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외주화, 이제는 끝내야 한다
- 안타깝게 숨져간 청년비정규 노동자 故 김용균 님을 추모하며
노동 현장에서 ‘죽음’이란 단어는 더 이상 낯선 언어가 아니다. 택배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 한 명의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참혹한 죽음이 한겨울 우리 맘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유명을 달리한 청년 노동자의 죽음으로 떠들썩했던 그때가 오버랩되는 요즘이다.
12일 새벽,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故 김용균 씨는 태안화력 하청업체인 (주)한국발전기술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지 이제 겨우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20대 청년이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현실 또한 우리에겐 이미 익숙하다. 청년 실업률이 심각한 현실에서 비정규직으로라도 취직을 했을 때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온 김 씨의 부모는 기뻤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쁨조차도 3개월이 되지 않아 부모의 가슴에 평생 피멍으로 남게 되었다.
그런데도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고 김용균 씨의 죽음을 ‘자신의 업무가 아닌 일을 하다 사고가 났다’고 ‘개인의 실수’로 몰아가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예상된 반응이다. 책임자가 발뺌부터 하는 것 또한 지금껏 우리가 똑똑히 보아온 현상이다. 현장 노동자들은 2인 1조 근무만 지켜졌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고 당시 다른 사람이 컨베이어벨트를 멈췄다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발전소 정규직이 2인 1조로 일하던 시스템이 외주화되면서 사라졌고,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2인 1조로 운영하지 않았다. 발전소가 직접 운영해야 할 업무를 하청업체로 떠넘긴 민영화와 외주화가 한 청년을 죽음으로 이끈 주범에 다름 아니다.
김 씨는 정규직의 꿈을 버리지 않고 ‘나는 화력발전소에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며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김 씨의 죽음 앞에 가타부타 변명거리를 찾을 게 아니라 진심어린 사죄와 재발 방지부터 약속해야 한다. 그리고 이젠 대통령이 답할 때이다.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게 하지 말고 대화에 응해야 한다. 당장 안전 관련 업무이면서도 단 한 명도 정규직화되지 못한 발전소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실현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불법파견 근절과 원청사용자 공동책임 강화 등 대선공약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중대 사망 산재가 재발되지 않도록 기업살인법 제정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우리 사회와 일터는 변하지 않고 있다. 이윤을 안전보다 앞세우는 그릇된 경영 방식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죽음의 외주화로 인한 노동자들의 희생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실현되는 그날까지 함께 힘 모아 투쟁하고 연대할 것이다.
삼가 깊이 머리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18. 12. 13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