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당당함이 빛나는 한국 스포츠

by 센터 posted Dec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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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덕 쉼표하나 2기 회원



어느덧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기회가 있어 제가 다니는 회사 사내 간행물에 파워 블로거라는 이름으로 지난 6월부터 한 달에 한 편씩 스포츠 관련 글을 연재했습니다. 아래 글은 그 연재의 마지막 편입니다.


영원한 챔피언 고故 무하마드 알리(1942~2016)


지난 6월 3일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 그가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챔피언들이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챔피언’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 바로 무하마드 알리입니다. 1960년 로마 올림픽 금메달, 1964년 프로복싱 헤비급 통합 챔피언, 1972년 타이틀 재탈환, 그리고 프로 전적 56승 5패. 하지만 선수로서의 경력이 그의 인생을 다 말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는 20세기 최고의 스포츠 스타였고, 또한 그만큼 논쟁적인 인물도 없으니까요.

“난 깜둥이한테는 음식 안 팔아!”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국가적 영웅이 된 그가 고향 햄버거 가게에 갔다 가게 주인에게서 쫓겨납니다. 그날 그는 오하이오 강에 금메달을 미련 없이 던져버립니다.(국제올림픽위원회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새로 제작한 금메달을 그에게 선사합니다.)

 “내가 로마에서 가졌던 미국을 대표한다는 환상은 그때 사라졌습니다. 나는 흑인으로서 멸시받고 있는 켄터키의 고향에 와 있었던 것입니다.”

이후 미국 정부는 알리를 베트남에 보내기 위해 징집영장을 보냅니다.

 “베트콩은 나를 깜둥이라고 무시하지 않소. 내가 왜 베트남 사람들을 죽여야 한단 말이오?”


징집을 거부한 그는 챔피언 타이틀을 빼앗겼고 선수 자격을 정지당했으며 5년의 실형까지 언도받아야 했습니다. 다행이 반전 여론이 높아지면서 그는 결국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아냅니다. 그렇게 알리는 인종 차별이 여전한 백인 사회와 미국이라는 국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냈습니다. 


진정한 영웅은 포기하지 않는 것, 리오넬 메시에게 보낸 편지


‘당신은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벗어선 안 됩니다. 모든 팬들이 당신에게 승리와 우승만을, 트로피와 메달만 바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제발 우리 아이들에게 2위는 패배라고, 경기에서 지는 것이 영광을 잃게 되는 일이라는 선례를 남기지 말아주세요. 저는 학생들에게 당신을 얘기할 때 얼마나 멋지게 축구를 하는지 얘기하지 않습니다. 단 한 골을 넣기 위해 당신이 같은 장면을 수천 번이나 연습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현역 중에 가장 뛰어난 축구선수를 꼽는다면 단연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두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의 글은 어느 초등학교 교사가 메시에게 보낸 글입니다. 지난 6월 있었던 2016년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경기에서 메시는 승부차기를 실축해 우승을 놓친 뒤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합니다. 그러자 온 국민이 나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위해 은퇴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와중에 한 선생님이 메시에게 편지를 씁니다.

 ‘지금 당신처럼 졌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한다면 오늘도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인생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지인이 보낸 글을 읽은 뒤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우리는 한 스타 선수의 축구 기술에, 경기에서의 승리에만 환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정당당하게 어려움과 맞서고, 동료들과 힘을 합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하는 것입니다. 선생님과 전 국민의 바람대로 그가 다시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승부 조작, 프로 스포츠의 어두운 그림자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스포츠에는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어두운 이면이 계속 드러났습니다. 선수에 대한 폭력, 감독의 성희롱, 원정 도박 등 유형도 다양하지만 승부 조작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축구와 야구, 배구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드러난 일들은 당사자의 몰락은 물론 많은 팬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올해만 해도 프로야구 선수들의 승부 조작, 프로축구 외국인 선수 국적 파문 등으로 시끄러웠지요. 2013년 농구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선수 시절은 물론 감독으로도 한창 잘 나가던 사람이 한 순간의 유혹에 넘어가 곧바로 추락했습니다. 중앙대학교, 기아자동차 전성시대를 이끌었고 프로 농구의 명가 동부 감독이었던 강동희 씨입니다, 그의 승부 조작 사건은 농구계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지요. 그런 그가 후배들을 위해 강단에 섰답니다.

 ‘강동희 전 프로농구 원주 동부 감독이 농구 후배들의 부정방지 교육을 위해 나섰다.(중략) 강 감독은 2011년 2월부터 3월에 걸쳐 동부 감독으로 승부 조작을 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10개월)과 추징금(4,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프로농구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이자 명장의 길을 걷던 그는 결국 코트에 다시 설 수 없는 중징계까지 받았다. 5년여가 흐른 후 그는 부정방지 교육  강사로 세상에 나왔다. 지난 달 28일에는 프로야구 KT위즈 선수들을 대상으로 부정방지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jumpball〉, 2016. 9. 30)

정정당당함이 생명인 스포츠에서 이런 어두운 그림자를 지켜보아야 하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입니다. 다시는 불미스런 일로 앞길 창창한 젊은 운동선수들이 스스로를 나락에 빠트리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챔피언의 자격’을 다시 생각한다, UFC 라이트 헤비급 존 존스


지난 9월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 미국의 종합격투기 대회) 200이 열렸습니다. 정규 대회 200번째를 기념하는 역사적인 이벤트라 많은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는데 예상치 못한 불미스런 사고가 일어납니다. 자타 공인 가장 젊고 압도적인 챔피언으로 인정받던 라이트헤비급 존 존스의 약물 적발 소식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대회의 메인이벤트가 취소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존 존스는 그동안 여러 가지 말썽을 일으켰습니다. 두 번의 마약과 뺑소니 운전 등. 앞서 말씀드린 대로 그는 여러 체급의 많은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챔피언으로 인정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실력이 좋으면 뭐하겠습니까. 챔피언에 걸맞은 인성과 자세를 가지지 못한다면 자격이 없는 거지요. 지금 격투 스포츠의 큰 이슈는 선수들의 불법 약물 사용입니다. 이 스포츠가 지금과 같은 인기를 계속 이어가려면 더욱더 엄격하고 투명한 약물 관리가 지켜져야 할 겁니다. 온전한 자신의 실력이 아닌 약물에 의존하는 것은 선수 개인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전혀 공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의 진정한 가지는 정정당당함이라 생각합니다. 정직하게 승부하고 승패와 상관없이 서로를 인정해주는 그런 정신 말입니다. 만약 그런 것 없이 스포츠에도 부정이 판친다면 어느 누가 선수들에게 진심어린 관심과 축하를 보낼까 의문입니다. 한국 스포츠가 정정당당함이라는 보석 같은 가치를 지키며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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