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으면 삶을 잃는 것

by 센터 posted Oct 0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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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에 있는 세종호텔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다 자르고 비정규직으로 채워서 이윤을 극대화하여 돈 버는데 눈이 멀었다. 노동조합을 말살하고 노동자 모두를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억지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몸에 맞지 않는 모자를 강제로 쓰게 하고, 노동자들이 너무 불편해서 모자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에 회부했다. 급기야는 비조합원이 조합원에게 추운 겨울날 면장갑 한 켤레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노동자는 현대판 노예라는 어느 친절한 근로감독관의 설명에 걸맞게 세종 자본은 노동자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노예로 살아가지 않는다며 연일 부당징계의 압박과 부당전보, 부당해고를 자행하고 있다. 이에 노동자들이 악랄한 자본에 맞서 회사 앞에서 플래카드를 길게 연결해서 선전전을 하며 투쟁을 하고 있다.


오래전에 회사는 호텔 투숙객들이 물건을 잃어버리면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뒤집어 씌어서 강제로 분실한 물건의 값을 치렀다고 한다. 호텔에 투숙할 때 귀중품 같은 경우 회사에 보관 조치 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여러 판단을 거쳐 정말 잃어버렸다면 CCTV를 확인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무작정 노동자들에게 뒤집어씌우고 강제로 각출해서 투숙객들에게 돈을 주었다. 여러 차례 이런 일을 당하던 노동자들이 어느 날부터 부당함을 주장하며 꼭 물어줘야 한다면 회사가 물어주라고 맞서자 슬며시 그런 일이 사라졌다. 실제로 어느 투숙객은 반지가 사라졌다고 해서 객실을 다 뒤져서 반지를 찾아주니 이번엔 반지 알맹이 다이아몬드가 사라졌다며 다이아몬드를 물어 달라고 했단다. 만약, 노동자들이 회사의 부당한 조치에 맞서지 않았다면 집을 팔아야 했을지도 모를 판이었다.


노동자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 집회에서 자신들이 회사로부터 당한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나도 위 이야기를 비틀어 현대판 놀부전으로 콩트를 구성해 보았다.


놀부가

~ 세종호텔에 투숙해서 뭔가를 잃어버렸다 하면 세종 자본이 노동자들에게 뒤집어 씌어서 강제로 각출해서 물어내 준다는 소식을 들은 놀부가~ 세종호텔에 투숙해서 옳타꾸나손바닥을 치며 소리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그 내용인즉 놀부가 호텔에 투숙해서 잠깐 나갔다 온 사이에 집을 잃어버렸다며 집을 물어내라는 것이다.

회사는 자초지종 따져 보지도 않고 무조건 노동자들에게 너희들이 놀부 집을 훔쳐갔지?” 하며 뒤집어씌웠다. 놀부의 집을 물어주라 하자 어이가 없는 노동자들은 궁리 끝에 놀부에게 봉투에 두둑이 담아서 건네주었는데 입이 ~’ 벌어진 놀부, 후다닥 객실로 들어가 봉투를 열어보고 소리를 지르며 쓰러지는데 그 안에서 지도가 나오더라.

집 잘 찾아가세요.


 욕심에 한도 끝도 없어 길을 잃은 자본가들은 곳간에 현금을 가득가득 쌓아놓고 단 1퍼센트도 노동자들에게 배려하지 않는다. 자본과 정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길을 잃었든 정신을 잃었든 자본의 시대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경고다. 길을 잃으면 삶을 잃는 것이다.


김성만 문화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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