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이다

by 센터 posted Feb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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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라 KT새노조 손말이음센터지회 지회장



2019년 1월 1일부터 ‘ktcs 한국정보화진흥원고객센터’에서 ‘한국정보화진흥원 손말이음센터’로 중계사 소속이 바뀌었다. KT새노조 손말이음센터지회의 1년 반 동안 투쟁 결과로 직접고용을 쟁취했다. 노동조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는 공공기관의 정규직화 정책에 맞춰 으레 하는 거 아니냐며 가만히 있어도 될 일이었다고 비난한다. 정말 가만히 있었다면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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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첫 몸자보 투쟁(@손말이음센터지회)


애국가 후렴 같은 노동조합이 되길!


애국가를 4절까지 외우지 못하는 사람은 있지만 후렴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손말이음센터지회 이야기도 애국가의 후렴처럼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짧게 설명해본다.


2017년 6월 11일 KT새노조 손말이음센터지회를 설립했다. 노동조합 설립 시 직접고용과 노동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시작했다. 여러 단체들과 연대하며 한여름부터 한겨울까지 사무실 앞에서 피켓 집회도 하고 국회의원실도 찾아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도 했다. 노동청에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해 가해자가 징계됐고, 부당노동행위 고발에 대해서도 기소되어 송치됐다. 또한 체불임금 진정에도 합의하고, 국내 최초 사이버 성폭력 산업재해 인정, 한국정보화진흥원 직접고용 등 1년 반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결과를 얻었다.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연대와 지지를 보내주고 손말이음센터지회가 노력한 만큼 운도 좋아 단시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규직이랑 같은 거 아니야?


정규직화. 이 단어를 보면 다들 ‘정규직’만 보일 것이다. 아이쇼핑, 믹서기, 오토바이 등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콩글리시’이다. 영어권 사람들은 다 알까? 그럼 동일하게 단어를 사용할까? 물론 아니다. ‘정규직화’도 동일한 시각으로 봐야한다. 정부에서는 무기계약직도 정규직이라 칭한다. 분류만 무기계약직일 뿐 정규직과 차이가 없다고 한다. 분류한 것은 예산상 어쩔 수 없이 나눈 것일 뿐, 대우는 동일하다는 것이 기관의 입장이다. 노동조합을 하면서 거절의 사유로 제일 많이 듣는 답변이 ‘예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기계약직 인건비는 사업비에서 나온다. 정규직 인건비에서 각출하는 것이 아니다. 정규직을 포함한 국민들은 왜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들을 실력도 노력도 없이 ‘정규직’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중계사들에게 ktcs 소속일 때와 한국정보화진흥원으로 소속이 바뀌고 무엇이 제일 달라졌느냐고 물어보면 다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론은 굉장히 뜨겁다.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쉽게 취업해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떼쓰는 행태로만 바라보며 우리를 욕한다. 욕하는 건 본인 결정이니 말리진 않겠다. 다만 기사 제목만 보지 말고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길 바란다.


손말이음센터의 경우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세 차례 전환 시험을 보고 합격했지만, 이들은 무기계약직 신분이다. 급여도 간접고용 형태인 ktcs 소속일 때와 큰 차이가 없다. 최저임금에서 아주 조금 벗어났을 뿐이다. 다만 직원 복지는 정규직 직원과 동일하게 적용한다. 한 직원 말에 따르면, 한국정보화진흥원은 공기관 중 직원 복지가 낮은 편이다. 중계사들은 한국정보화진흥원으로 직접고용돼 안정적인 고용 형태를 유지하며 청각언어장애인인 이용자들이 소통에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중계 통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을 뿐이다. 정말 중계사들이 노력 없이 얻은 결과이고, 욕먹을 만한 행동을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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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손말이음센터 앞에서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조합원들(@손말이음센터지회)


다시, 시작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이를 대체할 표현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손말이음센터지회를 설립하면서 정한 목표 중 직접고용은 이루었다. 노동 환경 개선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끝이 없다. 인간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사람답게 사는 것,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손말이음센터지회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 노동조합은 시작이 있을 뿐,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손말이음센터지회뿐 아니라, 모든 노동조합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게 끊임없는 관심과 지지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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