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택배보다 안전한 택배를~
택배 노동자들의 총파업 투쟁을 지지한다
세 달 사이 세 명의 노동자 생명을 앗아간 사업장이 있다. 바로 택배 물류업계 1위 기업인 CJ대한통운이다. 그런데 이 회사 참 가관이다. 기자들에게 “유가족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문자 하나 틱 보내고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 없다. 세 명의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리는 동안 어떠한 대책 마련도 하지 않고, 책임 회피하기에 급급할 뿐이다. 지난여름 50대 노동자가 찜통더위에 상하차 작업 중 사망했을 때도 “업무 환경은 나쁜 게 아니었다”며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고 지병이 있었다”며 책임을 떠넘기기까지 하는 비인간적인 언행도 서슴치 않았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에겐 특수고용 비정규 노동자의 생명은 파리 목숨보다 가치가 없는 것인가.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 아침 6시 30분에 출근해 택배 물량 상하차 작업을 하는 오후 시간까지 무임금 노동을 하고 있다. 그 시간 동안 식사도 제공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주말 야간 근무를 요구하기도 한다. 적게는 한 건 당 500여 원의 수수료로 먹고 살아야하는 택배 노동자들은 택배 운임이 낮다보니 하나라도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하기 위해 속도 경쟁에 내몰린다. CJ대한통운은 강남C터미널에 남성 소변용 ‘꼬깔통’을 설치했고, 계양터미널에도 화장실을 설치할 수 없다는 이유로 꼬깔통을 갖다 놓았다. 이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나 언론에 보도되자 회사는 화장실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꼬깔통만 폐쇄했다.
택배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생활의 궁핍함은 그만큼 심해질지언정 사람답게, 내가 일한 만큼이라도 대가를 받고, 안전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을 뿐이다. 택배 물량이 터미널에 쌓이고 있고 절임배추, 김치 등 집하를 금지하면서 배송 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그 피해를 입는 당사자는 건당 수수료가 수입의 전부인 택배 노동자들에게 돌아올 뿐인데, 사측은 너무도 당연하게 모든 잘못을 노동자들의 탓으로만 돌린다. ‘개인사업자’라며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일 시킬 때는 직원처럼 부려먹으며 책임질 일이 있을 때는 나몰라라 하는 것이 특수고용 비정규 노동자를 대하는 회사의 태도다.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택배를 받고 싶은 사람은 없다. 택배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일 없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때 시민들도 마음 편히 택배를 이용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이 다단계 하청으로 거의 모든 업무를 외주화시키고 위험한 노동 환경 구조를 계속 외면한다면 사고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계속되는 죽음과 택배 노동자들의 피해를 없애기 위해 CJ대한통운은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의 11월 21일 하루 경고파업에도 불구하고 CJ대한통운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택배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지지하며 끝까지, 함께 연대해나갈 것이다.
2018년 11월 21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