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큼만

by 센터 posted Jan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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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변정윤 센터 사무국장



“나도 안다. 윤성수라 카는 교수가 그래 유명한 사람인 거. 그 의사 양반이 아무리 유명해도 나는 병원 싫다. 병원도 다 도둑놈인기라. 병 주고 약 주고, 하는 꼬라지가 딱 그렇데. 골수 검사한다고 등짝에 아이고무시라, 다시 생각해도 까무라치겠다. 병원가기 전까지는 멀쩡했던 허리가 지금은 청소기 돌리고나마 힘들다 아이가, 걸레 쪼가리 하나도 내 손으로 못 빤다. 그런데 뭐 약물치료를 하자꼬? 그기 항암치료라 카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제. 골순가 뭔가 검사하고 아파죽겠는데 내가 매칠을 그래 참았다아이가, 미련쿠로. 참다 참다 도저히 견디지를 못하겠는기라. 그래서 간호사아가씨, 내가 등짝에 그거 검사한 뒤로 그래 아프네요. 잠도 못자겠는데 이거 우야만 되겠어요 그랬더니 진통제 놔주데. 내가 참 미련하제. 진작 진통제 놔달라 카마 되는데, 그때는 진통제 생각도 안 나고 와 이래 아프노, 와 이래 아프노, 시간 지나마 괜찮아져야하는데 와 이기 그래 아프노, 이 생각만 나데.


내 옆 침대 아지매 봤제? 백혈병이라 카데. 항암치료하는갑데. 힘도 없고, 말도 재우 하고, 나는 옆에 매눌안가 했디만 간병인이라 카데. 그 아지매도 재우로 복도만 왔다갔다하면서 자박자박 걸어다니는 정도지 뭐 있더나. 그걸 일주일동안 보고 있는데 마음이 참 이상하고 심란하고 그렇데. 그런데 한날은 갑자기 간호사아가씨가 손등에 주사바늘 꽂으면 아프다고 가슴에 구녕을 뚫자 카데, 손등 꽂은 것도 아프고 골수 그것도 아픈데 가슴에 구녕을 뚫는다 카이 내가 기절초풍할 노릇 아이가. 어이가 없는 기라. 그기 항암치룐데 내한테 항암치료라는 말도 안 하고 그래 거짓말을 하는기 말이 되나 안 되나. 내가 그래 걱정됐으마 첫날부터 가슴에 구녕 뚫자카지 와 갑자기 그라겠노. 간호사가 그래했겠나? 의사가 시키서 했겠지. 퇴원할라 카는데 와 의사는 안 된다 카더노? 내가 치료 안 받겠다 카마 집에 보내줘야지. 저그가 와 나를 병원에서 못 나가게 하노 말이다. 돈 벌어물라꼬 그카는지 몰라도···. 정말 그래하마 안 되지 병원서.


옛날에 곱다이 아지매 알제. 곱다이 아지매 자궁암 걸리가꼬 항암치료 안 했나, 그 젊디 젊은 나이에. 얼매나 부지런한지 방바닥에 엉디 한번 안 붙이고 일했던 사람이다. 근데 항암치료하고 얼마 안 있다가 아프다고 동네가 떠나가도록 고래고래 소리치고 안 그랬나. 그카디 얼마 안 있다 세상 배맀다아이가. 너거가 내 항암치료 받게 할라꼬 하는 거는 아는데, 의사 양반이 너그한테 안 좋은 소리하제? 저거야 밥 묵고 하는 일이 멀쩡한 사람도 환자 만드는 일 아이가. 더러는 아픈 사람도 고치겠지. 병원은 들어가서 한번 드러누벘다 카마 그날로 환자되는 기라. 걸어 들어갔다 기 나오는 기 병원이다.


항암치료 그거 머리도 빠진다 카데. 텔레비에 마이 나오잖아. 요새 아무리 옛날보다 약이 좋아졌다 캐도 약은 약이다. 그기 사람 살리는 약인지 죽이는 약인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아나? 의사가 시키마 시키는 대로, 누버라 카마 눕고, 엎드리라 카마 엎드리고, 주사 놓자 카마 놓고 그기 그런 기라. 내 나이 내일모레면 팔십이다. 멀쩡한 세포 다 죽이는 기 항암치룐기라. 내가 이만치 건강하니까 내 몸에 암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 말이다. 그런데 항암치료 해봐라. 멀쩡한 세포 다 죽고나마 내가 무슨 수로 다른 병을 이기겠노. 나 들마 병은 생기기 마련이다. 나 들어서 안 아프고 죽는 사람 있더나. 자는 잠결에 죽는 기 제일 행복하다마는 그런 사람이 세상에 맷맹이나 있겠노.


