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없는 년

by 센터 posted Jan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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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방 쉼표하나 5기 회원



“오늘 5시에 학사주점이야. 다들 참석해주기 바래.”

“거기 좀 더럽지 않냐?”

“거기가 그래도 괜찮은 편이야. 가격도 싸고···.”

난 한 번도 학사주점에 가본 적이 없었다. 단합대회 한다고 간 그곳은 다락같은 곳에 따로 방이 있어서 우리끼리 떠들 수 있어 아늑했다. 막걸리에, 파전에 몇 가지 안주들을 시키고 서로 웃다가 울다가 건배 몇 번 했더니, 시간이 꽤 흘러 어느덧 한두 명씩 자리를 떴다.


어쩌다 보니 끝까지 남은 애들이 다섯 명 정도였는데 둘은 같은 방향이라며 택시 타고 가버리고 남은 두 녀석은 횡설수설 난리다. 어깨동무를 하고 비틀거리며 걷고 고함을 지르고···. 아, 어쩌다 내가 저것들하고 같이 묶였지? 행인들이 모두 술주정하는 여자애 둘과 옆에 우두커니 서있는 나를 보는 것 같아 창피했다.

“야, 애들 다 갔어. 우리도 빨리 가자. 넌 나랑 여기서 버스 타면 되고, 넌 집에 어떻게 가냐?”  

“우리 따악 한 잔만 더하고 가자.”

“그래, 기분 조오타. 지금 집에 가면 안 되지, 고럼.”

“야, 난 집에 갈래. 너희 너무 취했어. 그만 가자.”

“갈려면 너 혼자 가. 우리는 더 마실 거야.”

둘이서 어깨를 걸고 ‘갈지자’로 걷더니 넘어지고 그야말로 쇼를 한다.

“야! 안 돼. 그만 가자. 너희들 안 가면 나 혼자 그냥 간다.”

“넌 집에 가아. 우리 둘이 가면 되니까···.”

“나, 정말 간다.”“그래, 잘 가.”

 “빠빠이~”


난 길거리에서 술주정하는 사람들이 정말 싫다. 아무리 술을 마시더라도 제 몸 하나 간수 못할 지경까지 마시고 해롱거리는 건 딱 질색이다. 그런데 내가 그런 무리들하고 한패가 되어있다니···.

“야, 나 정말 가.”

“그래, 잘 가.”

난 매몰차게 돌아섰다. 걸어오다가 돌아보니 둘이서 주점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데 걱정도 됐지만 지지리도 말 안 듣는 애들 탓을 하면서 버스에 올랐다.


“야! 넌 어떻게 술 취한 우리만 두고 집에 갈 수가 있냐? 정방, 너무하다.”

“뭐 멀쩡하구만···. 내가 가자고가자고 했는데 안 가겠다고 버틴 건 너희들이었거든.”

“어쨌든! 의리 없이 지 혼자 가고···.”

사실 얼굴 보니 너무 반가웠다. 두고 온 게 계속 가슴에 남아서 밤새 걱정했는데···.

“어쨌든 너하고 이제 술 안 마셔.”

“나도 너희들이랑 안 마셔.”

어이, 친구들 잘 지내는가? 이제는 해롱대는 너희들 두고 안 갈 테니 술 한 잔 할래? 아니 이제는 내가 해롱댈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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