼센트로 꾸준히 증가하였다. 이 가운데 단연 심각한 원인은 심혈관계질환이고, 사망사고 집중 발생 시간대는 오후 2~4시, 오전 2~4시이다. 고령의 운전 노동자들은 심야 운전과 교대제 근무를 버티기가 쉽지 않다.


노동 비용 외에도 규제 완화와 이에 따른 과당경쟁은 차량 비용 투자 감소를 불러일으켰다. 버스 폐차 기준이 80만 킬로미터에서 150만 킬로미터로 완화되면서 자본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중고 버스 도입을 선호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관광버스 신차 가격은 3천만 엔 수준이나, 이 가격은 차령에 따라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전의 규제 체제 하에서도 버스업계에서는 평균적으로 10년이면 운행거리가 1백만 킬로미터에 이르게 되며, 이 시기에 폐차하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체로 차령이 10년을 넘으면 엔진 화재 사고가 빈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관행은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게 되었다. 가루이자와 사고 버스의 차령 역시 13년이었다.


최근 일본 관광버스 사업의 재규제 논의


올해 초 가루이자와 버스 사고 이전에도 세간의 주목을 끈 대형 관광버스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4월 말경 발생한 관광버스 사고로 7명이 사망하고 38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으로 인해 재규제 논의가 촉발되었다. 이 과정에서 2013년 운행거리 제한의 부분적 강화(주야간 합계 670킬로미터에서 주간 500킬로미터/야간 400킬로미터로)가 이루어졌고, 2014년에는 운임 제도에 안전관리 비용을 도입하여 이용자 비용 부담에 바탕한 관리 감독 강화를 시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 관리 규제 강화는 애초 사업 자체의 규제 완화, 즉 경제적 규제 완화 효과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관광버스 사업은 여전히 낮은 진입 장벽으로 과당경쟁 상태였고 이로 인해 오사카에서 도쿄 간 기준으로 8천 엔 수준이었던 운임이 4천 엔 수준으로 하락하여 사업자들은 수익 압박을 겪게 되었다. 버스 교체주기 연장으로 주행 중 화재 사고 또한 다발하였다. 사업자들은 분사화와 관리 위탁 등의 수법을 통해 인건비를 감축하고자 했고, 파트타임 운전자 급증 등 고용 불안 심화와 더불어 임금 수준 또한 하락했다. 따라서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등은 진입 요건 가운데 최저보유대수 기준, 차령 기준 강화 등 과당경쟁 시정을 우선적인 제도 개선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장 수준의 관리 감독 실효성 확보를 위해 현행 29대당 1인 기준인 운행관리자제도의 규제 수준 강화 또한 주요 요구이다.


여전히 안전을 위협받는 안전대국의 노동자·시민


규제 완화에 따른 관광버스 사업에의 진입 장벽 완화, 그리고 그에 따른 업계 내 경쟁 심화는 업체들의 비용 절감 시도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버스 운전 노동자들의 고령화 및 노동 조건 악화가, 다른 한편으로는 평균 차령 증가와 관리 소홀 등 안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분야들에서 부실화가 이루어졌다. 일본 정부는 규제 완화를 실시할 당시 견지하였던 경제적 규제를 완화하여도 안전 대책 등 사회적 규제는 변함없기 때문에 안전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편 바 있다. 그러나 경제적 규제와 사회적 규제는 명확히 분리되지 않으며, 가루이자와 사고로 대표되는 관광버스 사고 증가는 경제적 규제 완화의 사회적 효과를 보여주는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