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내 월급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산정됐는지 아시나요?
- 임금명세서 교부의무화 입법청원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세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사회 양극화임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슈퍼갑인 재벌 자본가와 일벌처럼 일하는 노동자들간 격차가 어마어마합니다. 노동자들 사이의 불합리한 격차도 심화돼 왔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적 화두로 부각된 갑을관계는 이런 비인간적인 우리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전방위적이고 구조적인 차별에 가려 핵심적인 사안임에도 주목받지 못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임금명세서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노동의 대가인 임금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제43조)에 임금은 정기적으로(정기불), 노동력을 제공한 당사자에게(직접불,) 전액을(전액불), 통화로(통화불)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 후불제인 노동자들의 임금이 안전하게 지급되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에게 임금명세서 교부의무를 부여하고 있지 않아 발생한 문제가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현행 근로기준법상에 커다란 허점이 생긴 것입니다.
많은 노동자가 임금을 지급받을 때마다 “내 임금은 제대로 계산하여 지급된 것일까?”라고 의문을 갖지만, 이를 사용자에게 따져 묻거나 임금명세서를 교부받을 법적 근거를 갖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이는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임금은 지급되는데 그 상세 명세서는 교부되지 않거나, 또 그 명세서가 교부되더라도 그 양식이 사업장마다 다르고 양식의 완성도 또한 떨어져 지급되어야 할 임금의 내역이 제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사용자가 임금 산정을 엉터리로 하여 실제 받아야 할 임금보다 적게 지급받는 경우에도 이를 바로잡기가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이는 특히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 등 노조의 힘이 약하거나 노조가 존재하지 않는 사업장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무엇보다 현행 노동법에서 사용자들에게 임금명세서 교부의무를 부여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므로, 사용자로 하여금 임금 지급과 동시에 그 계산내역이 상세하게 기재된 명세서를 교부토록 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48조(임금대장)을 개정하여 사용자에게 임금명세서 교부의무를 부여해야만 이 같은 폐단을 막을 수 있고 침해당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노사간 임금 지급을 둘러싼 분쟁을 예방해 행정력 소모와 노사 갈등과 불신을 줄일 수 있고, 임금명세서에서 과세 대상과 비과세 대상을 구분하여 임금액수를 기재하도록 해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근로소득세 과오납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임금명세서에 해당 노동자의 소속사업장과 사회보험료 납부액을 기재토록 하면 명세서의 교부만으로도 일정하게 사회보험료 납부율을 제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과 취지로 양대노총과 시민사회단체, 피해 당사자 노조들이 함께 모여『임금명세서 교부의무화 입법청원 공동행동』을 구성하고, 관련한 법률개정안 입법발의를 촉구하는 전국 1만명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다양한 방식의 캠페인과 여론화 작업을 전개해나갈 계획입니다. 오늘 공동행동 발족을 시작으로 추석 전까지 소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입법발의를 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경구를 떠올립니다. 노동자들이 더 이상 생계비인 임금을 억울하게 떼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특히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확인조차 못한 채 시정하기도 어렵게 된 핵심 원인인 임금명세서 문제를 바로잡고, 법률개정을 통해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된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들인 미조직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권익을 신장시킬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임금명세서 교부의무화 입법청원 범시민 서명운동에 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2013년 9월 5일
임금명세서 교부의무화 입법청원 공동행동
(민변 노동위원회, 민주노총, 아르바이트 노조, 울산노동인권센터, 울산시민연대, 전국건설노조,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한국노총,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