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잠자는 국회는 들어라
오늘 우리는 민의의 전당에 서 있다. 국민의 뜻이 논의되고 입법되는 여의도, 그러나 어떤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서 대통령 퇴진을 외쳤을 때, 국회는 대통령 2선 후퇴와 책임총리를 논하고 있었다. 촛불이 국회를 향해 타오르는 것이 두려워졌을 때 비로소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지 않았던가.
국회는 민의가 아닌 재벌의 전당이었다. 19대 국회에서 재벌 가문의 특혜를 방지하는 법안은 모조리 폐기됐다. 해고를 쉽게 하고 마음대로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공공의료를 집어 삼키고, 재벌 3~4세 손주들이 골목 상권까지 잡아먹도록 만든 것이 바로 이곳 국회가 아니었던가.
1100만 촛불은 박근혜-최순실 일당이 시궁창에 처박은 민주주의에 대한 분노였고, 여의도와 재벌이 켜켜이 쌓아놓은 불평등에 대한 분개였다. 범죄 집단을 감옥으로 보내고, 불평등을 해소하라는 요구였다. 지난 100일, 생계와 일상을 내려놓고 광장에 나온 건 박근혜 치하와 다른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간절한 바람이었다.
열아홉 청년이 컵라면도 먹지 못하고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전동차에 치어 죽고, 삼성전자 비정규직 AS기사가 아파트 난관에서 떨어져 죽고,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배를 만들다 바다에 떨어져죽는 일이 반복된다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방 한 칸 얻을 수 없는 그런 세상은 또 다른 박근혜-최순실 세상일 뿐이다.
여소야대 국회, 국민은 야당에 170석을 줬다. 노태우 정권 시절, 노동자 대투쟁의 힘으로 여소야대 13대 국회는 주 44시간 노동제, 남녀고용평등법, 공무원교사 단결권 보장 등 첫 해에만 무려 140개의 민생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 국회는 노동자 서민을 위한 단 한 건의 법안도 제정하지 않았다. 만약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170석을 넘게 가지고 있다면 무슨 일을 저질렀을 것인가?
우리는 오늘 국회에 시급히 처리해야 할 7대 민생 법안, 노동과제를 제출한다. 1. 재벌총수 범죄이익환수 특별법 제정, 2. 최저임금 1만원·최저임금법 개정, 3. 정리해고제, 비정규직법, 파견법 폐기 및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입법, 4. 노동조합 활동 관련 손해배상청구·가압류 금지, 5. 공공기관 민영화 중단 입법, 6.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및 부당노동행위 처벌 강화, 7. 위험의 외주화 금지 및 원청 책임강화 입법이다.
박근혜-최순실과 재벌총수들의 불의와 거짓과 사악과 탐욕을 멈추게 한 건 바로 노동자 시민들의 촛불이었다. 부패한 권력자들은 감옥으로 가고, 노동자 서민들은 민주주의 시대, 평등의 나라로 가야 한다. 민의의 전당 국회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면, 국회는 탄핵의 대상일 뿐이다.
2017년 2월11일
새로운 세상, 길을 걷자 박근혜-재벌총수를 감옥으로 대행진 준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