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할래? 감옥 갈래?

by 센터 posted Jun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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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준 센터 정책연구위원



편집자주 : 죄를 지은 사람이 감옥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죄인이라고 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일정기간 죗값을 치르고 감옥에서 나온 보호 관찰 기간 중에 있는 사람들이 취업을 하고, 노동을 했다면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많은 보호 관찰 기간 중에 있는 노동자들이 사회로 나와 일을 하더라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일까? 그 이유는 사용자들이 보호 관찰 기간 중에 있는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즉, 적게 주더라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마치 우리나라에서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어렵고 힘든 일을 하더라도 사용자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과 매우 유사하다. 이번 호에 소개할 글은 미국 ULCA 노동자센터가 Noah Zatz(UCLA 노동법 교수)와 함께 연구한 보고서를 기초로 한 내용이다.

미국이미지.jpg


“감옥으로 다시 돌아갈래, 아니면 일 할래?”

UCLA Labor Center


많은 사람들이 일(work)과 형사 사법 제도(the criminal justice sys-tem)에 대해 생각할 때, 보통 감옥에서 나와 일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곤 한다. 최근 UCLA 노동자센터 보고서(Get to Work or Go to Jail : Workplace Rights Under Threat, 2016년)에 따르면 형사 사법 제도는 보호 관찰 기간 혹은 가석방 상태의 노동자들을 나쁜 일자리로 몰아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 관찰 기간 혹은 가석방 상태의 노동자들은 대개 법원으로부터 명령받은 채무(보통은 벌금)나 자녀 지원 부채(자녀 양육을 위한 부채)가 있기 때문에 이를 갚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고, 이러한 상황은 이들 노동자들을 더욱 더 나쁜 일자리로 향하게 한다. 실제, 이들 노동자들은 벌금이나 부채를 갚지 않으면 다시 감옥에 수감될 수 있다는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UCLA 노동자센터는 보호 관찰 기간 혹은 가석방 중에 있는 노동자들은 사용자의 부당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일을 그만두거나 과다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음을 발견하였다. UCLA 노동자센터의 보고서 중 주된 결과는 아래와 같다.


● 미국 전역에 거의 5백만 명이 가석방 혹은 보호 관찰 기간 중에 있으며 캘리포니아에는 40만 명의 노동자들이 있다.

● 이들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최저 임금이나 임금 관련 노동자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제외되어 있다.

● 실제로 미국 전역에 약 9천 명의 사람들이 보호 관찰 기간 혹은 가석방 기간 중 일을 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하여 다시 재수감되고 있다.

● 로스앤젤레스만 하더라도 약 5천 명에서 1만 명의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회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 어떤 사람들은 정규직이 되기 위한 몇 달 동안에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수백 시간 동안 노력봉사를 하기도 한다.

● 보호 관찰 기간 혹은 가석방 중에 일을 못하거나 부채를 갚지 못해 재수감되는 사람들의 2/3는 흑인(African Americans)이거나 남미 출신 노동자(Latino)들이다.

● 자녀를 위한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못해 수감된 아버지들 중에서 95퍼센트는 수감되기 이전에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중 85퍼센트는 가난한 생활을 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UCLA의 결과는 흥미롭다. 우선 보호 관찰 기간 혹은 가석방 중에 있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벌금과 양육비 부채를 갚기 위해 일을 해야 하며 이들은 일을 하는 동안 사용자들에 의해 해고 위협(해고되고 나서 바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다시 재수감됨)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은 결과적으로 범죄 경력이 있는 노동자들이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를 거부하지 못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Noah Zatz교수는 미국에 크고 작은 범죄 행위가 늘어나면서 대규모의 수감자들이 존재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 착취(Free Labor)가 자행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를 바로 잡는 것이 노동 운동의 할 일이라고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 우리 시대 세 가지 영민한 운동이 있다면 바로 흑인 인권 운동(Black Lives Matter), 청년 운동(the Dreamers), 최저 임금 운동(Fight for $15)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진보운동가들이 인정하듯이 최저 임금 운동이 아마도 일, 빈곤, 불평등의 문제에 가장 직접적인 운동이다. 그런데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정부에 의해 합법화된 착취이다. 예를 들어 수감자들에 대한 노동은 노동 기본권을 위반하고 작업장에서의 착취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 오늘 날 우리는 너무 자주 경제적 빈곤에 저항하는 운동으로부터 인종주의에 기초한 위법을 쉽게 분리하고 있다. 경제적 빈곤에 저항하는 것이 기업에 대한 (저항) 운동이라면 정부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위법적인 사항은 정치적 (저항)의 기회로 볼 수 있다.

● 형사 사법 제도, 이민, 그리고 노동은 연결이 강한 세 가지 축이다. 활동가들이나 학자들은 대규모 수감과 이민 노동자의 관계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사실 벌금이나 채무 이행에 대한 정부의 위협(재수감 위협)은 사용자의 힘과도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다. 많은 경우 미국에서는 불법 체류 상태의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 권리를 요구할 경우 강제 추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바로 이 지점을 사용자들이 활용하는 것이다.

●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가석방 혹은 보호 관찰 노동자와 이민 노동자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은 미국의 이민 정책이 이민 노동자들에게 작업장에서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철저하게 반인종적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라틴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미국의 사법 형사 제도는 차별적인 인종 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역사적 관점이 존재한다.


Noah Zatz교수의 위와 같은 지적은 범죄자들에 대한 형사 사법 제도가 미국의 오랜, 구조화된 인종주의(흑인 및 라틴계)에 기초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이민 노동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그 수가 1995년에 비해 2013년에 거의 열 배가 되었다. 구조화된 차별이 뿌리내리기 전에 우리 사회의 사법형사제도는 미국과 같은 문제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도 만연한 이주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착취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방법이 없는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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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http://www.epi.org/blog/california-and-new-yorks-bold-15-minimum-wage-proposals-are-exactly-what-we-need/〉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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