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 시간, 노동 시간인가?

by 센터 posted Apr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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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노동권익센터는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노동 인권 침해에 대한 상담과 권리 구제를 무료로 지원합니다. 책에 실린 사례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 축약 변경되었으며, 실제 사례와 동일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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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 격일 교대 근무로 아파트 경비를 하고 있다. 휴게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휴게 시간인 점심시간에도 초소에서 식사를 하면서 차량이 들어오면 안내를 해야 한다. 경비 초소를 벗어날 수는 있지만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한다. 


Q 2. 1년 반을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원래 24시간 근무하고 이틀 휴무했는데, 주간 이틀, 야간 이틀, 이틀 휴무를 하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 휴게 시간으로 야간에 5시간을 잡고 있으나, 실제로는 휴게 공간이 따로 있지 않아서 환자들이 요구하면 일을 해야 한다. 너무 힘이 들어서 그만두려고 한다.


A. 경비와 요양보호사는 교대제 근무를 하는 대표적인 직종이고, 종사자 대부분이 중고령자이고 최저 임금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비는 남성 중고령자, 요양보호사는 여성 중고령자라는 것이 다른 점이다. 이들은 50대 이상으로 장시간-야간 노동을 해야 하므로 건강상의 우려가 크고, 노동 시간을 두고 갈등도 빈번하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상담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중고령자들의 주된 상담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노동 시간인가 아닌가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근무 시간 중에 휴게 시간이 지나치게 많아서 사실상 휴게 시간에 대기하거나 일을 하니까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핵심은 휴게 시간과 대기 시간(근무 시간)을 구분할 증거가 있는가의 문제이다. 근로 계약서에 정한 내용이 실제와 다르다는 것은 흔한 주장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나 법원에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하고 인정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당사자와 합의한 근로 계약서가 실제와 다르다고 인정받으려면, 실제가 어떤 지를 입증해야 하는데 도대체 무엇으로 입증해야 할까? 근무 기간 내내 CCTV를 입수하여 경찰이 수사하듯 돌려보면 가능할 수도 있을 테지만, 그렇게 사건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근로 기준법 제54조의 휴게 시간은 근로 시간 4시간에 대해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는 1시간 이상을 주고, 근로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만 정하고 있다. 행정 해석과 판례로 휴게 시간은 근로 시간으로 보지 않아, 법정 근로 시간이나 연장 근무 시간 계산에서 제외되고 사용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근로 기준법 제63조에는 ‘근로 시간, 휴게와 휴일’이 적용되지 않는 근로자를 정하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감시·단속’ 근로이다. 경비직으로 대표되는데, 이들에게는 법정 근로 시간 제한이나, 휴게 시간 부여, 주휴일등이 적용되지 않다. 즉, 휴게 시간을 따로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휴게 시간을 굳이 많이 부여하고, 근로 시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임금 삭감의 수단으로 휴게 시간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행정 해석은 휴게 시간의 취지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휴게 제도는 근로자가 계속해서 근로할 경우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쌓이게 되므로 근로자의 피로를 회복시키고 권태감을 감소시켜 노동력의 재생산 및 작업 의욕을 확보 유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휴게 시간 중에는 사용자로부터 작업에 관한 지휘 감독의 속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되는 것이며, 이에 따라 휴게 시간은 동법 제42조 제1항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근로 시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법무 811-28682, 1980-05-15)


법이 정한 휴게 시간의 취지는 명백하다. 그러나 현재 휴게 시간 제도는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특히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다. 근로 기준법 제63조에 따라서 합법적으로 장시간 노동이 보장되고, 휴게 시간 제도가 악용돼 저임금에 처해진다.


2015년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지원한 사건 중 휴게 시간이 사실상 대기 시간(근무 시간)이므로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체불 임금 진정 사건이 5건 있었다. 그중에 고용노동부에서 인정받은 건은 단 한 건이고, 한 건은 인정받지 못했고, 나머지는 합의했다. 그나마 인정받은 사건도 사용자가 지급하지 않아 민사 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은 대단히 길고 지루하며, 합의를 한 사건도 합당한 대가를 받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법 집행을 지연시키면서 당사자 간 논쟁으로 미루어 버리니, 개인은 지리한 법적 논쟁을 감당할 수 없어 합의하게 된다. 합의는 결국 휴게 시간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의 아무런 근거도 남겨두지 않는다. 법을 집행해야 하는 정부는 노사 간에 중간자 노릇을 하며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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