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by 센터 posted Oct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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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덕 쉼표하나 2기 회원



전국언론노동조합에 근무하는 지인이 있다. 그가 글쓰기 모임 단체 카톡방에 청계천에서 있을 행사 소식을 전했다. ‘언론적폐 청산하고 세상을 밝히자.’ 바로 댓글을 올렸다.

“안 그래도 최근 〈문화방송(MBC)〉 사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처참히 무너진 이 나라 공영방송이 어서 빨리 다시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김재철 전 사장 이후 MBC는 일반 사기업보다도 못한 경영진들로 인해 망쳐졌고, 2012년 투쟁에 참여했던 많은 기자, 아나운서들이 해고나 부당 전보 되었지요. 어느 누가 참언론인들에게서 마이크를 뺏어갈 수 있는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언론적폐를 청산해야 하고, 우리 인이님(대통령)께서 반드시 앞장서 주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먼저 일반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방송사는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회사, 전파라는 공공재를 통해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권력을 견제 비판하는 공적 언론기관. 우리가 언론이라고 하면 보통 후자를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흔히 언론은 입법·행정·사법에 이은 ‘제4부’로 불린다, 언론의 막대한 사명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뉴스를 진행하던 아나운서가 어느 날 갑자기 시설 관리, 그것도 스케이트장 관리부서로 발령 났다. 귀띔은커녕 발령 당일 아침까지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단다. 그렇게 피디와 기자, 아나운서들이 하나둘씩 방송에서 사라졌다.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후 전혀 다른 업무로 발령 나거나, 다행히 그대로 남았더라도 더 이상 어떤 프로그램도 주어지지 않았다. 마이크를 빼앗긴 사람들은 이른바 잉여 인력, 투명인간으로 취급받았다. 기억을 더듬어본다. 최승호 피디, 이용마 기자, 변창립·황선숙·신동진·김범도·김정근·문지애 아나운서···.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노조원인 김민식 피디가 회사 복도에서 소리쳤다. “김장겸(현 MBC 사장)은 물러나라.” 인사위원회는 그에게 20일 출근 정지 징계를 내렸다. 급기야 MBC판 블랙리스트까지 나왔다. 충격이다. 정말 이 정도였을 줄이야. 


2012년 파업 이후 지금까지 MBC에서 일어난 일이다. 물론 위에 적은 것은 내가 들은 극히 일부분의 이야기일 뿐이다. 다시 생각해보자. 경력 10년이 넘는 아나운서에게 스케이트장 관리를 하라니. 더욱 가관인 것은 회사의 말이다. 인사는 원래 직원이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에 배치하는 회사의 고유한 권한이고, 회사는 그렇게 판단해서 발령을 낸 것이란다. 이건 해명이 아니라 궤변일 뿐이다.


돌아보면 이 나라 공영방송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망가지기 시작했다. KBS는 정연주 사장을 찍어내고 김인규로, MBC는 엄기영 사장을 이은 김재철 사장 임명 이후 두 방송사는 노골적으로 권력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생길 때면 철저히 정권 편에서 보도했다. 내가 JTBC 뉴스만 보기 시작한 것도 대략 그때부터다. 지금 두 방송사의 사장인 고대영, 김장겸 또한 임명 당시 정권의 편향적인 인사들로 내부 직원들의 격렬한 거부를 받은 바 있다.


MBC가 처절히 망가져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왔다. 이 사태의 직접 피해 당사자이기도 한 최승호 피디가 감독한 〈공범자들〉이다. 그는 시사 프로그램 간판 피디였고, 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MBC에서 해직되었다. 지난달 MBC 사측은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패소했고 영화는 8월 17일 개봉되었다. 나는 아직 보지 않았는데, 마침 그제 신문에서 영화를 다룬 칼럼을 읽었다.

‘뻔뻔한 사람들, 뻔뻔하게 되풀이되는 상황.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 을 보면 선명하다. 권력에 아부하고 바른 소리 하는 아랫사람 자르고, 사장이 갈리면 비슷한 사람이 또 나와 아부하고 자르고···. 영화의 어디를 잘라 어디를 갖다 붙여도 붙을 거 같다.(중략) 마침 기자, 피디, 아나운서들이 제작 거부에 나섰단다. 곧 응원 갈 거다.’- 8. 24. 〈한겨레〉 [야! 한국 사회], 임범(대중문화평론가), ‘엠비시 동료들, 파이팅!’ 


다시 MBC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350명이 넘는 구성원들이 제작 거부를 선언하고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에서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했다고도 들었다. 야당은 이를 새 정부의 방송 장악으로 규정하고, 김장겸 사장은 절대 퇴진 불가를 공언하고 있다. 


유튜브로 MBC 아나운서들의 투쟁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그들은 언론인으로서 그 참담한 세월을 어떻게 견뎌왔을까. 아니 한 사람의 평범한 직장인으로서도 그 모멸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왔을까.’ 

김민식 피디가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나와 한 말도 기억에 남는다. 시청자들이 MBC를 많이 봐주셔야 한다고. 좋은 프로그램이라 봐달라는 게 아니라 나쁜 방송이니 보고 욕을 많이 해달라고. 그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면 우리가 더 힘차게 싸울 수 있는 힘이 난다고. 


어젯밤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 바로 청계천으로 향했다. 돌마고(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불금파티 행사에서 복면 고발왕 코너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두 공영방송 MBC와 KBS에서 투쟁하는 이들이 함께 어울려 연대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MBC 최다 발령자이자 최저 성과자라는 김범도 아나운서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김민식 피디와 함께 소리 높여 외쳤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고대영은 물러나라.”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한 투쟁이 꼭 승리하리라 믿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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