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빛깔도 고아라

by 센터 posted Apr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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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호주머니 속에서 뭔가 잡히기에 “뭐지?” 하며 꺼내 보았더니 낯선 초콜릿이 하나 들어있다. ‘이게 왜 내 호주머니에 있지?’ 하고 생각해보니 ‘아 ~ 그 꼬마.’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서비스노동조합 최종범 동지의 죽음과 가열찬 삼성본사 앞 투쟁으로 쟁취해낸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았다. 대신 거짓 폐업으로 노동자를 기만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서울 강서구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시작하려고 준비하는데 한 꼬마가 와서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왜~?” 하고 물으니 천진난만한 눈빛과 웃음을 지으며 손을 쑥~ 내밀더니 초콜릿 하나를 내 손에 쥐어준다. 


꼬마는 서울 전농동에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조합원의 아들이다. 토요일이라 아빠를 따라 집회에 온 것이다. 토요일 아빠, 엄마와 놀이공원에 가도 시원찮을 판에 ‘비정규직철폐연대투쟁가’를 힘차게 따라 부른다. 몇 번을 들었는지 얼추 외운 듯한 노랫소리에 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가 쓴 노래라고 아빠가 알려줬단다.

아니, 이런 투쟁가를 아이들이 불러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니 분노와 함께 슬픔이 밀려든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커야 한다는 게 평소 내 생각이다. 아이들은 동요를 부르면서 자라고,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 왔다. 엄마, 아빠가 투쟁하는 현장에 따라 가서 배운 노래를 흥얼거렸다가 학교에서 왕따 당했다는 얘기도 몇 차례 들은 적도 있다. 어른들은 노동요를, 아이들은 더 많이 뛰어 놀고 더 많이 소리치며 동요를 부르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언제부터인지 투쟁 현장에 가족대책위가 꾸려지기 시작했고, 부모의 일터, 멈춰버린 공장에 아이들이 놀기 시작했다. 폐타이어와 노란 철재 바리케이드가 쌓여져 있는 멈춰버린 공장 앞 마당, 사선을 넘나드는 해고 싸움의 전선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안쓰럽기만 하다. 투쟁하는 당사자들에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라는 이유로 승리에 대한 열망과 이유가 가득할 테다. 하지만 이유도 모른 채 놀이터도 아닌 투쟁 현장에서 뛰어 놀다 아빠를 부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너무도 가혹한 세상으로 보인다.


오래전 재능투쟁 현장에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에게 투쟁하는 어른들에게 동요로 힘을 실어 달라고 요청했던 적이 있다.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 십여 명이 골바람 세차기로 유명한 재능투쟁에서 투쟁가가 아닌 동요를 부르며 “힘내! 힘내!” 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때도 ‘어른들 투쟁에 아이들을 불러 힘을 실어달라고 하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나마 아이들이 투쟁 현장에서 투쟁가를 부르지 않고 동요를 불렀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어른들은 일하면서 힘을 내는 노동요를 부르고 아이들은 더 많이 뛰어놀고 더 많이 소리치며 동요를 불렀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노래를 들려드린다.


김성만 문화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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