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와 LB휴넷은 현장실습생 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지고 사죄하라!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파면됐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이 쾌거는 주권자인 촛불민심이 어둠의 세력을 몰아낸 승리의 기록이며, 정치적, 경제적 적폐 뿐만 아니라 우리 안의 적폐도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이 와중에 안타깝게도 가슴아픈 비보가 전해져 왔다. 지난 1월 23일, 19세 콜센터
노동자홍모씨가 극심한 업무스트레스 압박을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고인은 전북지역 특성화
고교에서 공부를 하던 학생이었고 현장실습생으로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의 콜센터에서 일하던 감정노동자였다. 감정노동자의 스트레스가 질병과 자살을 유발하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의 업무를 대행한 LB휴넷은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기는커녕 과도한 실적 압박으로 결국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특히, 고인이 배치되었던 부서는 SAVE팀으로써
일명 ‘욕받이부서’로 불리는 ‘해지방어부서’였다. 고객이
LG유플러스의 핸드폰 및 인터넷, IoT 상품을 해지하는
것을 막는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가장 감정소모와 스트레스가 심한 부서로 알려져 있다. 경력이 풍부한
감정노동자들도 힘들어하는 이곳에 경험이 전무한 고인이 배치 받은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도외시한채 교육을
받은 즉시 가장 힘든 부서로 투입한 LB 휴넷은 고인은 사지로 내몬 것이나 다름없다.
거리와 광장의 촛불이 우리 사회의 적폐청산을 요구하고 있는 동안, LG유플러스와
LB휴넷은 아랑곳하지 않고 감정노동자들을 압박하여 자신들의 잇속만을 챙겼다. LB휴넷은 2014년에도 이미 한 노동자가 업무적 압박과 시간외수당과
퇴직금을 착복하고 있다고 폭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가 있다. 만일 3년 전의 사건에서 LB휴넷이 제대로 반성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면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노동부의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해당 노동자를 현장실습생으로 파견했던 학교와 전북교육청도 아무런 감독을 취하지 않아 또 다시 콜센터 여성감정노동자가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현장실습노동자 노동인권 침해를 막지 못한 우리 사회의 적폐가 19세의
청년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LG유플러스와 LB휴넷은 아직까지도 “노동자들의 죽음과 업무 스트레스는 관련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감독 책임이 있는 학교와 전북교육청
역시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작년 구의역에서 안전문 수리 중에 사망한 김군의 안타까운
죽음에 연이은 현장실습노동자들의 문제가 더 이상 방치되기 힘든 심각한 지경에 와 있음을 통감하면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고인을 고용한 LB휴넷과 ‘진짜사장’ LG유플러스는
유족에게 사과하고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감정노동자들의 문제를 파악하여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
○ 전북교육청과 교육부는
감독관의 수시 파견 등 현장실습노동자들의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노동자들과의 면담을 통하여 문제점을 파악하여 현장실습 폐기를 비롯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한다!
○ 고용노동부는 더 이상
이러한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당 업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즉각 실시하고 현장실습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보장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한다!
이상의 요구를 제대로 이루는 것이 현장실습노동자로 기댈 곳조차 없던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다. 또한 2016년 10월부터
5개월 동안 촛불시민혁명을 이루어낸 국민들의 뜻을 따르는 길이며, 우리들이
바라는 일터에서의 적폐청산이 시작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도 이번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온전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함께 연대할 것이다. 삼가 깊이 머리숙여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17. 03. 14.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