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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두대가 펌프카(콘크리트 믹서를 높은 곳이나 지하로 보내는 차량)에 콘크리트 믹서를 붓고 있다.
ⓒ 최지용
특수고용

 

박태영씨와 김영일씨는 모두 레미콘노동자다. 박씨는 10년, 김씨는 18년 동안 레미콘을 운전해왔다. 레미콘노동자들도 특수고용노동자로, 모두 개인 사업자이지만 특정 회사와 계약을 맺어 일정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를 갖는다. 두 사람 역시 레미콘 차량은 본인 소유지만 업체에 속해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업무 환경은 조금 다르다.

 

조금 특별한 두 명의 레미콘노동자... 대다수의 현실은?

 

  
김영일씨가 공사현장에 도착해 레미콘 뒷편에 있는 슈트(chute 사람들이나 물건들을 미끄러뜨리듯 이동시키는 장치)를 조작하고 있다.
ⓒ 최지용
특수고용노동자

 

지난 13일 만난 김씨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50여 명이 일하는 '영산레미콘'이란 작은 규모의 업체에 몸 담고 있다. 대형업체는 아니지만 용인지역에 터를 잡고 20년 이상 운영돼 온 제법 탄탄한 업체다. 이곳에 소속된 레미콘노동자들은 모두 건설노조의 조합원이다. 김씨는 건설노조 경기도지부 영산레미콘분회의 분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노동조합이 있는 김씨의 회사는 전 조합원이 산업재해보험에 가입했다. 2008년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와 함께 레미콘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비록 사측과 노동자가 반반씩 부담하는 절반짜리 산재보험이지만 노동자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 그의 회사는 건설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사측과 노조가 별다른 분쟁 없이,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지난 17일에 만난 박씨는 정말 사장님이다. 박씨가 속한 회사도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태영중기'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일하는 직원들이 "태영아"하고 그의 이름을 막 부른다. 그도 편하게 말을 섞는다. 박씨까지 20명이 일하는 이 회사는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태영중기' 20명의 레미콘노동자들은 메이저 레미콘 회사인 동양레미콘 경기도 광주지사와 계약을 맺고 있었다. 그들도 역시 건설노조 경기도지부 동양레미콘분회 소속 조합원들이었다. 총 56명의 조합원들은 산재도 적용받았고, 근무조건을 놓고 회사와 교섭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10월, 노조가 점점 활성화 되자 회사는 탄압을 시작했고, 운송료 단가를 25% 낮추겠다고 일방적인 재계약 통보를 해왔다. 특수고용노동자의 특성상 레미콘노동자들은 매년 회사와 새로운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사측에서 시기가 되기도 전에 갑자기 재계약을 요구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당연히 받아드릴 수 없었고, 8개월 동안 생계를 건 싸움이 이어졌다.

 

일을 전혀 할 수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던 동양레미콘 노동자들은 결국 사측의 안을 수용하기로 하지만, 돌아온 것은 계약해지였다. 그렇게 함께 고난의 시기를 보냈던 노동자들이 동양레미콘을 나와 자신들만의 회사를 세웠다. '태영중기'는 박씨의 이름을 빌리기는 했지만 20명 모두의 회사였던 것.

 

대부분의 레미콘노동자들은 두 사람 같지 않다. 둘은 아주 특수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다수의 레미콘노동자들의 현실을 취재하고 싶었지만 업계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산, 아주, 유진, 동양과 같은 대형 레미콘 회사는 노동조합이 거의 없었다. 계약 관계를 쥐고 있는 회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노동자들이 취재에 응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김씨와 박씨, 두 사람이 겪어온 과거와 현장에서 마주치는 동료들의 모습에 대한 증언을 통해 그 현실을 바라보기로 했다.

 

[박씨 이야기] "인간다운 삶 찾아 동양레미콘 나왔다"

 

  
동양레미콘에서 노조활동을 하다가 계약해지를 당하고 쫓겨난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태영중기' 멀리 보이는 컨테이너 박스 두개가 그들의 사무실이다.
ⓒ 최지용
특수고용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17일 박태영씨를 경기도 광주 '태영중기' 사무실에서 만났다. 말이 사무실이지 건물은 컨테이너 두 개를 쌓아 만든 임시 건물이었다. 43번 국도 바로 옆에 자리 잡은 회사 공터엔 레미콘 트럭 10여 대가 서 있었다.

 

회사라기보다 20명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모임과 같은 이곳은 대형 레미콘회사처럼 큰 공사를 맡을 수는 없지만 공사 물량이 많아 레미콘이 부족한 현장에 차를 운행해 주는 용차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는 컨테이너 2층으로 올라갔다. 한쪽 벽에는 작업복 하의 십 수벌이 걸려 있었고 바닥엔 이불이 깔려 있었지만 완전 냉골이었다. 앞에 마주 앉은 박씨는 호감형의 미남이었다.

