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운동이 미투Me Too 로부터 배워야 할 시사점1)

by 센터 posted Mar 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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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준 센터 정책연구위원



편집자 주 : 최근 우리나라에서 용기 있는 여성들의 미투(Me Too)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나도 당했다”라는 의미의 미투 운동은 성희롱·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단순 고발을 넘어 검찰, 문화, 학계에 뿌리박힌 여성의 성적 도구화와 이를 가능케 하는 남성 우월주의 문화를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제인 맥얼리베이(Jane McAlevey)는 <In These Times>에 미투가 노동 운동에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라는 흥미로운 글을 2017년 12월 27일 게재하였다. 제인은 노동 운동의 관점에서 미투 운동을 재해석하고 있는데 미투 운동을 단순 캠페인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노동 운동 내부에도 성차별주의가 만연한 현실을 반성해야 하며 남성 중심적인 노동 운동 리더십이 노동 운동을 어떻게 퇴보시키고 있는지를 잘 서술하고 있어 이를 소개한다.  


나의 첫 미투(나도 당했다)에 대한 기억은 뉴욕 Rockland 카운티의 Route 59에 있는 식당(Red Eagle Diner)에서였다. 당시 내 나이는 16세였으며 집에서 나와 재정적으로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가 일했던 레스토랑은 그리스인 소유의 전통식당으로 그곳에서 수석 웨이트리스로부터 많은 것을 빨리 배울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돈을 빨리 모을 수 있는 가는 가장 좋은 방법도 알려주었는데 바로 주말 야간근무였다. 주말 야간에 일을 하면 “사람들이 술에 취해 많은 팁을 준다”고 수석 웨이트리스는 설명했다. 그런데 그곳에서의 나의 첫 번째 서빙 직업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는데 사장의 친척이면서 수석 요리사인 크리스토스(Christos)를 조심하라는 경고에 주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의 불쾌하고 강압적인 성희롱을 거절한 그날 밤, 크리스토스는 붉어진 얼굴로 나에게 식칼을 휘두르며 그리스어로 나를 죽일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다른 종업원들이 크리스토스를 붙잡고 내가 차로 도망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두었기 때문에 월급도 받지 못한 채 두려움에 떨면서 도망을 쳐야 했다. 


그 후로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또다시 성폭력 위협을 느낀 것은 33세 때였다. 전미노총(AFL-CIO)의 고위 간부와 함께 탄 맨해튼 택시 안에서였다. 그는 내 월급과 내가 하고 있던 캠페인뿐만 아니라 내 업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이와 몸도 거의 내 두 배였다. 지하철까지 걸어가야 할 상황이었는데 그는 비를 피할 수 있도록 택시로 나를 데려다 주겠다고 제안하였다. 그런데 택시를 타더니 내 편으로 몸을 미끄러트리며 나를 문 쪽으로 고정시키고 양쪽 팔로 나를 붙잡고 강제로 키스를 했다. 나는 그를 밀쳐내고 같은 행동을 다시하면 그의 아내에게 그 즉시 전화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위기를 모면했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성적 괴롭힘을 당한 배경 이면에는 더 심한 위기, 즉 악의적인 성차별주의와 여성에 대한 경멸이 있다. 직장에서건 노동 운동 내에서건 심각한 것은 성희롱 그 자체가 아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여성에 대한 무시이며 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따라서 미투가 의미 있는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고발 그 자체보다 성평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남성들의 행동과 관련된 외설적인 이야기는 관심을 끌기엔 좋지만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요지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또한 외설적인 이야기는 여성들이 필요로 하는 진짜 해결책을 왜곡하기도 한다. 성희롱 등 괴롭힘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남성 중심적인 이데올로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은 아이들의 양육 및 교육, 가사, 노인 및 병자를 돌보는 ‘여성 노동’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 절하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노동 운동은 거의 50년이 되어 가는 가사 노동을 위한 임금 캠페인(Wages for Housework Campaign)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으며 단계적으로 보편적인 고품질의 육아, 무상의료, 무상대학교육, 유급 출산 휴가 및 유급 육아 휴직과 같은 실질적인 솔루션을 고민해야 한다. 더 나아가 여성들이 노동조합에 의미 있는 참여자가 될 수 있도록 사회 정책을 변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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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운동 내 성차별적 사고는 운동을 후퇴시킨다


