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또 하나의 가족'

by 센터 posted Apr 2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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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상선

 

전날 과음으로 일요일 휴일 오전을 늘어지게 잤다. 연일 페이스북 친구들이 〈또 하나의 약속〉을 봐야한다고 글을 올리기에 오늘은 영화나 볼 생각으로 늦은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2년 전 생일선물로 받은 문화상품권을 들고 집근처 불광 CGV를 갔다. 오랜만에 간 영화관이 생소하기도 하고 휴일 인파로 가득한 사람들 속에 놀라움을 느끼며 한참 걸려 영화표를 샀다. 영화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을 얻어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유가족들과 주변에서 이를 같이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담긴 내용이다. 행여나 많이 울까봐 상영시간 120분을 잘 버텼는데 영화 마지막에 제작 두레로 이 영화를 후원한 단체나 개인들의 이름이 올라가는걸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른 이들과 같이 오지 않고 혼자 왔기에 망정이지 주책이라 생각했다. 
거대자본 삼성을 상대로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를 통해 진실 되게 알려질 수 있게 노력해 준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 재능기부로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들이 그렇고, 제작두레를 통해 기금을 마련해준 수많은 시민들의 마음이 그랬다. 영화 제목처럼 〈또 하나의 약속〉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그런 ‘또 하나의 가족’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그 내용에 대해 감상평을 썼다. 비인적인 노동착취와 돈이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삼성자본에 맞서 싸우는 소시민들의 의로운 이야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삼성서비스노동자들을 만났다.
영화 보기 이틀 전. 서부비정규노동센터 회원들과 삼성노동자들과 만나는 간담회가 있었다. 한 달 동안 준비하면서, 금요일 저녁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의 참여가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서른 명 정도가 왔다. 두 시간여의 간담회동안 진지하게 이야기가 오고가고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공식적인 뒤풀이도 했다.
그들은 작년에 노조를 만들자마자 두 명의 동료를 떠나보냈다. 너무나도 고된 업무로 과로사한 동료에 이어 삼성서비스 외근 노동자인 고 최종범씨는 “너무 배고파서 못살겠다.”라고 하며 돌잔치를 앞둔 딸을 두고 자신의 삶을 끊었다.
간담회를 계기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긴밀하게 만날 것 같다. 또 다시 그런 안타까운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는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만나며 ‘또 하나의 가족’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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