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불평등과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나

by 센터 posted Jul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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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에 대한 경제학적 통설(Orthodoxy)을 뒤엎는 새로운 증거1)


정흥준 센터 정책연구위원



편집자 주 : 불평등과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다. 그동안 최저임금이 소득불평등을 줄이는데 톡톡히 역할을 해왔으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으로 인해 앞으로 가파른 인상률만큼의 실질적인 임금 인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누가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불평등과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저임금 노동자의 권리가 보호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조직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2018년 5월 미국 노동부는 이와 관련된 연구논문을 발간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의 소득불평등이 가장 적었을 당시(1950~60년대) 노동조합이 저임금 노동자들을 어떻게 보호했는지를 통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40년 동안 무언가가 미국의 불평등을 억제한 적이 있었다. 1940년부터 시작해서 1980년까지 시기였는데, 그 당시 미국의 가장 부유한 상위 1퍼센트는 경제에 의해 창출한 전체 부의 9퍼센트를 소유했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 부유층 상위 1퍼센트는 1920년대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이들은 1920년대의 두 배에 해당하는 전체 부의 18퍼센트를 소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1940년부터 1980년까지 미국 불평등은 어떻게 억제될 수 있었을까? 그동안 경제학자들은 금세기 중반에 나타난 불평등이 억제되었던 ‘Great Compression2)’의 원인을 무시해왔는데, 당시 경제학자들은 노동조합 역할에 대해 실망한 나머지 노동조합이 불평등에 미친 영향을 무시해 버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불평등을 억제하는 유력한 이론 중 하나는 숙련 노동자 공급이다. 이미 1940년대부터 시작된 이러한 주장은 미국 노동자의 높아진 교육 수준이 불평등을 억제하고 폭 넓은 부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자인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와 관련된 또 다른 최근 보고서도 2차 세계대전 황폐화로(숙련 노동자의 유실) 인해 자본 수익률이 하락했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헨리 파버 등(Henry Farber, Dan Herbst, Ilyana Kuz-iemko 및 Suresh Naidu)에 의해 수행된 획기적인 연구인 ‘20세기의 노동조합과 불평등 : 설문조사 데이터의 새로운 증거(Unions and  Inequality Over the Twentieth Century: New Evidence From Survey Data)’는 불평등을 줄이는 광범위한 번영을 위한 엔진으로 노동조합을 제안한다. 저자들은 1955년에 30퍼센트 대였던 노동조합 조직률이 현재 10.7퍼센트로 떨어지기 전까지 교육 혹은 다른 이론만큼이나 경제적 불평등에 있어서 노동조합이 많은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경제학자들은 노동조합을 깊이 연구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았다. 노동조합에 대한 교육용 세부자료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정부는 노동조합 지위를 추적하는 질문만을 소개했다. 이에 비해 〈노동조합과 불평등〉 저자들은 1930년대까지 노동자를 분석할 수 있는 갤럽 데이터 세트를 새로 적용했다.


〈노동조합과 불평등〉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노동조합 임금프리미엄이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은 저숙련 노동자에게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1950~1960년 미국 노동 운동 전성기에 노동조합이 임금불평등을 낮추는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당시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저숙련 노동자였으나 2차 대전 이후 현재까지 비조합원만큼 숙련된 노동자들이다. [그림 1]을 보면 노동조합 조직률(Union Density)은 소득불평등(Gini)과 반대로 나타나 소득불평등이 커질수록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1] 불평등과 노동조합 조직률

1.미국K-002.jpg


이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경제학자들은 노조가 숙련되고 교육 받은 노동자, 즉 이미 임금이 높은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믿고 있었다. 또한 많은 경제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비조합원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노동조합 내부 조합원들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방식을 유지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프리미엄을 받지만 노동조합 외부에 있는 미조직 비조합원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의하면 노조가 단순하게 노동자들 사이에서 부를 옮기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노조는 불평등을 낮추지 못하고 오히려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최근 연구는 이러한 노동조합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도록 만든다. 


미국 역사상 노동조합 조직률이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조합원들은 대부분 미숙련 노동자였으며 백인이 아닌 인종(흑인, 아시아인, 멕시코인 등)이 많았다. 또한 1940년대 초부터 백인이 아닌 사람들이 백인보다 노조에 가입할 확률이 높았고 이러한 경향은 1970년대 말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따라서 비백인 인종이었던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의 임금프리미엄을 받았다. 백인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41년으로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대통령은 시민운동에서 계획한 워싱턴 행진을 멈추기 위해 방위산업에서 인종 차별을 금지했다. 신문의 한 저자인 Suresh Naidu는 The Nation에 “2차 세계대전을 시작으로 노동 시장 전체가 백인이 될 가능성이 없어졌습니다. 노동조합은 시민 권리 운동을 통해 성숙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노동조합과 부의 분배에 대해서도 잘못 알고 있다. 노동조합이 비조합원들의 권익을 희생시켜 내부 조합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면 노동조합은 지니계수 및 나머지 불평등 척도와 같은 경제적 불평등의 모든 지표를 낮추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노동조합은 불평등을 줄여왔다. 또한 보고서는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경제 성장을 감소시키지 않음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노조의 임금프리미엄 때문에 경제가 둔화된 단일 모델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교육만이 상위 1퍼센트가 차지하는 경제적 우위를 바꿀 수 있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중단해야 함을 보여준다. 만약 우리가 경제를 작동시키는 사람을 바꾸고 싶다면, 누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정해야 한다. 보고서는 노동조합에 그러한 힘이 있음을 분명히 한다.


1.미국K-001.jpg


1)제목은 There is power in a union이며 The Nation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함. https://www.thenation.com/article/there-is-power-in-a-union. 저자는 루스벨트 연구소의 Mike Konczal이다.

2) Great Compression은 1940년대 초에 미국에서 소득 격차 및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좁아진 시기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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