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by 센터 posted Jan 0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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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아침밥을 먹고 다닌다. 서너 숟갈이지만 먹고 안 먹고는 차이가 크다. 위를 비롯해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오늘 아침 김치찌개를 데워 몇 숟갈 먹었는데 약간 미련이 남았다. 어제 먹은 홍시가 생각났다. 지인 오빠가 경북 청도에서 지은 거란다. 지난주 받아 오륙일 지나니 알맞게 잘 익었다. 색깔이 너무 예뻐 탐스러웠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에 옆에 있던 돌이도 달라고 성화였다.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문득 홍시 생각이 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사람 얼굴이 같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내 친구 승환! 지난 토요일 저녁 시청광장 세월호 200일 집회에서 벗을 잠시 만났다. 부부가 함께 온 데다 일행과 다른 일정이 있다기에 잠깐 서서 얘기 나누고 헤어졌다.


노래방에 가면 녀석이 꼭 부르는 노래가 있다. 나훈아 선생의 〈홍시〉. ‘생각이 난다 /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 눈이 오면 눈 맞을 새라 비가 오면 비 젖을 새라 / 험한 세상 넘어 질 새라 사랑땜에 울먹일 새라 /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 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나도 〈고향역〉, 〈영영〉 같은 노래를 좋아하지만 이건 몰랐다. 지난 추석 명절 전날 녀석의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참 마음이 짠했다.


이번 주말 전북 무주에서 가족 모임을 한다. 어제 저녁 집사람과 마트에 가 고기와 피자를 미리 샀다. 엄마가 피자를 즐기신다는 걸 그제 누나와 통화하다 알았다. 이런 무심한 자식 같으니라고! 살다보면 가족 간에도 편하게 만날 기회가 잘 없고, 또 이런저런 일들로 말 못할 마음의 앙금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부모님과 형제들과 함께할 생각에 벌써 마음은 무주로 향하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잘 익어가는 홍시처럼 우리 가족도 한 세상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아가면 좋겠다. 혹 이번에 식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나도 〈홍시〉를 구성지게 불러볼 생각이다.





이응덕|문학과 역사에 관심 많은 40대 직장인. 글쓰기를 통해 더불어 사는 ‘나와 우리’를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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