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들

by 센터 posted Jan 0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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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들과 술 약속이 있다. 고향인 노량진에서 국민학교, 중학교를 같이 보낸 어릴 적 내 동무들. 사는 게 뭔지 가뭄에 콩 나듯이 어쩌다 한 번씩 얼굴들을 보게 된다.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어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을 안주 삼아 옛 이야기를 나눈다.


산꼭대기에 있던 영본국민학교. 도심에 있는 학교 치고는 학생 수가 적었다. 한 학년에 420여 명. 학급 수가 여섯 개라 6학년이 되면 한 번쯤은 같은 반이 된다. 운동장이 작아 운동회 때는 100미터 달리기를 80미터로 줄여서 하던 학교다.
겨울 이맘때쯤엔 난로에 태울 조개탄 배급 받으러 갔다가 계단에서 굴러 울기도 했다. 학교 앞 문방구집 영희를 좋아해서 친구들은 매일 경쟁하듯이 불량식품 사 먹으러 가기도 했고. 그런가 하면 학교 언덕에서 정월 대보름 쥐불놀이하다 철수네 집 지붕 태워 먹고 죽도록 맞기도 했다.
1981년에 프로야구가 생기면서 동네 꼬마야구단이 만들어 졌다. 한창 터파기 중이었던 63빌딩 자리에 전지훈련 가서 한강물에 수영하다가 옷 홀랑 잃어버리고 빤스 한 장 걸친 채 집에 왔다. 당시 나의 포지션은 포수. 골목대장 친구놈이 던지는 공을 거의 얼굴로 다 받아냈다.


세월이 흘러 살던 고향도 하나 둘씩 떠나고 각자 먹고 사는 일도 다르니 전화 한 번 하기가 여의치 않다. 노조 한다고 근 10년간 돌아다닐 때는 가끔씩 술 한 잔 하자고 연락와도 잘 보지 못했다. 그래도 친구라고 감방 갈 때마다 나 몰래 울 엄니 찾아뵙고 위로해 주고 생활비도 보태주던 친구들이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엄니께 노량진 친구들 만난다고 말했더니 누구누구 보냐고 물으신다. 그리고 말끝에 “술 좀 적당히 먹어라.” 한마디 하신다.
지난번엔 내가 술값 냈다고 중소기업 사장하는 친구가 화를 냈다. 뭐 액수는 다를지라도 아내에게 용돈 받는 처지가 여동생에게 용돈 받는 내 처지와 그리 별반 다르진 않건만…. 오랜만에 술 적당히(??) 얻어먹고 애들 키우는 얘기, 사는 얘기나 실컷 해야겠다.
이제 퇴근시간이 다 되어간다. 보고 싶은 고향 친구들. 어여 만나러 가야겠다.




이상선|마음만은 젊은 청년인 40대 노총각. 사람과의 인연을 늘 소중하게 여기는 넉넉한 몸매의 소유
자. 데모를 좋아하고 희망세상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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