 

"아는 선배의 권유로 시작했어요. 잠깐만 하려다가 완전히 눌러 앉게 됐죠. 돈을 잘 벌수는 없었지만 인간적인 대우가 좋았어요. 다른 곳에는 노조가 없었지만 제가 들어간 동양레미콘에는 노조가 있었고, '아, 이게 인간다운 삶이구나' 생각했죠."

 

레미콘 운전석에 앉은 지 10년. 그는 그동안 자신이 모은 가장 큰 재산을 '함께하는 동료들'이라고 설명했다.

 

"열심히 싸워서 2008년 산재보험도 얻어냈습니다. 조합원들은 다 산재에 가입했었죠. 산재를 인정한다는 건 우리가 노동자라는 것을 증명하니까요. 그런데 회사는 우리가 노동자로서 권리를 더 요구할까봐 불안했나 봅니다. 운송단가를 25%나 깎는다고 하는데, 한 회 운반하는데 3만 원 정도 하는 걸 그렇게 내리면 어떡합니까?

 

회사가 어렵다고 하니 저희도 처음에는 15% 삭감하겠다고 하고 들어갔었죠. 하지만 회사의 목적은 운송단가를 낮추는 게 아니라 우리를 내보는 것이란 걸 금방 알게 됐습니다. 56명 전 조합원이 똘똘 뭉쳐 싸웠지만 역부족이었어요. 괴롭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 우리는 모두 가족이 됐습니다. 나중에 회사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수용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저희가 거부했어요. 인간다운 삶을 택해 나온 겁니다. 벌이는 예전만 못하지만 지금은 모두들 마음이 편하다고 해요."

 

"새벽에 불려나가고, 별만 보고 사는 게 일상일 것"

 

  
'태영중기' 노동자들이 동양레미콘과 맞서던 시기에 사용했던 피켓이 건물 한 편에 놓여있었다.
ⓒ 최지용
특수고용

 

그들이 나온 이후 동양레미콘의 노동 환경은 더욱 나빠졌다고 한다. 박씨는 "새벽 3~4시에 눈 부비면서 불려 나가고, 별 보고 나가서 별 보며 들어오는 게 일상일 것"이라며 "노조가 있을 때는 근무시간도 조정하고 운행거리도 서로 공평하게 하면서 했는데 지금은 사측이 하라는 대로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완전히 붕괴됐고 산재 가입도 거의 없는 실정이란다. 박씨는 "노동자들이 산재에 가입하려면 사측이랑 반반 나눠 내야 하는데, 각각 3만 3000원 정도"라며 "그때 회사에서는 민간보험을 들라고 한다, 들어가는 돈을 (사측이)다 대주면서 한다면 어차피 자기 돈은 안 쓰게 되니까 산재 가입을 안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즉, 사측이 노동자들을 월 2만 5000원 가량 하는 민간보험에 가입시켜 주면서 자신의 비용도 절약하고 산재보험 가입도 막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도 자신의 돈이 들어가지 않는 다는 생각에 사측을 따르게 되지만, 민간보험과 산재보험은 보장받는 내용에서 차이가 많다.

 

특히 민간보험에는 '중대한 과실로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린 경우 휴업보상(일을 못하는 동안 지급받는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 함'과 같은 조항이 들어있어, 사고 발생 원인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 이는 휴업보상뿐 아니라 장해보상(부상 정도에 따라 치료를 위해 지급되는 보상)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장해보상의 경우 1급에서 14급까지 받는 임금이 산재보험과 차이가 난다.(아래 표 참조)

 

  
장해등급에 따라 지급되는 민간보험과 산재보험의 임금일수 차이. 2010년 국정감사 자료
ⓒ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

 

박씨는 레미콘노동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도 포기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그는 "과거에는 슈트(콘크리트가 쏟아져 나오는 틀)를 만지다가 손가락이 잘려도 모두 내 책임이었고, 콘크리트를 붓는 과정에 배치돼야 하는 안전요원이 다쳐도 운전자들이 책임을 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산재보험도 되고, 여건도 많이 좋아졌는데 우리 스스로가 포기하고 있는 것 같아 슬프기도 하다"며 "차려진 밥상을 우리가 못 먹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자영업자에도, 노동자에도 속하지 못하는 특수고용직들의 문제를 눈물겹게 호소했다.

 

"우리들을 보고 사장이라고 하는데, 그럼 사장답게 대우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자영업자라면 자영업자들이 보호받는 틀에 우리를 넣어 주든가, 아니면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자가 보호받는 법을 적용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뭐 우리나 덤프트럭이나 퀵서비스는 다 장비가지고 몸으로 하는 일이지만, 학습지 교사들은 배워서, 남들보다 더 배워서 가르치는 사람들인데 그분들까지 그렇게 내몰리고 있는 건 정말 못 보겠습니다."

