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여행

by 센터 posted Sep 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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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쉼표하나 3기 회원



“이번 여름은 이미 실패했어. 우리도 연말에 성과급 받아야 하는데. 무언가 준비해야 하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기획 프로모션을 준비할 사람이 없어. 다들 출장을 가버리고. 이게 무슨 팀이야. 너희들끼리 앉아서 노닥거리고 좋은 것만 하는 거. 나에게 나중에 와서 평가를 가지고 토 달 생각하지 마.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실적이 엉망인데 누구 하나 말하지 않고 화조차 내지 않아. 사장이 나에게 따로 밥이라도 사주는 줄 알아? 내가 뭐 골프를 쳐. 술을 좋아해? 그렇지 않잖아. 법인 프로모션 문제가 있는데 누구 하나 고민하는 사람이 없이. 이제 와서 실패했다고 평가하는데 어떡해야 해. 가서 잘못했습니다. 내가 다 책임을 져야하는 거야? 왜 그래야 하는데? 목표 달성 50퍼센트도 못하면서 출장 가버리는데, 이 책임을 내가 왜 져야 하는데. 내가 바라보는 지금 이곳의 현실이야. 어떻게 해야 해.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같아. 어떻게 할 수 없어. 내가 기업을 뚫고 돌아다닐 때 다 따로 놀고 있어. 그렇게 하다가 좋은 데 갈 때는 다 자리가 차. 출장가면서 인수인계하는 거 봤어. 있어? 있냐고? 이야기 해봐. 그냥 가는 거에 급급하잖아. 법인 따라가면 편하지. 너네들이 우리끼리 하겠다고 하면 내가 그냥 둘게. 만년 과장하시고, 만년 대리하시고, 그렇게 하면 사실 좋은 거잖아. 그런데 현실은 아니잖아. 중구난방, 주먹구구로 일처리해서 그게 가능해? 그러면서 너희들은 출장 간다 하고. 그럼 나는 어떡해. 너희들 A 아니 S 받고 싶잖아. 지금 실적이 떨어지는데 관심이나 가지냐고? 교육에 관심도 없고, 출장 좋은 거 나오면 서로 가려하고. 알고 보니 팀장들이 다들 출장계획을 서로 짜고 있더라고. 미래에 대한 준비와 대비가 전혀 없어. 우리 이미 다른 부서에도 지고, 경쟁업체에서도 졌어. 미수 건도 터졌어. 내부에서 잘못한 거야. 이게 누구의 잘못이겠어? 인수인계가 안됐다고. 잘못이 없다고. 정말 그렇게 피해 가려고? 난 미수 생기면 잡으러 다녔어. 지금은 그렇지 않아. 그냥 미수야. 대리점 담당하는 사람이 그렇게 말해. 그게 현실이라고. 지금 다 그렇게 하고 있어. 그렇다고 해결은 누가 했는지. 심지어 해결됐는지 안됐는지조차도 몰라. 좋은 지역의 출장이라도 나오면 자기가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고. 환상에 빠져 있고. 1년 만에 제주 출장 가는 사람은 정말 박수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박수는커녕 챙겨주지도 않고. 나 이제 정확하게 숫자로 평가하겠어.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아. 회사 주식 사지마. 난 지난번에 팔았어.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없는 조직이야. 사지마. 잘될 일이 없어. 신문에서 좋은 평가 나오지. 천만에 말씀. 아니야. 절대로. 나중에 보면 나 혼자만 열불내고 있다는 거 알거야. 매출전략 잡으라고 아무리 말해도 관심들이 없어. 호텔 등급 바뀌는 거 아무도 몰라. 환율 변화에도 가격이 그대로인데도 관심이 없어. 뉴스도 제대로 챙겨보지도 않잖아. 그냥 그렇게 가는 거야. 마지막으로 말할게. 후배 키우는 거 선배 몫이야. 프로모션과 마케팅 차이도 모르잖아. 그냥 가잖아? 그거 알아. 지금 당장 중국 출장이 있다고 치자. 70명 세일즈인데 아무도 안 가. 신입사원 몫이라고 말하는 거야. 영업사원들이 어떻게 실적에 관심을 안 둘 수 있지? 막내아이들이 스트레스 받는데 헤드로 올라갈수록 스트레스를 안 받아. 자기 기본 실적을 뛰어 넘으려 하지 않는 거야. 힘든데 왜 해야 해? 그런 식이야. 기본은 깔아놓았으니 됐다는 거지. 뛰어 넘어야 해. 방법이 정말 없을까? 부탁한다. 우리 이렇게 무너져야해? 정말 이렇게.”


여름 휴가철과 30도가 넘는 특수가 이어졌지만 여행 전문회사 ‘해피 블루투어’의 매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심지어 여행객 모집업자가 입금하지 않고 사라졌고, 브라질 여행상품에서는 인사 사고까지 터지고 말았다. 박철수 부장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했다. 박 부장은 팀장을 제외한 팀원 5명을 모아놓고 인사카드와 매출 서류를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흰색 와이셔츠 상단의 단추 하나를 풀어헤친 박 부장 앞에 놓인 아이스커피의 얼음이 녹아 흘러넘쳤다.


‘해피 블루투어’는 여행 상품을 비롯해 각종 자동차 렌트와 쇼핑몰까지 운영하면서 지속적인 혁신을 요구했다. 필요에 따라 지난해 동기 대비의 성장을 따지기도 했고, 지난달 이익을 비교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어쨌든 회사는 이익을 내야만 하는 곳이다. 시간은 돈이고, 매일 발생하는 상품의 빈자리는 부실 또는 불량 상품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어떻게든 상품을 소진시켜야 했다. 때로는 저가 상품임을 강조하거나 때로는 럭셔리하거나 단독 상품이라는 것을 강조해야 했다.


박철수 부장은 완판이 가능한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회사에 적당한 긴장과 규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 이상 계속된 질책에 팀원들은 고개를 숙인 채 얼음만 남겨진 플라스틱 잔을 만지작거리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제 술을 너무 먹었나봐. 졸립다.’

‘에어컨 바람이 조금 위쪽으로 올라갔으면 좋겠는데.’

‘카톡 내용이 궁금하네.’

‘화장실에 가도 괜찮을지.’

‘박 부장은 언제쯤 커피를 마실까? 얼음이 다 녹으면 맛이 없을 텐데.’

‘배구 경기 잘하고 있을까.’

‘점심 약속 장소를 어디로 잡을까. 더운데 평양냉면 맛있겠다.’

‘게임 머니를 써야 하나. 도대체 깨지지 않는 이 상황 어떡하지.

’‘진주 목걸이를 한 영숙 씨는 언제쯤 내 마음을 알아줄까.’

‘휴가를 어디로 갈까. 여행 회사 직원인데 여행 갈 곳이 걱정이네.’

‘어제 주문한 물건이 언제쯤 올까?’

판매왕에게 연말 특별 보너스와 알래스카 여행권을 준다고 적힌 포스터가 형광등 빛을 받으며 홀로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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