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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센터 posted Aug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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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만 문화노동자


어느 진보정당 후보가 유세 중에 공무원들이 나와서 주변 노점상을 철거하려 하자 유세를 중단하고 노점상들과 함께 철거를 막아냈다는 훈훈한 얘기를 들었다. 진보정당 후보란 무엇인가가 생각나는 대목이었고, 진보정당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노점상은 이 시대 법으론 불법이기에 만약 그이가 기득권 옹호세력인 보수정당 후보였다면 당연히 수수방관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들은 늘 자본의 본분에 충실하기에.


태광 티브로드 광명시흥 지역 노동자와 전주 지역 노동자들이 바지 사장이 바뀌면서 해고를 당했다. 그런데 원청인 태광은 그건 하청 사장이 한 짓이지 자기들과는 무관하다며 해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과연 원청이 하청 바지 사장이 저질러놓은 노동자 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하청 바지 사장이 해고를 자행하기 전에 원청의 의도를 파악하지 않고 무조건 잘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1퍼센트도 없을 것이다.


“그 사장님 정말 좋은 분이예요.”, “그 사장님이 해고했을 땐 정말 노동자가 뭔가 문제가 있어서 잘라겠죠.” 하며 “회사 사정도 이해해야죠.”,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서 해고했으니 문제없다.” 하고 말하고 하청 바지 사장의 의도가 있지 않겠냐며 그도 존중해 줘야 한다고 말하면 그건 자본의 본분일까 노동의 본분일까?


인천에서 노동자 두 분이 해고를 당했을 때 노동자들에게 문제가 있어 해고한 것이라며 해고가 당연하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사고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렇다. 때론 모든 노동자가 다 정당하다 말할 순 없다. 하지만 해고된 노동자 이야기를 한 번 정도는 아니, 당연히 가장 먼저 해고된 노동자의 생각을 듣는 게 본분이다. 그런데 노동자의 본분에 늘 서왔다면서도 해고로 갑질하는 자본가가 자신의 절친이라는 이유로 자본가의 입장만 듣고 모든 노동자가 다 정당하진 않다 라며 해고를 받아들이라 했다. 이는 노동자의 본분일까,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를 줄타기하는 양다리의 본분일까. 안으로 파고 들어가면 복잡함이 얽히고설켜 있겠지만, 최소한 해고는 살인이다. 하청 바지 사장들이 저지른 해고를 민주적인 절차니 합법적이니 하며 원청 자본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은 노동 운동가의 본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때 노동 운동판에서 쟁쟁하던 이름들이 자본에 팔리고, 권력에 팔려간 몇몇의 본분이 떠올랐다. 그와 반대로 이름도 없이 비정규직으로 죽어간 노동자들의 본분이 가슴속에 하나하나 날선 조각으로 새겨진다.“해고는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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