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센터 posted Apr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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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렸던 시계가 방바닥에 떨어져있다.
시계불알은 떨어져나갔지만 멀쩡하다.


결의 짓이구나
의자를 거쳐 화장대로 그 위 수납장으로 뛰어올라 시계를 건드렸을 것이다.
글쎄 하는 장난기 가득한 결의 눈동자, 놀아달란다.


이 모양을 해놓고 놀자고. 이건 니가 치워야지.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좀 걷어놓고,
구석구석 뿜어댔던 털뭉치도 좀 치우고 말야.
청소도 못하게 내 다리에 달라붙은 결을 번쩍 들어안아 머리를 쓰다듬는다.
내 말을 알아들으면 니가 괭이새끼가 아니지.


괭이가 인간이 될 리 없지만 인간은 종종 짐승이 되는 세상인데
결아 넌 괭이로 살아라.


집안을 초토화시켜놓고도 의기양양하게 놀아 달라 보채고
이유 없이 우다다다 집안을 종횡무진하며
커튼 뒤로 숨어 숨바꼭질을 즐기고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는 신묘함을 보여주고 
열려라 참깨 닫힌 문을 박박 긁어대다

깨물깨물 내 손에 잠투정도 하고 
새벽에 꾸역꾸역 내 이불 속을 찾아 온기를 더해주고
닿지 않는 천장을 향해 지치지 않고 벽타기를 두 달째 반복하며
뽀뽀에 애닳아하는 나에게 어렵게 입술을 허락하는 밀당의 고수


상처받은 내 영혼의 치유묘.
흥얼거리며 오늘도 너의 똥을 치운다.




글 |변정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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