노동 운동 내부의 성차별적 남성 리더십은 앞서 언급한 노동 운동이 해결해야 할 육아, 의료, 교육 등 실질적인 솔루션의 장애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남성 노동 운동가 중 일부는 (성희롱 당한) 여성들에게 고발해서는 안 되며 고발할 경우 상사로부터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논리이다. 여성 노동자들의 상사가 저지른 성희롱 등에 대한 진실을 말했다고 해서 노조 인정선거에서 지거나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여성을 놀잇감으로 사고하는 성희롱자 중 일부는 노동조합에서 일하는 ‘우리 편’ 남성들이다. 노동 운동 내부에서의 성차별적 사고와 성희롱은 노동 운동의 발전을 이끄는 실질적인 조직화(organizing) 전략을 거부하는 대신 얄팍한 동원(mobilizing) 전략을 수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왜냐하면 서비스산업이 중심이 되는 경제 구조에서 여성에 대한 무시는 지난 세기 제조업 중심의 남성이 이끄는 강력한 노동조합을 여성 중심의 서비스업이 대체할 가능성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실제 블루칼라 남성 중심적인 제조업 공장은 점점 사라지는 반면 오늘날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공장은 학교, 대학, 양로원 및 병원 등 서비스 산업이며 대부분 지역 경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서비스 노동은 종종 무시되거나 덜 가치 있는 노동으로 간주되곤 하는데 이는 그것이 수행하는 노동이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다행히 노동조합은 눈에 띄게 여성 지도부의 수를 늘리고 인종의 다양성도 추구해 왔다. 그러나 노동 운동에 대한 연구 및 전략적 고민은 주로 백인 남성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데, 이들은 노동조합이 조직화를 하고 있지만 성과가 거의 없다는 식의 주장을 전파하고 있다. 또한 노조 조직화가 되지 않는 가장 보편적인 이유로 노동법의 탈규제화, 무노조 지역으로의 공장 이전, 자동화를 설명한다. 그러나 노조 조직화가 정체되어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어용노조(Business Unionism)의 파괴적 실패와 그것을 승계해 온, 주로 백인 남성 전략가들의 동원형 전략 때문임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노동조합은 성차별주의와 인종 차별주의를 제고하지 않고서는 승리할 수 없다 


미투(Me Too)운동에서 노동 운동이 배워야 할 핵심적인 교훈은 첫째, 여성 특히 유색 인종 여성이 강력한 노동 운동을 구축할 수 없다는 뿌리 깊은 관념을 버리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과 우파들은 부분적이나마 노동조합을 파괴하려고 노력하는데, 주로 어린이건강보험프로그램(CHIP), 의료보험, 돌봄 서비스, 사회보장 및 공립학교 지원 등 노동자들의 가정에 제공되고 있는 공공 서비스 영역이었다. 노조의 힘이 강할 때 노동 운동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에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왔으며 사회적으로 미친 영향 또한 컸다. 따라서 노조와 여성 운동이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분야에 주로 포진되어 있는 여성 노동자들로, 특히 유색 여성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조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둘째, (여성) 노동 운동의 조직화와 파업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사고를 버려야 한다. 이러한 생각은 노동 운동이 자멸에 이르는 길이다. 실제, 시카고 교사와 필라델피아 및 보스톤 간호사가 주도하는 노동조합은 여성이 중심이 된 노조 조직화와 노조 파업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입증하였다. 따라서 노동 운동이 주력해야 할 분야는 성장하고 있는 산업 즉, 교육과 보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 노동자들은 구조적 힘과 사회적 힘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노동자들은 그들의 지역 사회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노조가 진정한 성 평등에 대한 사회적 기대에 화답하고, 나아가 성희롱을 제거하기 위한 새로운 투쟁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스칸디나비아 국가 여성들과 서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누리는 성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누리고 있는 1년 동안 유급 유아 휴직, 무료 보육, 건강 관리 및 무상 대학교육, 6주간의 유급 휴가 등은 하늘에 떠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위해 싸우려면 사람들이 그것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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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은 What # MeToo Can Teach the Labor Movement이며 원문은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하다. http://inthesetimes.com/working/entry/20793/me-too-workers-women-unions-sexual-harassment-labor-movement-les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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