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은 900여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우롱하는
비정규직대책 철회하고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책을 내놔라
오늘 정부와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놨다. 차린 메뉴는 다양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밥과 국이 빠진 부실한 밥상이다. 우선 지나치게 양산된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기 위한 핵심 해법인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이 빠졌다. 그리고 차별 시정을 위한 척도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보장도 빠졌다. 결국 비정규직 해법의 양대 축이 누락된 무늬만 비정규직 대책이다. 그나마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을 80% 이상 유지토록 하자는 한나라당의 제안마저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다. 과연 사용자 편향 정부답다.
한국 사회 비정규직은 직접고용, 간접고용, 특수고용, 단시간 노동자로 대별되고 그 구성도 복잡해서 근본 처방 없이는 문제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1.7%의 노조조직율에 불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염두에 둔다면 당사자들이 나서서 문제 개선을 시도할 수 있도록 원청 사용자성 보장, 특수고용 노동자성 보장 등 노동기본권이 신장돼야 하는데 이번 대책엔 그게 아예 빠졌다. 불법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어쩔 수 없이 감내할 수 밖에 없는 개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용자에 맞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방안은 규모가 지나치게 영세기업으로 제한됐을 뿐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들의 보험료 납부에 대한 부담도 고려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미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산재보험 가입 실패 사례가 있지 않은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확대도 문제가 많다. 기존 산재보험 적용 직군들이 임의탈퇴 독소조항과 당사자 50% 보험료 부담을 못이겨 현재 10%에도 못미치는 가입률로 귀결됐다. 기존 산재보험법 적용 직군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졸속으로 적용 직군을 몇 개 늘리는 것으로 심각한 특수고용 산재보험 적용 문제를 회피하려는 기만책에 불과하다.
불법파견 고용의무를 고용의제로 바꾸지 않고 사용기간만 해소하는 것도 별 실효가 없는 대증요법으로 그칠 수 밖에 없다. 사내하도급 관련해선 이미 조선?전자?기계?철강?자동차 업종에 만연돼있는 사내하청 불법파견부터 법대로 일소하는 것이 우선이다. 불법 현장을 방치하면서 노사협의회를 통한 사내하도급 전환 경로를 논의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부수는 격이다. 무엇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포함하여 간접고용으로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사내하도급 개선 논의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개선 방안이라 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 개선도 가이드라인에 그쳐 그 실효성을 담보할 방도가 없다. 최저임금조차 위반하는 숱한 사업장 사례들에서 보듯 법제화돼도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형성되는데 가이드라인은 전혀 구속력을 가질 수 없음이 자명하다. 차별시정 신청의 실효를 담보할 가장 유력한 방안인 노조로의 차별신청 권한 확대도 무산됐다. 차별시정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진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하필 한가위 연휴를 앞두고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도 납득이 안 간다. 노사정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열린 공간에서 여론의 동향을 살펴도 시원찮을 판에 소나기를 피해가자는 작전으로 이 시점에 터트린 거란 심증이 내용을 확인하고선 점점 더 굳어간다. 명절이 서글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골적으로 홀대하는 정책 발표 시점이 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한계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2011년 9월 9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