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by 센터 posted Aug 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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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주년. 많이 살았네. 나같이 곰 같은 여자랑 살아줘서 고맙다 했고 자기 같은 남자랑 살아줘서 고맙다네. 이만큼 살다 봄 좋은 점 세 가지 찾기도 힘들다는데 아직 열댓 가지는 쉽게 나오니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오. 뱃살만 빼주면 어째 좀 안될까.”
 
이달 초 카카오스토리에 바로 위 누나가 올린 사연. 글만으로도 충분히 예쁜데, 근사한 케이크까지 곁들였다. 애당초 어릴 때부터 애교와는 거리가 먼, ‘딱 곰 같은 스타일’이라는 걸 잘 알기에 더욱 실감났다. 그런데 다음 문장은 좀 거시기(?)했다. “이만큼 살다봄 좋은 점 세 가지 찾기도 힘들다는데 아직 열댓 가지는 쉽게 나오니…”. 이거이거 남편 자랑이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하면서도 매형이 무척 부러웠다. 이렇게 대놓고 자랑할 수 있는 건 정말 괜찮은 남편이라는 뜻일 테니. 아마 집사람은 내 단점을 스물 댓 개는 줄줄이 꿰고 있을 텐데. 허허참! 이거 심하게 비교되네.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온 이가 딸이 SNS에 올린 글로 홍역을 치렀다. 자식은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진실을 말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 하고, 아버지는 전처 가족과 경쟁 상대 후보자가 짜고 퍼뜨린 공작 정치라며 되받아치고. 참 보기 딱했다. 남의 집 가정사야 시시콜콜 그리 알고 싶지 않으나, 이렇게 쓰고 속으로는 미주알고주알 남의 집 담장을 엿보고 싶은 게 보통 사람 마음이다. 나 역시 그걸 부인하기 힘들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그는 떨어졌다. 초반 판세에서는 많이 앞서가다 딸의 폭로로 막판 치명타를 맞았다. 결국 인지도가 낮아 당선 가능성이 떨어졌던 이른바 진보 후보가 당선되는 이번 선거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앞선 딸과는 대조적으로 두 아들이 아버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응원하는 글을 올린 것도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떨어진 이의 딸을 비난하는 뜻은 조금도 없다.) 아들이 쓴 글을 읽고 마음이 참 따듯해졌다.
 
막판 가족들이 이슈가 된 선거를 지켜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우리 애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스스로 질문해놓고 곰곰 생각해보니 영 자신이 없다. 뭐 애들한테 잘 해준 기억이 별로 없으니. 아직까지는 중고등 학생이라 아빠한테 대놓고 쓴 소리 못하겠지만, 몇 년 후면 있는 대로(?) 냉정히 나를 평가할 텐데. 슬쩍 걱정이 밀려온다.
 
아내에게도 마찬가지다. 결혼기념일이 숫자 2가 세 개 연속으로 들어간 날(2월 22일)이라 잊어버리지만 않을 뿐,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해본 적이 없다. 바깥에서 저녁이나 먹으면 그나마 다행이었고, 올해도 어쩌다보니 어물쩍 그냥 넘겼다. 모르지는 않을 테고 포기했는지 집사람은 군말 없이 넘어간다. 집안일을 공평하게 나눠한 것도, 어디 오붓하게 같이 여행을 간 적도 별로 없다. 그렇게 16년을 같이 살았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 자랑 하나 늘어놓는다. 어지간해서는 잔소리 안하고 사람 마음 최대한 편하게 해주는 거, 우리 마누라 최고의 장점이다.
 
누나에게 이렇게 댓글을 달아 보냈다. “내 누나가 곰이란 걸 너무 잘 알기에 실감나게 와 닿는 사연. 정말 멋진 부부! 부럽고 고맙고. 그냥 대충대충 사는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떠올립니다. 결혼기념일 진심 축하.^^”



이응덕 | 문학과 역사에 관심 많은 40대 직장인. 글쓰기를 통해 더불어 사는 ‘나와 우리’를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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