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온 빌○○○씨

by 센터 posted Apr 2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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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응덕

 

 

사무실에서 한 고객을 만났다. 두 달 사이에 세 번이나. 빌○○○씨. 1972년생, 필리핀 출생, 한국 거주 17년, 자녀 3명. 내가 파악한(?) 그녀의 간략한 이력이다.
2월 초,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슬며시 물어봤다.
“필리핀에서 오셨다고 했지요. 고향이 어디세요?”
“루손 섬 이사벨라요.”
“예에. 루손 섬은 들어봤네요. 한국말 잘 하시네요. 여기 온 지 얼마나 되셨어요?”
“오래 됐어요. 17년요.”
“아 그러시구나.”
그냥 안 돼 보였다. 마침 영업용 판촉물이 있어 핸드크림과 주방용품을 몇 개 건넸다.
그제 또 그녀가 왔다. “또 오셨네요.”
“좀더 돈이 필요해서요.”업무를 처리하고 다시 물어봤다.  
“혹 물어봐도 됩니까, 어디 쓰는 돈이세요?”
“필리핀 아버지가 아프셔서요. 몸 반쪽이 마비되셨어요. 형제들 있지만 제가 병원비 부담해야 돼요.”
“아 그래요. 근데 남편은 뭐하세요?”
“남편은 건설회사 노동했는데 요즘 몸이 안 좋아서 쉬고 있어요.”
“그러면 생활은 어떻게 해요? 휴대폰 보니 자녀들도 세 명인데.”
“제가 오전에 ○○일을 하고요,(정확히 못 들었다) 좀 쉬었다 저녁에는 학원에서 영어 가르쳐요.”
“아 맞아요, 영어 잘 하시겠네, 필리핀은 영어가 공용어잖아요.”
어쭙잖은 추측이겠지만 안 봐도 알거 같다. 힘겹지만 굳세게 살아온 그녀를.
 
오늘 아침(2월 27일) 〈한겨레〉 인터넷판 톱기사는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 예술박물관 무용수의 노예노동에 대한 소식이었다. 제목은 이렇다. ‘노예대우 받으며 한국 사람들 다 똑같다고 생각’, ‘지금이 몇 세기야? 대한민국 달구는 노예 노동’ 이런 얘기가 나온다. “박물관 사람들한테 노예처럼 대우 받으면서 ‘한국 사람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가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로 느껴졌다.”
 
문득 그녀가 떠올랐다. 궁금하다, 그녀에게 한국은 나쁜 나라일까, 좋은 나라일까?
친정 아버지 몸 빨리 회복하시길, 그리고 빌씨도 가족들과 오손도손 오래오래 잘 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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