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음식, 전기를 농성자에게! 인권위는 더 이상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말고, 농성자들에 대한 긴급구제조치를 결정하라!
외부 성명 조회 수 3412 추천 수 0 2015.08.04 15:41:17<기자회견문>
물과 음식, 전기를 농성자에게
인권위는 더 이상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말고
농성자들에 대한 긴급구제조치를 결정하라!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54일이 넘게 좁고 높은 위험한 광고판 위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회사가 법원이 인정한 정규직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정규직 전환을 이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서울중앙지법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497명이 '기아차 정규직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법원은 기아차의 '불법 파견'을 인정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인권과 거리가 있는 법원의 판결조차 지키지 않는 재벌의 행태로 노동자들은 하늘로 하늘로 오르고 있다.
최정명, 한규협 두 명의 사내하청노동자가 지금 국가인권위원회 옥상에 있는 광고탑에 올라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법이 지키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인권위는 지키지 않겠냐는 바람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그 바람을 져버렸다. 지난 7월 16일 광고업체가 제기한 업무방해 등 금지가처분 신청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인용되자 7월 25일부터 광고업체는 농성자에게 음식, 물, 전기가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광고중단으로 인한 영업손실을 근거로 조합원은 옥상 근처도 제대로 가고 있지 못하다. 손실은 시민사회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광고업체는 식사 및 생필품 전달자를 직계가족(증명서류 및 신분증)으로 한정한다고 통보하더니 농성자들을 지원하는 조합원들을 접근조차 못하게 하고 있다. 이에 농성자 2명은 단식을 선언하였다. 찌는 듯한 더위에 물도 떨어지고 단식을 해서 기력이 상한다면 좁고 높은 광고판 위에서는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조합원들은 7월 28일 긴급구제 신청을 했으나 긴급구제 대상이 아니라면 거부하였다.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한 이래 주요 인권현안에 대한 긴급구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설상가상 인권위법상에 명시된 긴급구제안건을 상임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는 초법적 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법 48조‘ 긴급구제조치’는 진정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조사를 하는 동안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마련된 것으로, 신속한 조사와 긴급한 조치를 필요한 경우를 염두에 둔 기능이다. 48조에는 “조사대상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계속 중에 있다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발생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진정에 대한 결정이전에”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진주의료원 긴급구제를 기각한 후에 상임회의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긴급구제사건처리 절차와 기준’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인권위는 사내하청 고공농성자들에 대한 긴급구제를 상임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고 거부했다. 근거는 광고업체가 식사반입을 막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생계와 육아를 책임져야하는 가족이 음식과 물을 올리기는 어렵지 않은가. 가족들이 지정한 사람은 가능하다고 하나 조합원들의 접근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는 현실에서 사실상 음식과 물을 전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조합원이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다보니 대소변 등 생리현상을 챙기지 못해 농성자들은 지독한 냄새와 비위생적 상황을 견뎌야만 한다. 전기도 공급되지 않아 핸드폰을 통한 세상과 연락도 어렵다. 조합원들을 가지 말라는 것은 사실상 단식하라는 것이거나 농성을 중단하고 내려오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인권위가 긴급구제 결정을 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의 직무유기다. 인권위는 그동안 부족하지만 꾸준하게 사내하도급노동자의 인권개선에 대해 권고를 했다. 정책권고는 할 수 있어도 눈 앞에서 굶고 위험에 노출된 사내하청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긴급구제는 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우리는 지난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고공농성을 했던 김진숙에 대한 긴급구제가 두 번이나 기각되었던 경험을 해서 이러한 부끄러운 풍경은 낯설지 않다. 당시에도 위법한 농성자에게 무슨 인권이냐고 막말하던 인권위원이 있었음을 분명히 기억한다. 또한 회사가 식사반입 때마다 밥을 휘젓는 등 모욕적으로 해서 다시 진정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2010년에는 인권위가 직접 농성자들의 인권을 침해한 적이 있다.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권과 현병철 사퇴를 외치면 농성하던 장애인권활동가들에게 전기와 난방을 중단하였다. 식사반입과 활동보조인 출입도 제한했다. 그로 인해 농성중인 중증장애인권활동가들이 폐렴에 걸려 응급차에 호송되었고 그 중 우동민 활동가는 사망하기도 했다. 그래서 2013년 한국을 방문한 유엔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마가릿 세카기야는 2014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행태를 비판하고 “시위자들이 공공기관에 대한 우려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당 점거는, 기본적인 조건의 제공을 포함하여, 촉진되었어야”한다고 보고서를 통해 발표하였다. 이러한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인권위는 또 무시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할 것인가.
지난 주말에 종교인과 가족들의 힘으로 밥과 물이 올라갔지만 그것도 힘겨운 싸움을 통해 올라갔다. 매번 밥과 음식을 올리기 위해 실랑이를 해야하는가! 농성자들은 주말에만 밥을 먹으라는 말인가! 생리현상도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인가! 인권위는 더 이상 농성자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침묵하지 말아야한다.
현병철 체제 6년간 보여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외면하던 악행을 또 반복해서는 안 된다. 곧 무자격 위원장 현병철 씨의 임기가 끝난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인권의 잣대로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인권위원장이 누가 되든 국제인권기구가 권고했듯이 “인권옹호자를 위한 전담부서의 존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옹호자들의 견해가 고려되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요구는 단순하고 절박하다. 물과 음식, 전기를 농성자에게! 우리는 다시 한 번 인권위에게 촉구한다. 농성자들의 건강과 생명, 안전을 위한 조치를 즉각 취하라!
2015년 8월 4일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