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의 향수

by 센터 posted Jun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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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반성하다 고만둔날.jpg

마니아들 사이에서 음악은 LP로 들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며 여전히 LP를 고집하는 분들이 있다. 한때 비틀스부터 아바, 보니 엠,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등을 들으며 되지도 않는 영어지만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럴 때마다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노래의 향수가 저마다의 가슴속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세대들이 가장 많이 듣는 MP3와 CD, 그리고 LP 음반 음악을 눈을 가린 상태에서 들려주며 실험을 했는데 열이면 열 모두가 LP 음반 소리가 좋다는 쪽에 손을 들었다. 다들 자신이 선택한 소리가 MP3에서 나는 건줄 알았는데 LP라는 것을 확인하고 놀랐단다. LP 음반은 추억과 향수도 불러일으키지만, 현재 음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음질을 담고 있다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 그래서인지 CD 음반을 LP로 복원해서 출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얼마 전, 잘 아는 오카리나 연주자가 CD를 냈다고 해서 구입해서 듣는데 중간에 찌끄찌그 하는 잡음이 들렸다. 혹시 CD에 기스가 났다 하고 꺼내 봤는데 멀쩡했다. 혹시 음반 제작에 문제가 있었나 싶어 연주자에게 전화해서 말했더니 LP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잡음을 조금 넣었다고 한다. 현대적 CD에 지나온 시대 LP의 향수를 느끼게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그런 시도라도 잘하고 있을까?’ 하는 물음표가 그려졌다.


LP의 향수를 생각하다 보니 오래 묵으면 묵을수록 그 가치가 더하다는 ‘빈티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요즘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그 옛날 전노협 시절의 노동자, 노동조합의 향수가 남아 있을까? 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걸어온 노동자의 길, 먼저 문을 연 노동조합이 조금 더 당당해지길 바란다.

‘대기업 노조 위원장은 무조건 비정규직으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어느 비정규 노동자의  악다구니가 떠오른다. 자신의 출세와 명예가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철폐, 전체 노동자의 평등을 위해 일 년이 되도록 고공농성을 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그건 노조 활동이 아니라는 대기업 정규직 대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오래전엔 대기업 노동자라면 노동해방의 선구자만큼이나 멋지게 바라보며 다 같이 일어나 손뼉을 쳤다. 지금도 그 아름다운 향수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지 묻고 싶다. CD를 틀었는데 LP 향수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는 발상이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김성만 문화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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