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비정규직, 우리도 이제 노조 있어요

by 센터 posted Jul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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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지부 노조위원장



전통시장 ‘읽어주는 책’ 오늘 방송은 대박이 났어요. 물론 이벤트 상품을 뿌렸기 때문이지만 방송에서 말한 이벤트 안내를, 아니 방송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들을 줄은 몰랐어요. 방송부스 앞에 줄을 선 청취자 분들을 눈앞에서 보니 감격스러웠죠. 회사에 방송 허락을 받느라 시장에서 방송 기술을 배우느라 좌충우돌한 지난 일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았어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 자료실에서 일한 지 5년째예요. 3년 전부턴 유통 현장인 전통시장에서 예비 이용자 분들을 앞에 두고 책 읽는 방송을 하고 있죠. 회사 내·외부에서 혁신사례로 몇 차례 발표되었지만 제가 하는 공공서비스의 성과는 제 개인이 아닌 부서나 구성원들의 한 줄 이력으로 쓰여 사라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얼마 전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했다고 말하니 기관장은 “시장에서 책 읽는 것부터 그만하라”는 말을 하세요. 오늘 방송 결과에 기쁘지만 처음 열정은 사그라지는 것 같습니다. 


aT에서 비정규직이란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ALIO)에 공시된 aT의 2018년 1/4분기 정원자료에 따르면 무기계약직 53명에 올해 전환대상으로 발표된 비정규직 349명을 포함하면 aT 비정규직은 총 402명입니다. 정규직(666명) 대비 비정규직의 비율이 60퍼센트가 넘는 수로 전체 직원 중 40퍼센트가 비정규직입니다. 비정규직의 직종도 다양해 준정부기관으로서 농수산식품 유통 관리 및 지원을 통해 농어민의 소득 증진과 국민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aT의 역할에 따라 농수산물 수급, 시스템 운영, 창고 시설 관리, 온·오프라인 유통, 농·식품 교육 등 전 사업장을 아우릅니다. 


aT는 3월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하면서 간접고용 비정규직 310명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모두 전환은 아니어도 직간접으로 고용된 대부분의 비정규직은 차별적 처우를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aT에서 비정규직이란, 같은 직급 정규직의 평균 70퍼센트 이하 수준 임금을 받는 낮은 계급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처음 전문계약직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비정규직은 전문 자격이 필요한 한정된 직위로 지금의 처우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2013년 정규직 노조가 전문계약직을 가입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단체협약으로 정한 임금 인상률을 적용 받지 못했고, 2015년 정규직보다 한 단계 이상 낮은 단계의 인사 승급 체계를 가지고 2017년 정규직 전환 시험제도가 폐지되면서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비정규직은 공공부문 서비스로 큰 성과를 내도 노력의 결과는 본인의 몫이 아닙니다. 다행히 직고용 된 비정규직은 부서의 성과평가에 따라 성과급이라도 받지만 그마저도 비정규직의 낮은 임금테이블에 기준하여 정규직이 받는 수준에 비할 수 없습니다. 노동부가 올해 발표한 <2017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연령·학력·근속연수 등 임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특성을 분석한 결과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은 69.3퍼센트입니다. 비정규직이 열심히 노력해도 임금의 30.7퍼센트는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aT도 다르지 않습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채용 절차가 다르고 고용의 종신성을 담보할 수 없는 비조직화 직군이니 조직적 책임감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을 듣습니다. 5년차 과장급 사무 정규직이 10년을 일한 용역 사원급 비정규직에게 “당신은 정규직만한 책임감이 없으니 정규직 대비 반값 임금만 드립니다.” 라고 말한다고 상상해보세요. 당장 그 말을 한 다음날 정규직은 5년을 마지막으로 이 회사를 떠날 수도 있는데 이미 10년 넘게 조직에 충성한 사람에게 책임감을 물으며 낮은 임금과 직급이 정당하다고 말합니다. 상상 같지만 실제 사무실에서 반복되는 상황입니다. 


1.노조출범.jpg

5월 31일, 노조 설립 총회에 참석한 aT지부 조합원들(@aT지부노조)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다


세월호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적 여론과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aT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발표하고 노사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세 차례 비공개 논의를 가졌습니다. 전환 대상자 직종별 대표를 구성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마지막 회의 후 전환을 위한 기준 체계를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음 논의를 무기한 연장했습니다. 이후 “일부 비정규직은 자회사로 소속이 변경된다더라. 시험을 봐야 직고용 된다더라. 잘리는 사람이 있다더라.” 소문만 무성한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3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 국화홀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산하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지부(이하 aT지부) 설립 총회가 열렸습니다. 이른바 aT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노조가 생긴 겁니다. 1967년 aT 설립 이후 처음 일입니다. 


aT지부는 기존 무기계약직과 일반 사무계약직뿐만 아니라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방식이 거론되고 있는 파견, 용역 노동자 등 aT에서 일하는 모든 비정규직을 조직 대상으로 하고, 이번 정규직 전환 노사전문가협의체 참가 요구, 동일노동 동일임금 가치를 준수한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을 포함한 단체교섭 진행 요구, 조합원 확대 등을 주요 사업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조 활동과 정규직 전환 및 처우 개선에 대한 소식을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전달하겠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이제 겨우 고유번호증 발급을 신청하는 등 걸음마 단계지만 총회 이후 노조는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이미 사내 노무 담당 부서를 통한 노조 가입자에 대한 경계 표현이 있었고, 이로 인해 회사 직원들 사이에 정규직 대 비정규직, 비정규직 대 노조 가입자 구도로 구분 지어 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변화된 사회 인식 덕에 외부에서 aT지부의 활동을 보는 시선이 따뜻합니다. 이에 aT지부는 공공서비스를 진행하는 사회구성원으로서 aT를 좋은 일터로 여기는 재직자로서 서로를 경청하고 목소리를 모아 요구로 바꾸고 실현하기 위해 뚜벅뚜벅 나아갈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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