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끝이 아니다

by 센터 posted Dec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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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지 한국잡월드분회 교선부장



11월 30일, 한 장의 합의문에 서명이 되었고 청와대 앞에 위치해 있던 한국잡월드 직접고용 촉구 농성장을 철거했다. 길었던 단식, 노숙농성이 마무리 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사실은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일단은 마무리 되었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전과 모든 것이 달라져 있다.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에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1.잡월드-집회.png

한국잡월드분회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집회 중.(@한국잡월드분회)]


성남에 위치하고 있는 한국잡월드는 고용노동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직업 체험과 그 체험을 통해 직업의 가치를 알게 하기 위함이라는 취지를 가지고 설립되었다. 말 그대로 공공기관에서 공공성 목적을 가지고 만든 기관이다. 하지만 여기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는 비정규직이다. 전체 400여 명 직원 중에 56명만 정규직이고 338명은 비정규직이라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구조로 지금까지 7년간 운영되어 왔다.  


그러던 중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다. “공공부문부터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제로화하겠다.” 그리고 2017년 7월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한국잡월드는 심지어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이니 그 정규직 전환 과정 문제에 선봉에 서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 과정은 온갖 파행과 졸속으로 진행되었다. 불합리한 대표자 구성, 정년에 대한 거짓말, 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한 협박과 회유, 책임자의 공석 등. 7년간 쌓여온 부당함은 단 3주 만에 ‘자회사’로 떠밀려 마무리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잡월드분회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한국 잡월드분회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이 투쟁 과정에서 해고도 직면해보고 회사로부터 가처분신청도 당해 봤다. 우리의 100퍼센트 승소로 결론이 났다. 이토록 한국잡월드는 이 사태를 막무가내로 진행시켰고 점점 더 악화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잡월드는 모든 과정이 민주적이었다고 얘기를 한다. 대화, 가장 원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정말로 대화를 하고 싶었다. “왜 기관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전시체험강사직군이 직접고용이 될 수 없는 것인가?”라는 이 단순한 질문에 대답을 듣고 싶었다. 그 대답을 듣기 위해 시작한 싸움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새로 취임한 이사장은 대답하기를 피했고, 우리의 억울함을 얘기하는 언론보도에 대한 반박으로 우리를 과한 욕심이나 부리는 자격 없는 사람들인 것처럼 얘기를 했다. 그렇게 정규직 출입 복도에는 보안문이 추가적으로 더 달렸다. 대화 거부 의사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한국잡월드였다. 이사장은 국회에서도 한국잡월드가 영리 기관이고, 수익성이 우선이라는 말을 했다. 공공기관 한국잡월드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와서 한국잡월드 책임자 자리에 앉아있다. 지금 현재도. 


어떤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7년 동안의 시간을 어떻게 참아냈냐?”는 기자의 질문에 “몰랐다.”라고 대답했다. 얼마나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는지, 얼마나 임금 수준이 형편없는지,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정말로 몰랐다. 한국잡월드에 출근하고 체험을 진행했지만 한국잡월드 직원이 아니었고, 체험자와 체험을 진행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원증으로는 ‘비상구’조차 열지 못한 부당함을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몰랐다. 그런데 한국잡월드는 이런 부당한 대우를 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에게 하고 있으면서 그 노동자에게 직업에 대한 가치를  체험자에게 이야기하라고 한다. 일하는 우리가 불안하고 부당한데 직업의 가치를 얘기하라고 하는 것은 체험자에게 ‘거짓말’을 시키는 것이다.  


1.잡월드-손도장.png

한국잡월드분회 조합원들 손도장.(@한국잡월드분회)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투쟁은 계절이 두 번 바뀌고 마침내 10월 19일 전면파업을 하게 되었다. 10월 24일 청와대 노숙을 시작했고, 11월 8일 자회사 지원서 제출 거부로 해고의 위기에 내몰렸다. 그리고 11월 21일 조합원 42명이 집단 단식,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그렇게 11월 30일, 우리가 얻어 낸 합의문은 ‘조합원을 전환 대상으로 하여 추가 전환 채용을 진행하겠다는 것, 그리고 노사정 공익위원 각 3명으로 이루어진 총 9명의 상생발전협의회와 2년간의 조직 진단을 통한 고용과 처우개선을 포함한 바림직한 기관발전방안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완전한 끝이 아닌 것이다. 전환 형태로 인해 시작된 싸움은 이제 부당한 비정규직 처우에 대한 싸움이 되었다. 이 싸움은 비정규직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문화적 갭이 있어서 함께할 수 없다고 말하는 썩어빠진 한국잡월드 직원의 생각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안 되는 것이었다. 복귀 후 붙여놓은 화합의 의미를 담고 있는 담화문에 써 붙인 정규직의 조롱처럼 아직도 바꿔내야 할 것은 너무나도 많다. 게다가 아직 명확한 대답을 듣지 못했으니 당연히 우리의 싸움도 아직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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