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와 학교 노동 교육_가와무라 선생의 사랑

by 센터 posted Mar 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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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직수 센터 정책연구위원



가와무라 선생은 누구인가?


가와무라 마사노리 교수는 일본 홋카이가쿠엔대학에 재직 중인 젊은 경제학자로서, 노동경제를 전공하며 교통, 건설, 복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청년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반(反)빈곤네트워크 홋카이도지역 부대표를 맡고 있으며 민간 연구기관인 건설정책연구소의 이사도 맡고 있다. 수년 전부터는 노동교육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지난 2014년에는 여러 연구자 및 활동가들과 《학교에서 배우는 노동법, 노동조합》이라는 노동 인권 교육용 교재를 출간하기도 하였다. 그는 제자들을 ‘블랙기업’에 보내지 않는 것, 혹은 최소한 무방비로 노동 시장에 내보내지 않는 것을 교육자의 역할이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제자 사랑이 시작된다.


가와무라 선생의 제자 사랑


그의 제자 사랑은 제자들이 학교에서 노동법과 노동조합 등 노동 문제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현장’에 강조점을 둔다. 다양한 노동 현장을 노동법과 노동조합에 대해 배우는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지역 내 택시노동자, 요양보호사, 공공부문 비정규직 등의 실태조사를 학생들과 공동으로 실시해 왔다. 이처럼 그는 조사 연구 과정을 교육 과정과 연결시킴으로써 현장 노동자들과의 교류 속에서 학생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그는 조사 연구 및 공동 활동에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문제 해결’ 과정을 배우는 데 초점을 둔다. 여기서 핵심은 노동법과 노동조합 활동인데, 이 두 가지를 반드시 밀접하게 관련지어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경험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겪고 있으나, 스스로를 노동 문제의 해결 주체로 여기지 못하고 있다. 노동 문제 해결은 정치권이나 경영진에게 달려 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학생들이 노동법과 노동조합을 배우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단결권’인데, 그는 이를 위해 지역 내 노동조합 관계자를 강사로 모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에 대해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노동조합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특히 노동조합 사무실을 학생들과 함께 자주 방문함으로써 노동조합의 문턱을 낮추는 것을 중시한다. 수업과 병행한 조사 활동 결과 또한 지역 내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개최한 심포지엄을 통해 발표하고 의견을 교류한다.


기껏해야 그까짓 아르바이트?


지역 내 다양한 노동 현장 이상으로 중요한 현장이 다수의 학생들의 일상이 되어버린 아르바이트이다. 더욱이 아르바이트는 갈수록 모든 종류의 노동 문제들이 집약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일본의 전국 대학 생협 및 각 대학의 연구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 대학생 가운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들의 비율은 70퍼센트에 이르며, 그 배경에는 학비 또는 학자금 대출에 대한 부담 증가가 놓여 있다고 한다. 기업들 또한 학생 아르바이트를 고용의 완충지대로 활용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노동의 경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노동 조건을 정하거나 변경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이처럼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및 노동 조건을 끌어내리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아르바이트의 기간노동력화에 대해 가와무라 교수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아르바이트 경우에도 구속력이 매우 강하다. 비용 절감 경쟁이 심화되면서 예전에는 부수적인 존재였던 아르바이트가 값싸고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노동력으로서 서비스업을 지탱하고 있다.”


현행 직업 교육의 문제점과 학교 노동 교육


아르바이트 노동 문제 그 자체의 심각성 외에, 가와무라 교수가 대학에서의 노동 교육에 주목하게 된 또 다른 계기는 현행 직업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기존의 ‘취업 지원’ 중심의 직업 교육은 적응을 강조하며, 구조적인 문제를 경시하고 심리학주의에 경도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 최근 들어 노동법 교육이 확산되고 있긴 하나, 노동조합에 대한 교육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참고로 렌고가 지난 2014년 18~25세 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노동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며 아래의 각 항목들에 대해 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일한다는 것의 의의(70.9퍼센트), 직장에서의 남녀평등(62.7퍼센트), 노동자의 권리(58퍼센트),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48퍼센트), 노동조합의 기능 및 역할(41.2퍼센트),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경우 대처 방법(29.6퍼센트) 순으로 나타나 노동조합이나 직장에서 겪는 문제의 대응 방법에 대한 교육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일본에서는 수년 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법률 단체 등을 중심으로 노동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각 지역의 변호사회, 노무사회 등이 중심이 되어 중고교 및 대학 방문 노동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2014년에는 변호사, 연구자, 노동조합 관계자 등 120명의 전문가들이 노동교육연구회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가와무라 교수 역시 소속 대학뿐만 아니라 지역 내 고등학교에도 노동법 및 노동조합 출장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다수의 청년들이 고교 시절부터 이미 아르바이트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이는 출장 교육을 맡게 될 경우 학생들은 물론 담당 교사에게도 사전 과제를 부여함으로써 교육 내용의 부실함, 특히 노동조합에 대한 교육 누락을 방지하고자 한다.


학생 아르바이트 백서 발간


가와무라 교수와 그의 학생들은 2011년부터 매년 꾸준히 대학 내 수백 명의 학생들을 만나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아르바이트 백서로 출간해 왔다. 여기서 가와무라 교수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조사 계획부터 결과 정리와 발표까지 학생들이 주도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학생 아르바이트 백서 작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사를 통해 ‘블랙 아르바이트’라 불리는 형태의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처음에는 노동법 학습을 통해 적절한 대응 방법을 알게 되어도 솔직히 현실적으로 잘 와 닿지 않았다. 이후 노동조합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들이 직접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고 노동조합 측으로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을 얻었는데, 이것은 귀중한 경험이었다.”

조사를 통해 많은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작업 환경이나 노동 조건에 의문을 지니면서도 노동법을 비롯한 기초적인 지식을 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에서 노동법을, 특히 노동조합과의 연계 속에서 배워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 및 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확대된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유니온 인턴십을 개설해 노동조합과의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학교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배우는 것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와무라 교수는 학내 아르바이트뿐만 아니라 지역 내 다양한 부문의 노동 실태조사에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그는 최근 수년간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천착하면서 지방자치단체 환경 미화 및 시설 관리 민간위탁 문제, 지역 내 보육 노동 문제를 조사하고 이에 개입하는 과정에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가와무라 교수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노동법과 노동조합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는 접근법임을 강조한다.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서로 협력하고, 또 지역 내 다양한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교류 및 협력을 통해 현장에서 함께 배워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교육의 의의와 한계를 항상 의식하면서도 교육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지역 사회가 다양한 현장 노동자들의 수고에 의해 유지되고 있음을 알게 되며, 또 지역 내 다양한 현장에서의 문제 해결에 개입함으로써 지역 사회에 공헌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의 대학으로 눈을 돌려보자. 학생이자 엄연한 노동자인 수많은 이들이 좀처럼 ‘선생’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채 고군분투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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