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비정규노동박람회 ‘노동의 빛’

by 센터 posted Oct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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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호 광주광역시비정규직지원센터 교육홍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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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비정규 노동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비정규 노동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2019 한국비정규노동박람회(이하 박람회)’를 지난 9월 6~7일 이틀 동안 광주 518교육관에서 개최했다.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박람회 준비와 진행 내용에 관한 글을 요청받고 잠시 고민했다. 박람회 프로그램에서 언급된 현장 속 노동자, 그리고 활동가들이 독자들의 관심을 받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행사 진행 준비로 돌아다니느라 참석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공간에 함께하지 못했던 내가 현장 분위기를 글로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왠지 내가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꽤 힘들었고 그것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모습이 되진 않을까 고민도 했다. 박람회 당시 나는 무대 위 주연, 조연, 관객이 아닌 무대 밖의 스태프, 작가였다. 무대와 화면 밖의 노동자에게도 따스한 눈길을 주는 곳이 한비네였다는 것을 떠올리며 글을 써보았다.


기획팀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초기에는 단순히 기획팀 논의 결과대로 일을 진행하려고 했다. 박람회를 광주에서 하는 만큼 할 일이 많을 줄 알았지만 내가 생각한 범위를 벗어난 만큼의 업무량이 밀려온 것 같다. 또 기획팀은 큰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 속의 작은 부분들을 채우는 건 우리 몫이란 걸 깨닫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광주시비정규직지원센터에서 실무를 볼 수 있는 인원이 4명인 상황에서 전 직원이 바쁜 와중에 또 다른 바쁨이 추가됐다. 나는 준비 과정 전반적인 업무를 맡게 됐다. 기획안을 훑어보고 먼저 한 일은 ‘노동의 빛’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생각한 것이다. 어둠을 밝히는 은은한 달빛, 방문이 열리며 흘러나오는 빛, 산 넘어 떠오르는 여명 등. 이미지를 생각하고 한 일은 ‘노동의 빛’이라는 거창한 주제어를 받쳐줄 표현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서서히 밝혀지는 약한 빛들을 모아 노동자들에게 비추고자 하는 의미에서 문구를 만들었다. ‘빛을 밝히다(개막공연)’, ‘빛을 모으다(섹션별 토론)’, ‘빛을 비추다(조직화 사례발표)’ 주제어와 관련해 직관적인 이미지와 은유적인 표현을 조합하는 것이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처음 한 일이고, 신경도 많이 쓴 작업이었다.


그 후 여러 가지 시안 작업을 하고 기획팀, 집행부의 피드백을 통해 웹자보를 만들었다. 본래 만들었던 시안을 뒤집고 새롭게 만들고, 확정된 시안을 바탕으로 현수막, 배너, 각 센터 홍보 패널, 기념품 등을 만들었다. 다채로운 형태로 만들기에는 내 역량과 시간이 부족했다. 개막식 연극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도 까다로웠다. 극단 관계자와 소통 후 극단에 맡기면 바로바로 될 줄 알았는데 무대 시설과 설치 등의 문제로 극단과 대관 시설 사이에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갑자기 발생해 당황스러웠다. 박람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는 세세한 부분에 대한 업무가 추가됐다. 참가자 방 배정, 발표 자료 취합 및 자료집 편집과 제작, 방명록, 안내문, 식순 인쇄 등. 그리고 뒤풀이 사회까지.


많은 부분을 점검하다 보니 박람회를 앞둔 8월 한 달간은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9월이 왔고 박람회가 개최됐다. 나름대로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행사가 진행되니, 생각지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나타났다. 어찌어찌해서 잘 넘어갔지만, 보다 더 작은 부분 하나하나까지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드디어 박람회 시작. ‘노동의 빛’을 주제어로 한 박람회는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재미와 감동을 담은 연극 〈오! 금남식당〉이 개막공연으로 박람회의 문을 열고, 뒤이어 진행된 섹션별 주제토론에서는 ‘지자체 노동 정책’, ‘감정 노동 사업’, ‘청년 노동 정책’의 현재와 대안에 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전국에서 모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오가며 적극적인 토론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또한 토론 결과를 다 함께 모여 공유하고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다. 조직화 사례발표에서는 광주 공단지역 자동차 부품사 조직화 사례, 대전의 대덕유니온을 조직한 동네노조 조직화 사례, 플랫폼 노동자인 라이더유니온 조직화 사례, 봉제사업단 조직화 사례가 소개됐다. 미조직 노동자 조직을 고민하는 활동가들에게 도움이 되고 답을 찾아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큰일 하나 마무리했다는 안도감, 쉽게 쉽게 가자고 생각했던 나의 안일함 등 후련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남았다. 그리고 프로그램 속 참석자들의 이야기들을 제대로 듣지 못한 점이 매우 아쉬웠다.많은 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열띤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자체 노동, 감정 노동, 청년 노동, 각 분야의 조직화 사례가 여러분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주고 뭔가를 얻을 수 있었다면 좋겠다. 프로그램 구성, 진행, 비정규 노동과의 연결고리 등 행사에서 부족함을 느낀 분들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이 부족함이 채워져 2년 후의 박람회는 더 많은 사람이 만족하는 ‘비정규 노동 논의의 장’으로 발전되기를 희망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크고 밝은 빛을 비춰주는 것이 아닌, 빛이 있는 곳으로 인도해주고 직접 찾아가도록 힘을 실으면서 함께 가는 모습이 한비네라고 생각한다. 다음 비정규노동박람회에서는 한비네가 지금보다 더 밝아진 비정규 노동의 빛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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