그래도 내가 밖에 나가마 내 나이보다 젊게 본다. 허리도 꼿꼿하게 피고 걷제, 나이보다 주름도 적제, 맨날 집에서 저 극장 앞 할배집하고, 읍사무소도 걸어 다니고 가끔은 군청까지도 안 걷나. 산시 다리로해서 경로당하고 빙 돌아서 집에 온다. 걷는기 건강에 참 좋거든. 1층 아지매는 걷도 못한다. 살이 쪄갖고 걷는기 힘들다 카데, 매칠 전에도 읍사무소 같이 갔는데 집에 올 때 못 걷겠다캐가 아들내미가 데리러 왔잖아. 그에 비교하마 나는 마이 걷제, 물 마이 묵제, 니도 물 마이 무라. 알았제? 그래 물을 마이 무가꼬 암이 생기도 내가 이래 건강한갑다 싶다. 그라고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산에 가서 솔잎 따갖고 동글동글하게 만들어무마 된다. 너거 아버지 위암 때도 내가 그거 만들어가 아침저녁으로 드맀다아이가. 너그들도 알지만 그래 수술하고도 건강하게 지냈는데 마, 다 나슨 줄 알고 어느 날 술 자시고 들어온 날부터 자리에 누버뿌데. 술만 아니었으마 더 살았겠제. 얼마나 더 살았을지는 몰라도···.


나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너그들 덕분에 이래 건강하게 잘 살고 있고, 늘그막에 매누리도 보제. 뭐 더 바랄 끼 없다. 그카이 내 걱정은 더 하지 말고 너그 사는 거 걱정해라. 어데 아프지 말고, 돈이야 많으면 좋기야하겠지마는 돈 버는 놈들은 따로 있다. 그저 지금만치만 살아라. 내 몸은 내가 안다. 의사들이 나를 상대로 항암치료 하자는 거는 다 헛짓거리다. 니가 고생 많았다. 니가 고생 많았다. 쉬도 못하고···. ” 


엄마가 림프종 확진을 받았어요. 다행히 과도하게 건강합니다. 저는 항암치료에 대해 부정적이라 강권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엄마에게 최종 결정권을 드려야함으로 항암치료에 대해 설명을 해드렸는데 엄마의 대답은 저러했습니다. 의사는 길게는 2개월, 짧게는 6개월 사신다고 했는데 제가 봤을 땐 뻥~이 심한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한 고비 넘긴 기분이에요. 만약 시간이 지나 엄마가 병마와 싸워야 할 때가 와도 그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니까요.


병원에 계시는 엄마와 정말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나눴어요. 우린 우울하지도 않았고, 저는 엄마와 있는 시간이 오히려 좋았어요. 이렇게 가까이 오랫동안 있어본 적이 얼마만인가 싶어 그랬던 것 같아요. 어릴 때 맡았던 엄마 냄새도 좋고···.


엄마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간호사가 엄마 키를 물어보길래 155센티미터라고 했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155라고 말했다고 했더니 “맞다. 내 키가 그만할 끼다.” 그랬거든요. 그런데 입원실로 들어가니까 다시 키를 재더라고요. 다시 잰 키는 두둥!! 147센티미터. 그래서 제가 “147인데 엄마 아까는 왜 155가 맞다 캤노?” 그랬더니 “나 들마 키 준다”로 일축해버리더군요. “8센티미터나 줄었다고?”라는 내 말에 눈 하나 깜빡 않고 얼굴 표정 하나 안 바뀐 채 “응. 나 들마 키 주는 거 맞다”고 재차 말씀하시는 엄마를 보고 참 많이 웃었어요. 밤에 밥 먹으면 살찐다고 밥도 취소시키더니, 제가 사다놓은 빵이랑, 우유(꼭 바나나우유를 드심), 커피, 호두과자, 뭐 그런 걸 드시더군요. 엄마가 귀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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