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 이끌어낸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

by 센터 posted Mar 0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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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센터 상임활동가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 일단락


지난해 연말을 뜨겁게 달궜던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가 지난 1월 11일 노사와 가맹점주, 그리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정당, 시민대책위원회 합의로 일단락되었다. 

사용자 측인 SPC그룹은 불법 파견 당사자인 협력업체까지 참여시켜 반발을 불러온 자회사 ‘해피파트너스’ 이름을 ‘PB파트너스’로 바꾸고 협력업체 지분을 제외시켰고, SPC그룹이 자회사 지분 중 51퍼센트를 차지함으로써 원청의 사용자성을 강화시켰다. 노조 역시 직접고용 입장에서 벗어나 자회사 방식을 받아들임으로써 노사 모두 한발씩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맨 처음 노조에서 주장한 직접고용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 아쉬웠지만 일반적 노사 관계가 아닌 프랜차이즈 방식의 특수성을 생각한다면 상당한 성과를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고용노동부가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하였으며, 정당인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계기를 마련하고 협상의 중재역을 맡았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번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는 일반적인 노사 관계와는 다른 새로운 노사 관계와 협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정부와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지면 불법 파견 문제에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빠르게 해결 가능하다는 점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1-2.협약식.jpg

지난 1월 11일 치러진 파리바게뜨 제조기사 노사 상생 협약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특수성


지난 호(128호)에서 나타냈다시피 그 당시까지만 해도 파리바게뜨 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SPC그룹은 그동안 모든 문제의 핵심인 협력업체를 포함한 자회사를 만들어서 불법 파견을 정당한 파견으로 눈속임하려고 하였으며, 제빵기사들을 회유시켜 강제로 자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쓰게 만들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제빵기사들에게는 근로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고 실제로 일선 현장에서 배제시켰다. 이러한 사측의 회유와 협박은 제빵기사들에게 더욱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이들은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와는 달리 점포마다 한 명씩 흩어져있다. 따라서 노조를 구성하고 유지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구조이다. 처음 노조를 구성했던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직접고용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사이 다양한 노조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민주노총 산하 노조와 한국노총 산하 노조는 직접고용과 자회사 고용에 대해 사측과 직접 교섭에 나섰지만 협력업체들이 세운 노조인 ‘해피파트너스’노조는 현 체제의 변화 자체를 반대해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되었다.


또한 기존 노사 관계와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의 특수성이 불법 파견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일반적 노사 관계는 노동자와 사용자 측으로 명료하게 나누어지지만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맹점주’라는 이해당사자가 있다. 제빵기사들은 고용 관계가 있는 협력업체의 업무 지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각 가맹점으로 파견되면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사람은 협력업체가 아니라 가맹점주이다. 이들은 본사에 가맹비와 레시피 비용을 내고 본사가 지정한 원료를 공급받아 사용한다. SPC그룹은 이 사건 이전에 불가피한 사유로 계약을 위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가맹점주 가게 근접에 직영점을 차려 영업을 방해하는 보복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도 막중한 가맹비, 원료 사용 등으로 영업의 자유를 제약하는 본사 압박을 받고 있는 입장이다. 제빵기사들이 본사 소속으로 직접고용 되는 것에 대해서는 본사의 가맹점주에 대한 압박 수단이 하나 더 추가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고용의 기형적인 구조와 프랜차이즈 산업의 특수성은 더욱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로 나타나게 되었다.


정부, 정당, 시민사회대책위원회의 역할


복잡한 구조 속에서 전혀 진전될 것 같지 않았던 이 사태가 급속도로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와 시민대책위원회의 중재 활동 때문이었다. 먼저 정부는 이전 정권과는 달리 매우 적극적으로 SPC그룹을 압박했다. 정부가 부과한 과태료에 대해 SPC그룹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이는 서울행정법원에서 기각되었다. 정당성을 얻은 정부는 과태료 산정 기준의 가장 큰 쟁점이 되었던 해피파트너스와 제빵기사들의 근로 계약을 일일이 개인 연락처로 연락을 취해 확인하면서 사측을 압박하였다. 정당을 비롯한 정치권 역시 힘을 보탰다. 이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던 기관은 정의당이었다. 정의당 노동 상담 기관인 ‘비상구’를 통해 처음 접수받았으며 해결 때까지 정의당은 사건의 맨 앞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있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을지로위원회를 통해서 노-사-가맹점주 교섭을 중재했다. 정부 의지와 정치권의 사건 해결에 대한 노력은 연일 파리바게뜨 문제가 언론에 대서특필되었으며 시민들은 파리바게뜨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다.


참여연대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를 중심으로 구성된 연대기구인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노조와 행동을 같이하면서 적극적으로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다. 제빵기사 단일 노조가 3개 이상의 복수 노조로 설립되기 시작하자 직접고용을 주장했던 민주노총 산하 노조와 협력업체 지분을 제외한 자회사 직접고용을 주장했던 한국노총 산하 노조의 대립을 중재하여 교섭 창구를 단일화시켰다. 또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나서서 가맹점주와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파리바게뜨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고 적어도 두 개의 노조와 중소상공인인 가맹점주가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내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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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불법 파견을 통해 살펴본 간접고용 실태와 해결방안 토론회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 시사점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사건의 해결 과정은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 번째로 노동관계 사건에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와 관심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결국 불법 파견을 규정하고 과태료라는 법적 제재 수단을 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정부이다. 정부가 관심이 없거나 사측의 편만 들 경우에는 쟁점화 되지도 못했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을 최초로 쟁점화 시킨 곳은 정당이었다. 그동안 정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회에서 거수기 역할로 전락하여 약화되고 있었는데, 정당이 적극적으로 약자를 대변해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당사자들을 중재시키는 행위는 정당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하나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정당을 기반으로 한 대의민주주의가 정상화 되고 있다는 하나의 지표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프랜차이즈 업계 등 특수한 형태의 업종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다. 이번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사건은 전통적 노사 관계 해결방법과는 달랐다. 노사 이외에 가맹점주라는 이해당사자가 있었으며 이에 따라 다른 모습의 문제해결이 필요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프랜차이즈 산업은 상당히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퇴직 이후 많은 사람들은 프랜차이즈 회사를 통해서 자영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무조건 사측과 똑같이 여길 것이 아니라 이들의 이해관계도 파악하여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 더 나아가서 이들의 모호한 위치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이 온전히 투자하고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반 자영업과는 달리 이들은 본사의 간섭과 압박을 받는다. 프랑스에서는 이 때문에 프랜차이즈 가맹업주들을 넓은 의미의 노동자로 보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프랜차이즈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 우리나라에서 이들의 위치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사건은 노사 양측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정당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그리고 현재 공공부문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민간부문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첫 번째 단추라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직접고용까지 성사되지 않았고 본사 책임이 강화된 자회사의 직접고용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우리는 다 끝났다고 안심하거나 잘못됐다고 낙담하기 보다는 파리바게뜨에서 시작된 자회사 모델이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고언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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