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박근혜정부는 즉각 사죄하고 책임져라!
지난 8월 17일 충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13년간 과학실무사로 일해온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학교에서 목을 매 자결하는 비통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 노동자는 최근 높아진 노동강도로 지병이 악화되어 유급병가와 연차휴가를 14일간 사용하였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여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60일간 질병휴직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직을 취소하려 했으나 학교는 냉정하게 거부했다. 교육청과 청와대 신문고에까지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누가 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공약으로 집권한 정부여당은 지난 7월 30일, 1년 이상 상시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골자로 하는 학교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자결한 이 노동자는 이미 무기계약직이었다. 정규직은 60일간 유급병가와 급여의 70%를 지급받는 1년간의 병가휴직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 노동자는 무급병가 60일이 전부였고 그나마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차별이 해소되지 않은, 몸이 아파도 14일 유급휴가 후에는 퇴직처리되는 무기계약직은 가짜 정규직일 뿐이었다.
비정규직은 언제나 학교장 결정에 따른 예산축소, 학생수 감소 등 여러 이유로 고용불안 상태에 있다. 게다가 충북교육청은 2012년부터 효율적 인력관리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과학실무와 전산, 교무행정실무, 발명교실실무 업무를 무리하게 통합하였고, 그 결과 과학실험실무사로 근무하던 노동자는 업무부담이 높아져 지병인 당뇨병이 악화되었다.
병으로 아파할 때 학교에서 무급병가제도가 있다는 것만 안내했더라도 막을 수 있었을 죽음이다. 그 전에, 교육기관 정규직에게 주어지는 연간 60일의 유급병가와 1년의 질병휴직이 차별없이 적용되기만 했더라도 이렇게 안타깝게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초 무리한 업무통합정책 이전에 학교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만 제대로 들었더라도 13년 동안 헌신한 직장과 고통스러운 질병을 사이에 두고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결국 학교와 교육청과 정부가 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공범이었다. 그런 마당에 추도와 분노의 마음을 모아 정부종합청사 후문과 충북 교육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것조차 폭력으로 짓밟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정부는 더 이상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기만해서는 안된다. 센터는 계속되는 학교장의 전권 남용을 막고 진짜 사용자로서 책임질 수 있도록 교육감이 직접고용해 차별없는 노동조건을 보장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문제가 빈발하고 있는 무기계약직의 문제점을 해소할 학교공무직 입법과 호봉제 도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노동자를 애도하며, 정부는 학교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통해 사죄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이 안타깝게 숨져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2013. 8. 29
한 국 비 정 규 노 동 센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