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0,823
영락없이 겨울을 예고하는 차가운 바람이 일던 지난 17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정부에 제대로 된 실업대책을 마련하라는 촉구대회가 있엇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학생과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실업'이라는 공통분모로 대변되는 불안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서도 하루하루가 불안한 처지에 있는 일용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절박했다.
* 전국 최초의 '공공근로 고용승계'
이날 부천일용노동조합(위원장 박종인)는 일용직노조 중에서 유일하게 이날 실업자대회에 참가했다. 조합원은 대략 200여명이라지만, 이날 참가한 조합원은 5명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은 공공근로사업에 종사하고 있어 몸을 빼기가 쉬운 형편이 아니었기에, 올 수 있는 사람만 겨우 참가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 전국건설일용직노조협의회(전일노협)에는 전국에 모두 19개 노조가 가입돼 있는데, 이 중 부천일용노조는 조합원의 90% 가량이 공공근로사업에 종사하고 있어 다른 노조와는 관심이나 활동면에서 차이가 있다.
부천일용노조가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번 1단계 공공근로사업이 끝날 무렵. 대부분이 전직 건설일용직있던 조합원들은 당장 먹고 살 길이 빠듯해 공공근로사업에 참가했지만 1단계 사업이 끝나는 3개월후에는 또다시 일손을 놓아야 할 처지였다. 이미 부천지역에서는 공공사업 이외에는 취업 여지가 거의 없어 다른 일자리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웠다.
이때 노조는 지난 7월 1단계 공공근로 참가자 모두를 2단계 사업에 고용승계해야 한다는 전국 최초의 요구를 내걸고, 부천시(시장 원혜영)에 단체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부천시는 노조대표자가 공공근로사업 기간이 종료돼 교섭대표 자격이 없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노조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노조는 단협거부에 대한 규탄집회 및 고용승계 지지 거리서명에 들어가는 한편, 시청 항의방문, 시장면담까지 줄기차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시청은 노조의 교섭대표자들의 사업 종료기간이 교섭요청기간 이후인 것을 확인한 후 교섭에 응했고, 1단계 대상자 851명의 고용을 승계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은 공공근로사업 노동자가 권리를 찾은 전국 최초의 사건이었다.
박종인 위원장은 "그때 우리들은 정말 갈 곳이 없었다"며 당시의 절박한 심경을 표현했다.
* 겨울. 어떻게 나야 하나
그러나 정부는 이들 일용노조들의 절박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10월부터 공공근로사업 노동자의 일당을 3천원씩이나 깎아버리고 말았다. 지금 공공근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일당 2만5천원에서 3만원 수준으로, 한달치로 따지면 60만원도 채 못받고 있다. 만근을 못하고 하루라도 빠지게 되면 누적 수당체계 때문에 일당의 3배를 손해보게 되는 구조로 인해 일당 3천원 삭감은 한달에 7만원이라는 큰 폭의 임금삭감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조합원들 대부분이 30∼40대 가장들로 그나마 빠듯한 생활을 어ㄷ게 버틸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이에 부천일용노조는 부천시에 "노조와의 협의절차 없이 일당을 삭감한 것은 근로계약 위반"이라고 당장 항의에 나섰지만, 정부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게다가 근로계약을 재작성해 거부하는 사람은 해고하겠다며 위협까지 했다고 한다. 노조는 현재 노조탄압 공무원의 징계조치를 요구하는 등 현재 팽팽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1월 말에서 12월 초에는 2단계 사업이 다 끝나버리고, 당장 겨울철 끼니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겨울철에도 찾아보면 할 일은 많은데도 정부에서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 있다며 당장 겨울철 실업자대책을 마련해줄 것과 99년 실업대책비의 조기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일용노조가 직접 재활용사업 운영, 관급·대형공사를 벌일 때 일정비율로 일용노조 조합원을 채용할 것 등을 부천시에 제시하고 있는데 역시 입장차이로 교섭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해 부천 일용노동자의 한숨은 가라앉기가 어려울 모양이다.
* "인간가치 느낄 수 있는 노동 원해"
그러나 아무리 생계유지가 곤란해도 이들이 마냥 공공근로 사업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노조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요즘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는 공공근로사업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에도 동감한다. 그러나 도대체 뭐 하는게 있느냐는 소리에는 화가 치밀기도 한다.
