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비정규운동단체 공동성명서]
현대자동차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하다!
정몽구 회장은 모든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화하라!
지난주 토요일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대회에서 한 사내하청노동자가 “노동자는 하나다! 비정규직 철폐하라!” 외치며 자기 몸에 불을 붙였다. 1970년 전태일 열사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산화하신 지 어언 40년이 지났지만, 한국 사회의 열악한 노동 현실은 아직도 노동자들을 잇달아 분신으로 내몰고 있다. 지금 현재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에서 점거농성 중인 550여명의 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은 경찰과 구사대의 폭력 침탈 위협 속에서 끼니를 단축하면서 초코파이와 주먹밥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 농성 조합원들이 먹어야 할 최소한의 음식 반입조차 봉쇄해온 현대자동차 자본은 화장실 물마저 끊어버리는 비인간적 행태를 일삼고 있다. 노동자에게 21세기 경제 규모 세계 13위를 자랑하는 이 나라는 여전히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다.
이미 7월 22일 대법원 판결과 11월 12일 서울고법 판결로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사용자임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기는커녕 교섭조차 거부하고 있다. 불법을 저지른 범법자가 백주대낮에 고래고래 고함지르며 행패를 부리면서 불법행위를 연발하고 있는 꼴이다. 불법파견에 이어 불법 교섭 거부, 그리고 불법 용역깡패 동원으로 현대자동차 울산/아산/전주 공장은 온통 불법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현대자동차는 마땅히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한 채 계속 불법파견을 통해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고 생떼를 부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불법적으로 만든 자동차를 더 이상 타고 싶지 않다. 불법으로 갈취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소중한 피땀의 댓가를 되돌려줄 생각조차 않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가당찮게도 대한민국 국민 전부를 우롱하고 있는 꼴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8400억 사회환원을 식언한 그 입으로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강변하는 현대자동차는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대법원 판결마저 무시하면서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묵살하고, 자신이 응당 감당해야 할 사회적, 도의적, 법적 책임을 일체 부정하는 이런 대기업을 우리나라 제조업의 상징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춘 세계적 기업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국격을 떨어트리는 부끄러운 기업일 뿐이다.
2010년 8월 기준 한국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는 855만명으로 전체노동자의 50.2%이고, 월평균임금 124만원으로 정규직 대비 46.8%의 임금을 받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절반에도 못미치는 임금 차별을 감수하면서 부와 고용형태가 대물림되는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 누구나 일할 권리, 일한 만큼 그 대가를 받을 권리,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자 표상이다. 이런 기본적인 노동인권이 지금 우리 사회에선 비정규직 확산과 남용으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간접고용(파견/용역/도급/민간위탁 등) 확산으로 불안정고용이 정상 고용으로 용인되고, 노동시장 내 고용형태 차이로 인한 부당한 차별이 당연시되는 사회 풍토가 더욱 팽배해지고 있다.
불법파견이 자동자/전자/조선 등 우리 사회의 중추 산업 분야의 대기업에서 남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 도처 지역공단에서 그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넘쳐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번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은 한국 사회가 노예노동으로 비난받는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의미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계기가 되는 투쟁이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선진국임을 명심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이번만큼은 엄정한 법의 잣대를 대자본에게도 적용함으로써 그토록 강조해온 ‘공정 사회’의 실체를 제대로 보여주기 바란다. 날품팔이 노동으로 혹사당하고 희망 없는 노동의 미래에 절망하고 있는 젊은 노동자들이 참다참다 궐기한 이 정당한 투쟁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진보정당들과 민주당 뿐만 아니라 집권여당인 한나라당도 응당 나서야 마땅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익 보장과 차별 철폐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온 전국의 비정규노동운동단체들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역사적이고 정당한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한 목소리로 적극 지지하고 응원한다. 또한 2005~6년 처절한 투쟁 패배를 딛고 일어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기필코 승리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무엇보다 승리의 핵심 요인인 원?하청 연대가 시간이 흐를수록 강고해지고 연대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음을 주목한다. 현대자동차 정규직지부가 지난 시기 뼈아픈 잘못과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전선에서 자신의 몫을 훌륭하게 감당하고 있음에 뜨거운 박수와 성원을 보낸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을 현대자동차의 모든 노동자들이 계급적 단결과 연대를 통한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승리로 보여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제 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승리를 위해 12월초 총파업을 결의했다.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한국노총을 위시한 노동계는 물론이고 시민사회 진영의 폭넓은 지지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 사회 양극화의 주범이자 노동인권 말살의 온상이기도 한 비정규직 확산과 남용, 특히 나쁜 일자리 양산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전사회적인 공감이 반영된 결과다. 이런 마당에 불법으로 착복해온 이윤을 움켜쥔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하고, 정당한 파업투쟁을 물리력으로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자본에게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우선 그간의 죄과에 대해 국민과 사내하청 노동자들 앞에 사죄하라!
2. 농성장 단전?단수, 용역깡패와 구사대 동원 등의 구태를 더 이상 반복하지 말고,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 비정규지회들과의 교섭에 즉각 나서라!
3. 수 차례 법원과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으로 판정받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라!
전국비정규노동운동단체네트워크는 현대자동차 자본이 이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결사항전을 결의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함께 연대할 것을 다짐한다. 또한 우리 사회 빈곤과 차별의 뿌리인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층 더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2010년 11월 23일
전국비정규노동운동단체네트워크 참가단체 일동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 서울서부비정규센터(준),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민중의집, 인천비정규노동센터(준), 경기비정규노동센터, 경기북부노동인권센터(준), 안산?시흥비정규노동센터, 부천비정규노동센터, 평택비정규노동센터, 고양?파주비정규대안센터(준), 충남노동인권센터, 대전비정규노동센터, 청주노동인권센터, 광주비정규직센터, 전주비정규노동네트워크, 경북비정규노동센터, 대구비정규노동센터, 울산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울주비정규노동센터, 부산비정규노동센터,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