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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대차 장기근속 자녀 채용가산점 논란 |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정년퇴직자·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을 담은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을 지난 20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확정했다. 이 소식에 비난이 쏟아졌다. 비난 대열에는 진보진영도 동참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부 대의원대회에서도 논란이 거셌다. 요구안에서 우선채용 조항을 삭제하자는 안건까지 현장발의됐다. 과반수가 안 돼 안건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참석대의원 355명 가운데 150명이 삭제에 찬성했다. <매일노동뉴스>가 현대차지부의 우선채용 조항에 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었다. “고용 세습 아닌 장기근속자·퇴직자 예우” 권오룡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선전홍보실장
비정규직을 외면했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지난해 울산공장에서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벌일 때 현대차지부는 이들의 투쟁을 엄호·지지했다. 또 2002년 신규채용시 채용인원의 40%를 사내하청 비정규직 인원 중 선발하기로 노사가 합의했고, 2002~2004년 720여명의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매년 노사협상을 통해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과 근로조건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도 해 왔다. 올해 요구안에도 ‘사내 비정규직의 차별을 철폐하며, 비정규직의 단계적 축소를 통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적극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언론은 이러한 내용은 언급조차 않은 채 ‘귀족노조 이기주의의 전형’이라고 몰아붙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되는 이중적 고용구조를 누가 만들었나. 정부는 노동관계법을 개악해 고용시장을 이분화했고, 그 덕에 자본은 비정규직을 착취하며 이익을 누렸다. 언론은 낮은 수준이나마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실천해 온 지부에 비난을 쏟기 전에 정부와 자본의 행태부터 꼬집어야 한다. “정규직노조, 공정성 상실” 조돈문 학술단체협의회 대표
2004년 5월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노조와 금속연맹과 함께 노동부에 불법파견 집단진정을 제출하고 원·하청연대회의를 구성하며 연대투쟁을 선언한 바 있다. 그렇게 비정규직 투쟁은 시작됐고, 7년이 흘렀다. 그동안 정규직노조는 2006년 9월 3자 교섭을 통해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으로 연대하기도 했지만 연대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왔다. 노조 집행부가 연대투쟁을 거부할 때도 한결같이 비정규직 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해 온 정규직 활동가들과 노조원들이 있었다. 그랬었기에 원·하청 연대가 모범적으로 이뤄졌던 1공장에서 비정규직노조가 농성투쟁에 돌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정규직노조가 지난해 11월부터 25일간의 파업투쟁을 전개하며 정규직노조의 연대투쟁을 갈구했지만 정규직노조는 연대투쟁을 거부했다. 비정규직노조의 농성투쟁은 중단됐고, 불법파견 특별교섭은 사실상 결렬된 채 현장에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무더기 해고 등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무차별적 탄압이 가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규직노조는 정규직 자녀 채용 가산점 단협안을 들고 나왔다. 비정규 노동자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연대투쟁을 거부하며 자본의 분할통치를 수용한 것에 대해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현대차의 자본·정규직·비정규직의 삼각관계 속에서 보면, 비정규직의 희생 위에서 자본과 정규직노조가 담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비통함은 비정규 노동자들만 느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규직노조가 최소한의 공정성조차 상실한 모습을 보여 줬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의 정규직노조 때리기, 도 넘어” 하부영 울산혁신네트워크 대표
현대차지부 단협 요구안을 ‘채용 세습’으로 몰고 간 언론의 보도행태는 해도 너무한 것이다. 지부가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노조를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과도하다. 노조가 단협 요구안을 마련할 때 가장 주요하게 살피는 것은 조합원들의 여론이다. 장기근속자나 정년퇴직자를 예우하는 단협 요구안을 마련하자는 제안은 87년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정규직-비정규직 갈등이 불거지기 훨씬 전에도, 고용의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때도 이러한 내용의 요구안을 바라는 조합원들의 여론은 늘 있어 왔다. 조합원들 입장에서야 이런 식으로라도 회사에 기여한 보상을 받고 싶은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이러한 정서를 탓할 이유는 없다. 다만 요구안을 다듬을 때 지도부는 좀 더 세심하게 고민을 했어야 했다. 동종업체의 단협이 유사한 내용의 조항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부는 고용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가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요구안을 만든 것은 성급했다. 언론의 일방적인 비난은 과도하다. ‘내 자식에서 점수를 더 달라’는 요구가 왜 나왔겠나. 적지 않은 조합원들이 “나를 자르고 내 자식을 정규직으로 써 달라”고 말하고 있다. 아버지는 정규직이더라도 아들은 비정규직인 시대다. 불안정한 고용과 실업상태에서 생계 문제는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에게도 남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자본과 정부가 잘못한 결과다. 그런데 언론들은 지부만 때려잡고 있다. “현대차 단협안, 민주노조 리트머스 시험지”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단협은 일종의 권리장전이므로 자본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는 내용의 요구안은 지지받아야 마땅하다. 문제는 정규직만의 권리로 한정됐다는 것이고, 사회적으로 납득될 수 있는 기준에 합당한 요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미 대법원 판결로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대상이 된 만큼 사내하청 정규직화 요구를 가장 우선해야 했다. 더 나아가 사내하청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할 호조건이 형성된 상황에서 원·하청 공정계약 및 불법파견 근절을 요구하는 게 순리였다. 그래야 타임오프 분쇄투쟁의 정당한 명분을 안팎에서 모아 내면서 현대차 정몽구 회장과 경영진에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책임도 공세적으로 추궁할 수 있었다. 최악으로 치달은 지금 자꾸 비정규직을 저버린 채 1사1노조 방침을 세 번이나 부결시킨 현대차지부의 지난 과오가 오버랩된다. 지금이라도 이경훈 집행부는 용기 있는 결단을 해야 한다. 현대차지부의 위상에 걸맞게 민주노조로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구구한 변명보다는 대의원대회를 다시 소집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조합원 외면하면, 노동운동 외면 받아”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그렇다면 노동자는 그냥 복종하며 폐기당해야 하나. 지금 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들의 생명을, 청춘을 다 바쳐 세운 회사에 자식이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자본이 채용권을 침해한다며 거부하더라도, 진보세력이라는 그들이 뭐라 해도, 노동운동가는 그래서는 안 된다. 지금 이 나라 노동운동은 조합원의 권리를 더 확보하겠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대중과 사회여론의 눈치를 보며 조합원을 위한 요구안을 지탄하고 있는 게 문제다. 조합원을 외면하면 조합원은 결국 활동가를, 노동운동을 외면하게 된다. 지금 노동운동이 극복할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와 자녀 채용가산점 부여 요구가 둘 중 하나를 택일하는 문제로 보는 것이다. 그것을 넘어서야 이 나라 노동운동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특혜’를 쟁취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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