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생은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 여행이다 <어바웃 타임>

by 센터 posted Feb 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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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센터 청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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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리차드 커티스 감독


겨울이 다가오면 멜로 영화가 나를 당긴다. ‘멜로 영화’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연애 감정을 이야기 축으로 삼는 장르를 말한다. 더 나아가 억압적이고 불평등한 사회 환경에 의해 희생되는 대중적인 연애 이야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왜 하필 멜로 영화일까? 내가 내린 결론은 추운 이 겨울을 따듯한 사랑으로 치환하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내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영화는 2013년 겨울에 개봉한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어바웃 타임〉이다.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생소할 수도 있는데 대표작으로 〈러브 액츄얼리〉가 있다. 이 작품 하나로도 이 감독이 얼마나 따듯하게 사랑을 그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수히 많은 멜로 영화 중 이 영화를 추천하게 된 이유는 넓은 의미의 사랑을 담고 있어서이다. 연인, 친구, 가족, 시간 그리고 인생으로 퍼져가는 사랑의 의미는 점진적으로 내 마음 또한 물들여갔다. 그래서 감히 내 인생 최고의 영화를 〈어바웃 타임〉이라고 칭한다.

〈어바웃 타임〉은 판타지 영화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주된 설정은 타임 슬립, 즉 시간 여행이기 때문이다. 키가 크고 마르고 오렌지색 머리를 가진 주인공 팀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에게 특별한 비밀을 듣게 된다. 바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팀은 듣자마자 돈을 버는 게 정답인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나였어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지나온 삶의 교훈으로 팀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도와준다. 아버지의 아버지, 삼촌, 자신이 겪었던 경험에 빗대어 팀에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도한다. 이런 게 연륜이지 싶다. 팀은 다시 시간 여행에 대해 정말 나이에 맞는(?) 귀여운 답변을 한다. 
“솔직히 말해 지금은 여자 친구가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처음 보았을 땐 철부지라고 생각했다. 그에 반해 아버지는 “와우, 멋지구나”라고 답한다. 이 장면을 두 번째 보았을 땐 아버지가 아들을 정말 사랑한다고 느꼈고, 세 번째엔 팀은 사랑을 가장 중시하는 멋진 놈이라고 생각했다. 사랑꾼 팀은 이 영화에서 두 번의 사랑을 맞이한다. 

첫 번째 사랑은 샬롯이다. 아름다웠다. 팀과 나 뿐만 아니라 뭇 남성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팀은 샬롯과 연인이 되기 위해 시간 여행을 사용해보지만, 한여름 밤의 짝사랑으로 끝나고 만다. 아무리 시간 여행을 한다 해도 누군가 자신을 사랑하게 할 수 없다는 걸, 운명론적 사랑을 이해해 가고 있었다. 
두 번째 사랑은 메리이다. 역시 아름다웠다. 이런 사람이 실제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완벽하다. 꾸밈없는 미소, 태평양 같은 마음, 톡톡 튀는 재치. 메리의 존재 자체가 판타지였다. 팀과 메리는 그 흔한 다툼 한 번 없이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팀은 시간 여행 능력이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며 메리와의 사랑을 만끽한다. 둘의 사랑 속에서 가장 압권인 장면은 역시 결혼식이다. 태풍이 들이닥친 야외 결혼식이란···. 지미 폰타나의 음악으로 아름답게 포장되었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조차 하기 싫을 것이다. 팀도 아쉬웠는지 메리의 눈치를 보며 이렇게 묻는다. “비가 안 온 날로 잡을 걸 그랬나?” 마치 자기가 바꿀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메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No, Not for the world.” 온 세상을 줘도 안 돼. 매 순간을 아름답게 맞이하는 메리에게서 팀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메리와 팀은 눈부신 사랑을 하게 되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조금 아이러니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팀은 시간 여행을 통해 선택하지 못한 기회마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친구 해리의 연극 공연 성공을 위해 메리와의 추억을 없애거나 메리의 새로운 남자친구 루퍼트가 메리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순간들은 팀이 이기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팀은 평생 후회를 하지 않겠지.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이 없다. 적어도 나는 없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매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선택하지 못한 미련의 가치를 기회비용이라 부른다. 기회비용이라는 용어까지 만들고 미련을 경제성에 빗대어 후회한다. 흔히 점심 메뉴부터 인생을 결정할 선택까지 결과가 나쁘다면 후회로, 좋다면 추억으로 남는다. 다행히 우리는 나아갈 용기 덕분에 후회의 수렁에서 꽤나 쉽게 벗어난다. 그 원천은 바로 주변에 있다. 

이 영화는 항상 화면이 가득 차 있는 느낌을 받는다. 팀은 혼자 사건을 해결하는 법이 결코 없다. 그 사건 안에는 항상 메리, 가족, 동료가 함께한다. 관계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고 행복이라는 공감을 나눈다. 사랑이라는 화수분 안에서 생강 같던 팀은 점점 멋있어지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는 시간 여행이 주는 교훈보다 일상의 회복이 팀을 도자기처럼 빚어갔다고 생각한다. 

팀은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소중한 사람들과 딱 한번뿐인 그 애틋한 시간의 흐름 속에 몸을 맡긴다. 공교롭게도 우리도 현재 시간 여행을 하고 있다. 미래로의 시간 여행 말이다. 혼자라면 외롭겠지만, 함께이기에 이 여행이 즐겁다. 〈어바웃 타임〉을 보고 우리의 일상 안에 사랑으로 둘러싸인 ‘나’를 돌아봤으면 한다. 인생이 너무 춥다고 느껴질 때, 문득 그 온기가 느껴진다면 왈칵 눈물이 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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