한마디로 "인간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노동을 원한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소박한 꿈이다.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걸맞는 일을 찾고 싶은데, 솔직히 공공근로사업은 노동의 가치를 상실시키고 무기력을 조장하는 폐단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박 위원장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며 "노조가 적극적으로 공공근
* 전국 최초의 '공공근로 고용승계'
이날 부천일용노동조합(위원장 박종인)는 일용직노조 중에서 유일하게 이날 실업자대회에 참가했다. 조합원은 대략 200여명이라지만, 이날 참가한 조합원은 5명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은 공공근로사업에 종사하고 있어 몸을 빼기가 쉬운 형편이 아니었기에, 올 수 있는 사람만 겨우 참가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 전국건설일용직노조협의회(전일노협)에는 전국에 모두 19개 노조가 가입돼 있는데, 이 중 부천일용노조는 조합원의 90% 가량이 공공근로사업에 종사하고 있어 다른 노조와는 관심이나 활동면에서 차이가 있다.
부천일용노조가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번 1단계 공공근로사업이 끝날 무렵. 대부분이 전직 건설일용직있던 조합원들은 당장 먹고 살 길이 빠듯해 공공근로사업에 참가했지만 1단계 사업이 끝나는 3개월후에는 또다시 일손을 놓아야 할 처지였다. 이미 부천지역에서는 공공사업 이외에는 취업 여지가 거의 없어 다른 일자리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웠다.
이때 노조는 지난 7월 1단계 공공근로 참가자 모두를 2단계 사업에 고용승계해야 한다는 전국 최초의 요구를 내걸고, 부천시(시장 원혜영)에 단체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부천시는 노조대표자가 공공근로사업 기간이 종료돼 교섭대표 자격이 없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노조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노조는 단협거부에 대한 규탄집회 및 고용승계 지지 거리서명에 들어가는 한편, 시청 항의방문, 시장면담까지 줄기차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시청은 노조의 교섭대표자들의 사업 종료기간이 교섭요청기간 이후인 것을 확인한 후 교섭에 응했고, 1단계 대상자 851명의 고용을 승계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은 공공근로사업 노동자가 권리를 찾은 전국 최초의 사건이었다.
박종인 위원장은 "그때 우리들은 정말 갈 곳이 없었다"며 당시의 절박한 심경을 표현했다.
* 겨울. 어떻게 나야 하나
그러나 정부는 이들 일용노조들의 절박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10월부터 공공근로사업 노동자의 일당을 3천원씩이나 깎아버리고 말았다. 지금 공공근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일당 2만5천원에서 3만원 수준으로, 한달치로 따지면 60만원도 채 못받고 있다. 만근을 못하고 하루라도 빠지게 되면 누적 수당체계 때문에 일당의 3배를 손해보게 되는 구조로 인해 일당 3천원 삭감은 한달에 7만원이라는 큰 폭의 임금삭감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조합원들 대부분이 30∼40대 가장들로 그나마 빠듯한 생활을 어ㄷ게 버틸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이에 부천일용노조는 부천시에 "노조와의 협의절차 없이 일당을 삭감한 것은 근로계약 위반"이라고 당장 항의에 나섰지만, 정부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게다가 근로계약을 재작성해 거부하는 사람은 해고하겠다며 위협까지 했다고 한다. 노조는 현재 노조탄압 공무원의 징계조치를 요구하는 등 현재 팽팽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1월 말에서 12월 초에는 2단계 사업이 다 끝나버리고, 당장 겨울철 끼니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겨울철에도 찾아보면 할 일은 많은데도 정부에서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 있다며 당장 겨울철 실업자대책을 마련해줄 것과 99년 실업대책비의 조기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일용노조가 직접 재활용사업 운영, 관급·대형공사를 벌일 때 일정비율로 일용노조 조합원을 채용할 것 등을 부천시에 제시하고 있는데 역시 입장차이로 교섭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해 부천 일용노동자의 한숨은 가라앉기가 어려울 모양이다.
* "인간가치 느낄 수 있는 노동 원해"
그러나 아무리 생계유지가 곤란해도 이들이 마냥 공공근로 사업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노조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요즘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는 공공근로사업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에도 동감한다. 그러나 도대체 뭐 하는게 있느냐는 소리에는 화가 치밀기도 한다.
한마디로 "인간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노동을 원한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소박한 꿈이다.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걸맞는 일을 찾고 싶은데, 솔직히 공공근로사업은 노동의 가치를 상실시키고 무기력을 조장하는 폐단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박 위원장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며 "노조가 적극적으로 공공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