 

[김씨 이야기] "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 퍼지길"

 

  
슈트에 남은 콘크리트 믹서까지 깔끔하게 펌프카로 쓸어 넣어야 한다. 레미콘의 모든 조작도 운전자들의 몫이다.
ⓒ 최지용
특수고용

박태영씨를 만나기에 앞서 경기도 용인 '영산레미콘'에서 일하는 김영일씨를 지난 13일 만났다. 김씨의 레미콘은 그의 연륜만큼이나 오래돼 보였다. 기아를 바꿀 때마다 차 바닥이 긁히는 듯했고 조수석의 문도 잘 닫히지 않았다.

 

회사에서 5km 남짓 떨어진 '죽전-수원' 사이에 놓이는 지하철 공사현장을 하루 5~6차례 오가는 김씨는 차에서 자주 내렸다. 트럭에 올라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일을 하는 덤프트럭과는 달랐다.

 

차에서 내린 김씨는 콘크리트 믹스(자갈, 모래, 시멘트를 물에 섞은 것)를 지하로 내려 보내는 펌프카에 쏟아 붓기 위해 차에서 내려 뒤쪽으로 갔다.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은 간단한 조작으로 진행됐지만 믹스가 담긴 커다란 통이 계속 돌고 있어서 차 위에 올라가 하는 작업은 조금 위태로워 보였다.

 

그렇게 붓기 작업이 끝나면 회사로 돌아와 다음 운행을 준비하는 동안 잠시 쉴수 있었다. 하지만 콘크리트를 붓고 온 레미콘을 씻는 작업이 남아 있다. 커다란 호스가 천장에 매달린 곳에 차를 세운 김씨는 물을 틀고 높은 차체 위로 올라가 슈트와 주변부를 닦기 시작했다. 콘크리트가 굳어 도로에 떨어지면 벌과금을 물기 때문에 꼭 해야 하는 작업이다. 가끔은 믹스통 내부도 안으로 들어가 청소를 해야 한다.

 

고된 일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의외로 김씨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는 기자에게 "우리 같이 일하는 레미콘노동자는 전체 7%도 안 될 것"이라며 "나 같은 경우는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지만, 불만 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사(노동조합이 있는 회사), 비조합사는 차이가 심해요. 저희 회사는 한 회 운송단가가 3만 3000원 인데 이 주변에 비조합사들은 잘해야 3만 1000원이고 3만 원도 안 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하루 8시간 근무를 정해 놓고 더 일하게 되면 수당도 받고 하지만 비조합사는 그런 일을 꿈도 못 꿉니다.

 

산재도 회사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하자고 했어요. 전 조합원이 산재에 들었죠. 지난해 말에 동료 한명이 사고가 나서 다쳤어요. 처음으로 산재처리를 했죠. 그 친구는 적기는 하지만 월급 받으면서 치료 받고 있어요. 하지만 다른 회사들은 산재 가입 공지를 안 하는 건지, 알면서도 못하게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가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들었습니다."

 

"노조 하는 순간, 계약해지... 쉽게 못 나선다"

 

  
공사현장에서 돌아오면 슈트와 주변에 남은 잔해물을 청소해야 한다. 높은 차체에 올라가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낙상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 최지용
특수고용

김씨는 지난 2001년부터 본격화된 레미콘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 나섰다. 여의도 칼바람을 맞으면 오랫동안 농성도 했고 그 후로도 아스팔트 위에 자주 섰다. 그 후로 끊임없이 나선 노조들의 싸움으로 2008년 산재보험을 얻어냈다.

 

그렇게 레미콘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이 적용됐지만 김씨의 말대로 그 수는 많지 않다. 2010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만 2780명 등록 종사자 가운데 28% 정도인 3647명만 산재보험에 가입했다. 본인은 가입을 원하지만 사측에 의해 가입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전체 47%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형 레미콘회사의 노동자들은 왜 노동조합을 결성하지 않는 걸까? 김씨는 "노조를 없앤 회사들은 새 계약을 맺을 때 노조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있다"라며 "노조를 하는 순간 계약이 해지되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나설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회사가 마냥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도리는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큰 회사들은 마치 노조가 있으면 사업이 안 될 것처럼 말하지만 우리 회사만 봐도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죠. 작년에 동료가 다쳤을 때도 회사가 먼저 나서서 산재처리를 하자고 했어요. 산재가 되니 마음 편히 일할 수 있잖아요. 그렇다고 일이 많을 때 우리가 무조건 못하겠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회사가 필요하면 더 일할 수도 있죠. 하지만 얼마나 존중 받으면서 일하냐가 중요합니다.

 

어쩌다 야간작업을 하게 되면 회사에서 도시락을 갖다 줘요. 다른 회사 사람들이 많이 부러워하죠. 하지만 또 별 말은 안 해요. 불만이야 많겠지만 어디 가서 자기 회사 나쁘다고 말하기가 쉽습니까? 아무쪼록 노조가 있어야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좀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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