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똥 쌌어!

by 센터 posted Jul 0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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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현종



‘똥싸개’, 초등학교 1학년 때 별명이다. ‘똥싸개’는 학교에서 걸핏하면 똥과 오줌을 번갈아 가며 바지에 지렸기에 붙여졌다. 이상하게도 쉬는 시간에는 마렵지 않다가도, 수업 시간이면 마렵다. 손을 들고 선생님께 화장실 가고 싶다고 말을 해야 되는데,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자기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했던 이유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다.
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집에서 엄마를 때렸다. 엄마를 때리다 말리는 사람이 있으면 주먹에 수건을 감싸고 집 안에 있는 유리를 부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버지의 폭력은 일주일에 5일만 벌어졌다는 사실. 폭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틀이 그 회복에 필요한 시간이었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맞을 때마다 나에게 말려달라고 애원했다.
“아버지 엄마 때리지 마세요!” 여섯 살이던 나는 아버지 손을 잡고 매달렸다. 아버지는 “뭐야!”하면서 밀쳤다. 나동그라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는 것밖에 없었다. 바지엔 오줌이 지려져 있었다. 이때부터 특이한 습관이 몸에 배었다. 공포에 질린 상황이면 똥오줌을 지렸다. 나는 내성적이며 자신을 표현할 줄 모르는 아이로 성장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돼서야 똥오줌을 가리게 되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가린 것 같진 않다.
군대에 입대했을 때 일이다. 병장이 나를 불렀다. “야! 신병, 김수원 하고 불러봐!” 병장 옆에 서 있는 사람이 김수원이었다. 계급은 상병이다. 인상이 우락부락하게 생긴 게 산 도적 같았다. 고참에게 반말을 할 수 없어 쭈뼛쭈뼛했다. “어, 이것 봐라! 병장 알기를 호구로 아네.”라는 말과 동시에 야전삽으로 어깨를 강타 당했다. “김수원 해봐!” 거듭된 병장의 요구에 산 도적 같은 상병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군기가 빠졌군. 하란다고 반말로 고참 이름을 불러!” 하면서 상병의 구타가 시작됐다. 겨울용 내의를 입은 아랫도리가 흥건히 젖어갔다. 오줌은 허벅지를 타고 종아리를 거쳐 조금씩 몸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카키색 겨울용 내의라 겉으로는 표시가 나지 않았다는 것.
“당신만 일해? 나도 일해. 결혼할 때 가사와 육아를 같이 분담하겠다고 약속했잖아. 왜 나만 희생해야 돼! 나는 친구를 만나다가도 애들 밥 챙겨 줄 생각에 일찍 와. 근데 당신은 뭐야 허구한 날 술 먹고 늦게 들어오고. 당신이 진보적인 남자 맞어?” 오늘도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나에게 아내는 그동안 쌓였던 감정을 쏟아 부었다. 그때였다. 방광 쪽에서 끄르륵 거리는 소리가 났다. 며칠 째 이어진 과음으로 설사 기운이 돌던 터였다. 아내에게 화장실이 급하단 이야길 꺼내야 했지만, 분위기상 말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몸은 꼬이고 얼굴은 아래로 향한다. “왜 몸을 배배 꼬고 그래! 내 얼굴 똑바로 쳐다보고 얘기 들어! 술을 얼마나 먹었으면 몸도 못 가눠.” 아내의 연이은 타박이 들어온다. 푸지직 설사 똥이 바지를 적셨다. 고개를 들고 아내를 웃는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여보! 똥 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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