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로 골드

윤성노 2016 삶의 기록과 치유를 위한 글쓰기 교육 수강생

동네 편의점에 진열되어 있는 담배 코너엔 더원, 에쎄, 람보르기니, 다비도프, 뫼비우스, 말보로, 던힐, 디스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있다. 브랜드마다 라이트 골드, 클래식, 플러스 등으로 세분화된 담배 종류도 뒤편 진열장 한곳을 가득 채운다. 최근에는 과일 향이나 코코아 향, 바닐라 향 등 궁금증을 유발하는 향과 맛을 첨가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담배의 떫고 매운맛을 부드럽게 바꾼 담배들···. 하지만 나는 동네 편의점 담배 가격을 모른다.

그런데 해외공항이나 인천공항 면세점 담배 가격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말보로 골드 가격은 21달러, 일본 오사카 공항의 뫼비우스는 27달러, 중국 상하이 공항 말보로 골드 가격은 18달러이다. 해외여행 하는 친구들이나 외국에서 우리 집으로 놀러오는 외국인 친구에게 면세 담배를 종종 부탁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나도 인천공항을 나갈 때면 양담배를 한 보루씩 사가지고 온다.

담배와의 추억은 초등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택 비전동 2층 양옥주택의 방 세 개 중에서 두 개는 세를 주고, 10평되는 방 한 칸에 아버지, 어머니, 형, 나 이렇게 우리 식구 네 명이 생활했다. 아버지는 술과 담배를 무척 사랑하셨으며, 방에는 항상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아버지가 좋아하던 담배는 지금은 사라진 국산 담배 ‘솔’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 직후 3월 즈음, 비전초등학교 1학년 7반. 우리 반 담임선생님께서는 수업시간에 내 옆을 지나가다가 나에게 한마디하며 꿀밤을 때렸다.

“너는 초등학생이 담배를 피우니?”

나는 담배를 안 피웠는데···. 선생님께 하소연도 제대로 못하고 집까지 엉엉 울고 갔다. 어머니께 사연을 말하자 나를 안아주셨다.

그때 초등학교 담임선생님 덕분인지, 아니면 아버지 덕분인지, 나는 담배를 입에 대본 적이 없다. 군대에서 면세 담배 한 보루에 4천 원일 때도, 지금 내 방 상자에 쌓여 있는 외국 면세 담배를 볼 때도 그것을 피우기보다 오히려 냉장고 속에 쟁여 둔 다크 초콜릿이나 설탕을 퍼먹는다.

올해 추석날, 나는 차곡차곡 모은 면세 담배를 들고 아버지가 홀로 사시는 여주로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갔다. 각자 흩어져 살고 있는 아버지와 형, 이렇게 셋이서 오랜만에 돼지갈비를 구우며 저녁을 먹었다. 식사가 끝나고 아버지의 스쿠터 오토바이 손잡이에 담배 담은 봉지를 살그머니 걸어두었다.

아버지가 즐겨 피우는 국산 담배 에쎄 1밀리그램을 사드리면 ‘줄담배로 계속 피시지 않을까?’하고 염려되어 당신이 좋아하는 국산 담배나 몸에 좋은 건강보조식품이 아닌, 당신이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있으면 조금씩 피우는 말보로 골드를 걸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